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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룡영화제 POINT] 故김주혁 추모·송강호-나문희-진선규 소감..'뭉클한 장면들'

올해 청룡영화상은 눈물과 뭉클함의 연속이었다.

제38회 청룡영화상이 25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회기동 경희대 평화의 전당에서 배우 김혜수와 이선균의 진행으로 치러졌다.


영화계와 사회의 현황을 잘 보여주듯 이번 청룡영화상에서는 유독 눈물이 많이 나왔다.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영화인들을 향한 추모, 오랜 무명을 딛고 수상의 영예를 차지한 중고신인과 조연, 주연상 수상자들이 전한 영화가 가진 역사적 의미 등이 시상식에 의미를 더했다.

사진=SBS ‘제38회 청룡영화상’ 방송 캡처사진=SBS ‘제38회 청룡영화상’ 방송 캡처




◆ 최희서, ‘박열’ 가네코 후미코로 ‘중고신인’ 설움 씻다

이날 청룡영화제에서 여자신인상은 ‘박열’의 최희서가 거머쥐었다. 부일영화상, 대종상, 영평상, 더서울어워즈에 이어 올해만 다섯 번째 수상으로, 가장 새롭게 주목받은 배우가 됐다. 2009년 영화 ‘킹콩을 들다’로 데뷔해 8년 만에 빛을 본 것이다.

다섯 번째 수상임에도 한껏 떨림이 채 가시지 않은 기색으로 무대에 오른 최희서는 “이준익 감독님께 감사하다. 모든 스태프분들 얼굴과 이름을 다 기억하고 있고, 앞으로도 기억하겠다. 앞으로 배우로 살아가면서 많은 사람들과 캐릭터를 만나고 헤어질 텐데 ‘박열’의 가네코 후미코 만큼은 내 마음 속에 영원히 담아놓고 싶다”는 말과 함께 울먹였다.

사진=SBS ‘제38회 청룡영화상’ 방송 캡처사진=SBS ‘제38회 청룡영화상’ 방송 캡처


◆ 차태현, 故 김지영, 윤소정, 김영애, 김주혁 추모

올해는 배우들의 죽음과 관련한 비보로 영화계가 침통에 잠겼다. 이날 시상식 중간에는 차태현이 무대에 올라 고인이 된 배우 김지영, 윤소정, 김영애, 김주혁을 추모하는 시간을 가졌다. 특히 KBS 2TV 예능프로그램 ‘1박2일’로 친분을 다졌던 김주혁에게는 ‘형’을 그리워하는 애틋함을 보였다.

차태현은 “미처 작별 인사도 하지 못했다. 너무나 갑작스럽게 큰 날벼락 같은 이별에 사실 지금도 가슴이 먹먹하다. 행복했던 추억 간직하겠다. 누구보다 훌륭한 영화인들이셨음을 기억하겠다. 하늘에서 부디 아프지 마시고 평안하시길 빌겠다. 정말 많이 보고 싶다. 사랑해요 형(김주혁)”이라고 추모의 뜻을 전했다.

이와 함께 故 김지영, 윤소정, 김영애, 김주혁의 생전 활동 영상이 흘러나오자 사회자 김혜수를 비롯해 시상식에 참석한 많은 이들이 눈시울을 붉혔다.

사진=SBS ‘제38회 청룡영화상’ 방송 캡처사진=SBS ‘제38회 청룡영화상’ 방송 캡처



◆ 진선규, 연기인생 17년 만에 ‘조연상’...눈물 펑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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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선규가 ‘삭발투혼’의 열정을 인정 받았다. 600만 돌파작 ‘범죄도시’에서 위성락 역으로 실제 조선족이 아니냐는 오해까지 불러일으키며 열연한 진선규가 청룡영화상 남우조연상을 움켜쥐었다.

극단 ‘공연배달서비스 간다’의 단원인 그는 2000년 ‘보이첵’부터 연극과 뮤지컬 활동을 하며 대학로에서 연기파 배우로 알려졌다. 2015년 SBS 드라마 ‘육룡이 나르샤’에서 정도전의 혁명동지 역으로 시청자들에게 눈도장을 찍은 후 ‘범죄도시’로 드디어 충무로에서도 입지를 다지게 됐다.

조연상 수상자로 호명되자 진선규는 눈물을 쏟아내며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그러다 진선규는 “나 조선족 아니고 대한민국 국민이다”라고 해명하며 “여기 오는 것만으로도 떨려서 청심환을 먹었는데, 청심환을 하나 더 먹을 걸 그랬다”고 분위기를 전환한 후 “감사할 사람이 너무 많다. 아내와 스태프, 소속사 식구들에게 감사하다. 김성규와 함께 동고동락한 대장 장첸, 윤계상에 너무 감사드린다. 저 멀리 우주에 있는 좋은 배우가 되겠다는 목표로 열심히 연기하겠다”라고 수상소감을 밝혔다.

사진=SBS ‘제38회 청룡영화상’ 방송 캡처사진=SBS ‘제38회 청룡영화상’ 방송 캡처


스티븐 연, 한국계 미국 배우가 전한 진심

한국에서는 올해 봉준호 감독의 ‘옥자’로 얼굴을 알린 스티븐 연이 이날 감독상 시상자로 무대에 올라 눈길을 끌었다. 한국계 미국 배우인 그는 “지금 정확히 얘기하게끔 영어로 말을 하겠다”고 참석자들에게 양해를 구한 후 영어로 한국 영화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전했다.

스티븐연은 “한국 영화의 수준은 정말 놀랍다. 한국 감독님들의 목소리는 전세계에서 주목받고 있다. 지금 이 자리가 정말 영광이다”라며 ‘아이 캔 스피크’ 김현석 감독에게 감독상을 건넸다.

사진=SBS ‘제38회 청룡영화상’ 방송 캡처사진=SBS ‘제38회 청룡영화상’ 방송 캡처


◆ 송강호·나문희가 전한 ‘택시운전사’·‘아이 캔 스피크’의 의미

송강호, 나문희는 주연상의 기쁨에만 취하지 않고 영화와 수상의 의미를 들여다 봤다. 남녀주연상의 영광은 ‘택시운전사’의 송강호와 ‘아이 캔 스피크’의 나문희에게 돌아갔다. ‘택시운전사’는 1980년 5.18 광주민주화운동 희생자들을, ‘아이 캔 스피크’는 일제강점기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을 재조명해 역사적 의미를 전달했다.

송강호는 “나는 ‘택시운전사’로 그동안 상처와 고통 속에 살아오신 분들이 위로를 받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라며 “영화 개봉 후에 오히려 관객 분들이 저희들에게 애썼다며 위로를 해주신 것 같아 부끄럽기도 하고 몸 둘 바를 모르겠다”고 수상소감을 전했다.

여기에 “그만큼 관객 분들의 마음이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따뜻하고 기뻤다. 훌륭한 동료 분들(주연상 후보들)에게 미안한 마음도 많이 든다. 사실 ‘택시운전사’는 정치, 역사를 뒤로 하고 우리의 가슴 속의 이야기가 아닌가 한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느낄 수 있는 이야기를 담고 싶었다. 트로피도, 관객수도 중요하지만 미안한 마음으로 ‘택시운전사’를 만들었다”며 감사의 뜻을 나타냈다.

나문희는 “나는 오늘 마음을 비우고 와야지 생각했는데 욕심도 생겼다. 동료들도 많이 갔지만 나는 남아서 좋은 상을 받게 됐다. 나는 남아서 정말 열심히 하겠다. 요즘 후배들이 연기를 너무 잘해서 자랑스럽다. 한국 영화배우들이 전세계 배우들 중에서 제일 연기를 잘 하는 것 같다. 김현석 감독, 이제훈 배우, 모든 스태프, 제작자들 모두 감사하다”며 “나 할머니도 상을 받았다. 여러분 할머니들도 열심히 하셔서 다들 상을 받으시길 바란다”고 나이에 구애받지 않는 도전정신을 강조했다.

/서경스타 한해선기자 sestar@sedaily.com

한해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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