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장기 백수' OECD선 주는데…韓은 되레 늘어

구직기간 6개월이상 장기실업자

올 1~10월 기준으로 15만7,000명

전체 실업자중 13.7%로 0.5%P↑

"더 나은 직장 구하려 취업 미뤄"



서울의 한 유명 사립대를 졸업한 김모(26)씨는 최근 울산에 자리한 한 공공기관의 입사 서류전형에서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만점에 가까운 토익 점수, 각종 인턴 경험 등 화려한 스펙을 보유하고 있지만 결과는 이른바 ‘광탈(광속 탈락)’이었다. 김씨는 “경력을 구체적으로 기재한 자기소개서가 블라인드 채용 가이드라인에 어긋난 것 같다”며 “떨어지기는 했지만 공공기관이 아닌 다른 곳에 지원할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공공기관 필기시험에서 불합격한 박모(24)씨도 “평생 안정적인 생활을 위해 취업을 미루는 게 합리적인 판단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국내 실업자 가운데 직업이 없는 기간이 6개월 이상인 ‘장기 백수’의 비중이 눈에 띄게 커지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장기 백수 비중은 해마다 줄어들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뭇 대조적이다.


26일 OECD에 따르면 한국 실업자 가운데 실업 기간 6개월 이상인 실업자의 비율은 지난 2014년 7.5%에서 2015년 10.0%, 2016년 13.2%를 기록하며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반면 같은 기간 OECD 회원국의 장기 실업자 비율은 평균 48.6%와 46.9%, 42.6% 등으로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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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ECD가 올해 수치를 내놓지는 않았지만 적어도 한국은 2017년에도 이 같은 증가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1~10월 평균 기준으로 구직 기간 6개월 이상인 장기 실업자는 14만4,000명으로 전체 실업자(105만4,000명)의 13.7%에 이른다. 이는 전년 동기 13.2%(104만2,000명 가운데 13만8,000명) 대비 0.5%포인트 높아진 것이다.

수치만 놓고 보면 한국의 장기 백수 비중이 OECD 평균을 크게 밑돌아 우려할 수준이 아닌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한국의 경우 실제로는 이 수치에 포함되지 않는 장기 백수가 많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실업급여 수급 기간은 보통 6개월, 최장 8개월”이라며 “실업급여 수급기간이 지났거나 받을 자격이 안되는 실업자는 통계에서 비경제활동인구로 집계되기도 한다”고 언급했다. 지난해 실업자 중 실업 기간이 1년 이상인 자의 비중은 한국이 0.9%이고 OECD 평균은 30.5%였다.

전문가들은 수치의 크고 작음보다 추이를 더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특히 6개월 이상 실업자 10명 가운데 4명이 15~29세 청년이라는 점도 짚어봐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한 채용관련 기업 관계자는 “장기 백수가 늘어나고 있는 것은 노동 시장의 이중구조가 개선되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라며 “대·중소기업, 정규직·비정규직의 격차가 너무나 큰 고용 환경에서 더 나은 직장을 구하기 위해 취업을 미루는 청년이 존재하는 한 장기 백수는 줄어들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대기업 대비 중소기업 정규직의 평균임금 비율은 53.6%다. 올해 8월 기준으로 정규직의 월 평균 임금은 284만3,000원으로 비정규직(156만5,000원)보다 127만8,000원 더 많다. /세종=임지훈기자 jhlim@sedaily.com

임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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