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연 영화 관객 2억 명 시대가 열렸지만 지난해 이어 올해 관객 수는 역신장 가능성이 높다. 26일 현재 올해 누적관객은 1억 9,300만 명 가량으로 지난해 수준을 기록하려면 앞으로 2,319만 명 이상이 영화를 더 관람해야 하지만 이 목표를 달성하기란 현재로선 쉽지 않아 보인다.
한국영화는 왜 2년 연속 역주행의 상황을 맞게 된 것일까? 서울경제신문은 김형호 영화 시장분석가, 김홍백 홍필름 대표, 정윤철·한재림 감독 등 영화인의 다양한 시각을 통해 위기의 실상을 들여다봤다.
김 분석가는 지나치게 안정을 추구한 배급사들의 기획 전략이 영화 시장의 위축을 야기했다고 봤다. 그는 “잘 찍던 감독이 갑자기 영화를 못 찍어서 영화가 실패했다고 볼 수는 없다”며 “제작 비용이 올라가다 보니 안정적으로 관객을 모을 수 있는 가족 영화 위주로 기획이 됐다. 이 같은 흐름은 최근 몇 년간 이어진 현상인 탓에 관객들의 외면을 받은 것 같다”고 지적했다.
‘범죄도시’를 제작한 홍필름의 김 대표 또한 ‘스타 캐스팅’과 대자본이 투입된 영화에 대한 높은 의존도 또한 관객이 한국영화를 외면하는 원인이 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자본들이 흥행할 가능성이 높은 영화 즉 스타 캐스팅, 스타 감독에만 몰린다”며 “또 여름 성수기 시장에는 블록버스터가 포진하다 보니 10~11월 비수기에는 작은 영화들이 피 튀기는 경쟁을 한다. 다양하게 영화가 펼쳐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올해는 ‘군함도’, ‘남한산성’ 등 여름 성수기 및 추석 황금연휴 기대작들이 잇달아 부진한 성적을 낸 반면 ‘청년경찰’, ‘범죄도시’, ‘재심’, ‘아이 캔 스피크’, ‘박열’, ‘살인자의 기억법’ 등 중저 예산에 티켓 파워가 약한 배우들이 출연한 영화들이 잇달아 흥행에 성공했다.
정 감독은 스크린 독과점 및 홀드백(개봉 이후 IPTV 등에서 상영되기까지 걸리는 기간) 기간의 단축 등도 큰 문제점으로 꼽았다. 그는 “대작만 걸려고 하다 보니 작은 영화들이 소외되다 자연스럽게 영화도 천편일률적으로 흘러가고 창조적인 영화가 나오기 힘든 구조가 고착되고 있다. 스크린 독과점은 영화계에서 해결돼야 할 가장 커다란 문제”라며 “또 갈수록 홀드백 기간도 짧아져 한 달 후면 VOD로 온 가족이 영화를 볼 수 있는데 누가 극장에 가겠나. 이건 극장 스스로 영화뿐만 아니라 극장을 망하게 하는 길”이라고 말했다.
반면 한 감독은 대작 중심의 안정적인 기획을 비판하기만 해선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그는 “우리나라 시장은 규모가 작은데 관객들의 눈 높이가 높아졌다”며 “독특한 작품을 만들면 관객이 찾아 줄까라는 의구심이 든다. 그래서 가능한 안정적으로 흥행할 작품을 제작하는 측면도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