경제·금융 금융가

與 발목에…또 해 넘기는 은산분리 규제 완화

케이뱅크 논란에 반대기류

연내 국회통과 가능성 희박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이 기존 금융권에 혁신을 추동할 ‘메기’가 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은산분리(산업자본의 은행지분 보유 규제) 완화를 획기적으로 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지만 집권여당이 발목을 잡아 또 한 해를 넘기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회에서 산업자본의 은행 지분을 10%(의결권 있는 지분 4%)로 제한하는 은산분리 관련법 개정안이 올 국회에서 통과될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국정감사 때 금융위원회의 케이뱅크 인가 과정에 대한 의혹이 거듭 제기되면서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들이 은산분리 완화 반대 기류로 급속히 기울어서다. 금융권 관계자는 “여당이 케이뱅크 인가 문제를 도마에 올렸기 때문에 일관성 차원에서라도 (은산분리 완화에) 반대를 고수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심지어는 은산분리에 찬성하던 여당 의원들마저 다시 중립으로 기울었다”며 통과 가능성을 낮게 봤다.


금융위도 “국회 결정에 달려있다” 신중

자유한국당·국민의당·바른정당 등 야당 소속 의원들은 완화 쪽으로 의견을 모았지만 여당의 반대가 심해 합의제 방식을 채택하는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급진전을 이루기 어렵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문종진 명지대 교수는 최근 은산분리 완화 세미나에서 “인터넷전문은행은 기업대출을 안 해 재벌(대기업) 사금고화 우려가 적다”며 “(대기업 사금고화를 걱정하는 주장은) 도깨비가 없는데 저녁6시만 되면 도깨비가 나타나니까 밖에 나가지 말라는 것과 같다”며 은산분리에 늑장을 부리는 여당을 성토했다.

문 교수는 또 “카카오와 KT의 지분은 컨소시엄에서 각각 10%, 8%인데 의결권이 있는 지분은 4%에 그쳐 이들의 발언권이 힘을 잃을 수밖에 없다”면서 “시대착오적인 구태의연한 은산분리 논리에 집착하고 있는 국회는 획기적인 사고전환 촉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여당의 분위기가 급선회하자 인터넷전문은행을 인가한 금융위 역시 적극 나서는 데 동력이 떨어진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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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당국은 전 정부 때 은산분리 완화 필요성을 국회에 직접 찾아가 적극 설명했지만 현재는 “국회 결정에 달려 있다”며 신중한 반응을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금융위 민간 자문단인 금융행정혁신위도 최근 은산분리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내놓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혁신위원장을 맡고 있는 윤석헌 서울대 경영대 객원교수는 은산분리 반대 입장을 고수해온데다 나머지 혁신위원들도 친여 성향이 많아 아무래도 완화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게 업계의 전반적인 관측이다.

인터넷은행 관계자는 “금융위 산하 혁신위에서 은산분리에 부정적인 권고안을 내놓으면 금융위 운신의 폭은 더 좁아들 수밖에 없다”며 난처해하는 입장이다.

인터넷은행 업계에서는 은산분리 완화가 늦어지면 늦어질수록 “(인터넷전문은행의) 혁신 속도는 더 늦어질 것”이라며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은산분리 규제는 산업자본의 은행 지분을 10%로 제한해놓다 보니 카카오(10%)나 KT(8%) 등 인터넷전문은행의 핵심주주인 정보통신기술(ICT) 업체들이 지분을 늘릴 수 없다. 유상증자 등을 통해 자본 확충에 참여해야 하는데 지분과 의결권 제한 때문에 쉽지 않은 것이다. 혁신을 하려고 해도 재무건전성에 발목 잡혀 혁신다운 혁신을 시도조차 하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더구나 인터넷전문은행은 대출이 급증하면 바로 증자를 해 건전성을 유지해야 하는데 지분제한이 있다 보니 이마저도 여의치 않다.

인터넷은행 업계에서는 카카오뱅크 등이 혁신을 주도하기 위해서는 대주주 주도 아래 추가 자본 확충이나 의사결정을 손쉽게 내릴 수 있는 지배구조를 만들어줘야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여당에 발목이 잡히다 보니 카카오뱅크 등은 혁신은 고사하고 기존 은행을 닮아 손쉬운 고금리 장사를 통해 수익을 내려는 경향마저 보이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조권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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