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정치일반

안철수 "文정부 혁신성장, 구색 맞추기 아닌 최우선 정책으로 삼아야"

■ 특별인터뷰-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대담=서정명 정치부장 vicsjm@sedaily.com

“문재인 정부는 경제정책의 최우선순위를 ‘혁신성장’에 맞춰야 합니다. 하지만 지금의 혁신성장 정책은 외형상 소득주도성장과의 균형을 위한 구색 맞추기에 불과하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습니다. 정부가 바라는 경제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기 위해서는 지금이라도 혁신성장을 경제정책의 가장 맨 앞에 둬야 합니다.”


안철수(사진) 국민의당 대표는 26일 국회 본청 국민의당 대표실에서 취임 3개월을 기념해 진행한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혁신성장을 최우선 경제정책 과제로 삼아야 경제성장의 동력이 생길 텐데 정부는 여전히 소득주도성장에 집착하고 있다”며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한 거침없는 쓴소리를 쏟아냈다.

안 대표는 “과거 ‘낙수효과’만 바라보다가 성장의 과실이 제대로, 골고루 분배되지 않은 문제점을 개선할 필요는 있다”면서도 “기업이 제대로 혁신해서 성장하면 그 성과가 공정하게 분배되도록 하고 세수를 통해 지속 가능한 복지 재원으로 충당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게 정부의 역할인데 지금의 접근 방법으로는 목표 달성이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문재인 정부가 혁신성장 방안을 가장 뒤늦게 발표한 것처럼 여전히 소득주도성장이 최우선순위이고 혁신성장은 구색 맞추기 정도로 인식하고 있는 듯하다”고 우려했다. 문재인 정부가 성장보다는 분배에 초점을 맞춘 소득주도성장에만 집착하고 있다는 비판에 뒤늦게 혁신성장 방안을 내놓은 것을 꼬집은 발언이다.

‘최저임금’ 강행 땐 일자리 감소…속도·시기 정교하게 다듬어 추진

안 대표는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최저임금 정책에 대해서도 우려를 나타냈다. “최저임금이 올라야 한다는 방향성에는 누가 반대하겠습니까. 다만 항상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Devil is in the details)’라는 말처럼 정책의 속도와 시기를 좀 더 정교하게 다듬지 않으면 다른 분야로까지 부작용이 확산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게 되면 저소득 노동자들의 처우를 개선하겠다는 제도의 취지에 오히려 역행하는 일들이 벌어질 것입니다. 이미 실제로 곳곳에서 그런 징조들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당장 내년 최저임금 인상을 앞두고 인건비 부담을 우려한 영세 사업주들이 종업원 수나 근로시간을 줄이고 있다는 것이 안 대표의 지적이다. 그는 “영세한 규모의 사업장에서는 최저임금이 급격히 오르면 인건비 부담에 당장 근로자를 줄일 수밖에 없다”며 “결국 최저임금 인상으로 다 같이 월급이 오르면 좋겠지만 오히려 일자리를 잃거나 근로시간 감소로 월급이 줄어드는 일이 벌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안 대표는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사업주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정부가 3조원의 예산을 지원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정부는 내년부터 3조원의 정부예산을 동원해 30인 미만 영세 사업장에 근로자 한 사람당 월 13만원씩 임금을 지원하기로 한 상태다. 그는 “형편이 어려운 영세 소상공인이나 자영업자들은 지원금을 받기 위한 서류 제출 등 행정 절차에 애를 먹을 수밖에 없다”며 “이들을 겨냥해 정부의 눈먼 돈을 받게 해주는 ‘브로커’들이 전국에서 기승을 부릴 것”이라고 우려했다. 설령 정부가 브로커들을 막기 위해 나서더라도 결국은 또 다른 행정비용이 들 수밖에 없어 악순환이 되풀이될 것이라는 게 안 대표의 지적이다.

안 대표는 무차별적인 퍼주기 지원 대신 일은 하고 있지만 소득이 충분치 않아 생계에 어려움을 겪는 저소득층에 현금을 사후 지급하는 ‘근로소득장려세제(EITC)’ 등의 지원책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정부가 직접 사업장에 금전을 지원하는 것보다는 EITC 제도를 확대하거나 4대 보험료 지원 등에 사용하게 하면 부정 수급에 대한 우려도 덜고 행정비용도 아낄 수 있다”며 “아울러 철저한 조사를 통해 현재 최저임금도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를 찾아 시정하는 일도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업 팔 비틀기로 문제해결 안돼…노조가 협조해 대화로 풀어가야


안 대표의 쓴소리는 정부뿐 아니라 노동계로도 이어졌다. 노사정협의체를 복원하려는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대화와 협상을 거부하고 있는 노조를 겨냥해 “자신이 원하는 조건을 들어주면 대화에 참여하겠다는 것은 민주주의가 아니다. 우선 대화와 협상의 테이블에 참여한 뒤 의견이 좁혀지지 않으면 그때 테이블을 박차고 나오는 게 순서”라며 “더욱이 지금은 노조 친화적인 진보 정권이 들어선 만큼 노조가 적극 협조해 대화로 풀어가는 게 맞다”고 조언했다. 이어 “노동계는 정부와의 협상을 통해 모든 걸 해결하겠다고 생각하는데 정부가 기업의 팔을 비틀어 노사 문제를 해결하는 시대는 이미 지났다”며 “대기업 정규직 노조뿐 아니라 중소기업, 소상공인, 비정규직 등 노동자 전반의 요구를 반영할 수 있는 노사정협의체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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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정부 대북 온건정책에만 집중…허약한 외교안보팀 전면교체를

안 대표는 문재인 정부의 국정 운영 가운데 가장 우려되는 분야로 외교·안보정책을 꼽았다. 이 때문에 안 대표는 지난 추석 연휴 전 청와대에 외교·안보분야만을 주제로 한 여야 영수회담을 따로 제안하기도 했다. 그는 “다른 어떤 분야보다 외교·안보는 정권 초기 정책이 잘못되면 국익 손실이 너무 클 수밖에 없다”며 “현재의 북핵 위기 국면에서는 한미 동맹을 강화하고 대북 제재와 압박 강도를 높여야 하는데 문재인 정부는 여전히 대북 온건 정책에만 매달려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안 대표는 “외교·안보팀이 너무 허약하다”며 현 정부 외교·안보팀의 전면적인 교체도 촉구했다. 그는 “북핵 문제나 4강 외교를 중점적으로 다뤄봤던 전문가들은 없고 다자외교나 통상전문가들로만 채워진 외교·안보팀을 현 위기 국면에 맞춰 전면 개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외교부가 중국을 의식해 발표한 ‘3불 정책(미국의 미사일방어체계(MD) 불참,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추가 배치 불가, 한미일 군사동맹 불가)’에 대해서는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안 대표는 “중국이 지금까지 우리에게 얼마나 많은 피해를 줬느냐. 중국이 경제 보복을 멈추는 건 당연한데 왜 우리가 사과를 받기는커녕 오히려 무얼 줘야 하느냐”며 “우리 안보에 대해 간섭하는 중국에 아무 말도 못하는 정부를 이해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방선거 승리 위해 외연 확대…바른정당과 연대 넘어 통합 필요

최근 바른정당과의 통합·연대를 둘러싸고 내홍을 겪는 당내 상황으로 주제를 바꾸자 안 대표의 눈빛에서 강한 결기가 느껴졌다. 국민의당은 지난 22일 의원총회를 열고 바른정당과의 통합·연대방안을 논의했지만 결국 통합파와 반대파의 입장 차만 확인했다. 하지만 안 대표는 “의총에서 발언한 30명 의원 중 3분의1이 통합에 찬성하고 또 다른 3분의1은 연대에 찬성하는 입장이었다”며 “바른정당과의 통합이나 연대 모두에 반대하는 의원은 3분의1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면서 통합·연대에 반대하는 당내 호남계 의원들을 몰아세웠다. 바른정당과의 통합·연대에 우호적인 당내 여론이 훨씬 우세하다는 주장이다.

“내년 지방선거를 잘 치르라고 뽑아준 대표가 저입니다. 비상대책위원회를 통해 집단지도체제가 아닌 단일지도체제를 만든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당연히 저로서는 지방선거 승리를 위해 당의 외연을 확장하는 일에 나설 수밖에 없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우리 당과 가장 접점이 많은 바른정당과의 연대를 넘어 통합까지도 길을 열어놓는 게 옳다고 생각합니다.”

바른정당과의 정책 연대를 시작으로 선거 연대에 이은 통합까지 이뤄내겠다는 것이 안 대표의 구상이다. 바른정당과의 지역 기반이나 정체성이 이질적이라는 지적에 대해서는 “지역적 기반이 다른 게 오히려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중요한 요소”라며 “만약 통합이 성공한다면 대한민국 정치사에서 김영삼(YS) 전 대통령이나 김대중(DJ) 전 대통령도 못 이룬 영호남 통합정당의 첫발을 내딛는 셈”이라고 반박했다. 또 DJ의 햇볕정책을 포기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에 대해서도 “햇볕정책은 튼튼한 한미 동맹과 굳건한 안보의 토대 위에서 전쟁을 막고 평화를 지키자는 것”이라며 북핵 문제에 대한 구체적 해법을 놓고 바른정당과 논의하다 보면 굉장히 많은 접점이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낮은 지지율, 지방선거서 평가…깜짝 놀랄만한 인물 영입 접촉

안 대표는 취임 3개월째에도 여전히 한자릿수 대에 머물러있는 당 지지율에 대해서는 “지금은 민심으로 뿌리내리고 있는 축적의 시간”이라며 “내년 지방선거에서 지금까지의 노력이 성과로 빛을 발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를 위해 안 대표는 지방선거에 나설 외부 인재 영입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그는 “여당은 이미 대기 줄로 포화 상태이고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에는 미래가 없다는 생각에 우리 당으로 인재들이 몰려들고 있다”며 “아직 공개할 수는 없지만 깜짝 놀랄 만한 인사들과 꾸준히 접촉하고 있다”고 밝혔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장이나 부산시장 등에 직접 등판할 가능성에 대해서는 “인재 영입을 통해 선거 준비를 하는 게 우선 역할”이라면서도 “그 이후 당에서 필요로 한다면 충분히 출마도 검토해볼 수 있다”고 답했다. /정리=김현상·하정연기자 kim0123@sedaily.com 사진=권욱기자

김현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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