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국회·정당·정책

[여의도 만화경] SOC예산 삭감에...예결위 방문 부쩍 늘어난 지자체장

이례적 증액심사 전부터 국회차자

사업타당성 낮은 예산도 들이밀어

"정도 벗어난 쪽지에산 개선" 지적

지역 예산 확보를 위해 지방자치단체장들이 벌써 국회를 제집 드나들 듯하고 있다. 예산 지원 요구를 위한 지자체장들의 국회 방문은 그간 일종의 연례행사처럼 여겨졌다. 하지만 이 같은 관행은 행정부의 예산 편성권을 침해할 뿐 아니라 상대적으로 사업 타당성이 낮은 예산이 ‘끼워 넣기’ 될 공산이 크기 때문에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아직 예산안을 ‘칼질’하는 감액 심사 기간이지만 지자체장들은 벌써 눈도장 찍기에 바쁘다. 그간 지자체장들은 대체로 감액 심사가 끝나고 증액 심사가 시작될 때쯤 국회를 방문해왔다. 하지만 올해의 경우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이 대폭 삭감됐을 뿐 아니라 지방선거가 눈앞에 다가온 상황인지라 증액 심사 전부터 지자체장들이 국회를 찾는 이색적인 풍경이 벌어지고 있다. 지금까지 김관용 경북도지사, 남경필 경기도지사, 안희정 충남도지사, 이춘희 세종시장 등의 지자체장이 백재현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비롯한 예산안조정소위원회 소속 의원들을 찾아와 지역 주요 현안에 대한 예산 지원을 요청했다. 한 야당 보좌관은 “대체로 야당은 삭감, 여당은 증액을 주장하는 입장인지라 지자체장들은 보통 여당 측 의원들을 찾아가는데 올해는 상황이 다르다 보니 칼질하지 말아달라고 부탁하러 오는 경우가 많다”면서 “실무자들도 서류를 들고 많이 찾아오는데 서류가 너무 쌓여 검토도 못하고 받아만 놓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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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근본적으로 지자체장이 관계 부처를 설득해 예산 편성을 관철하기보다 국회를 통해 예산 지원을 요구하는 우회로를 택하고 있다는 비판론도 존재한다. 최병대 한양대 행정학과 교수는 “예산 편성의 필요성이 있으면 해당 부처에 요구해 정부 안에 포함시켜야 하는 게 정도(正道)”라면서 “원칙적으로 잘못됐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물론 국회 예산 심사 과정에 정치적 요소도 작용하기에 지자체장들의 국회 방문 자체를 무조건 잘못됐다고 할 수는 없다”며 “하지만 이런 관행은 근절돼야 한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지자체장이 국회에 들고 오는 사업 자체가 정부 부처의 심의를 거쳐 편성한 사업에 비해 타당성이나 계획의 구체성, 관련 법적 절차 완비율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최 교수는 “사업 타당성이 높으면 애초에 관계 부처 차원에서 예산을 반영하기 마련인데 그 과정에서 반영이 안 됐다는 건 해당 사업에 한계가 있다는 것”이라면서 “이를 정치적으로 풀려는 게 지자체장들의 국회 방문”이라고 꼬집었다. 야권도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야권의 한 중진 의원은 “자신들이 야당일 때는 지자체장들의 요구로 반영되는 예산이 일종의 ‘쪽지 예산’이라며 우리를 비판하지 않았냐”면서 “원래 여당이 되면 입장이 달라질 수밖에 없기는 하지만 ‘내로남불’이 심하다는 생각이 드는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하정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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