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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기획:드라마편성②] tvN, 지상파드라마에 정면승부를 걸다

케이블 채널인 tvN이 지상파 채널을 향해 ‘정면승부’를 걸었다. 기존 오후 10시50분에 배치됐던 평일 드라마 블록을 오후 9시 30분으로 전격 변경한 것이다. 대대적인 변화를 감행한 tvN의 편성개편은 어떤 결과를 불러왔을까.

지난 9월 22일 tvN은 중대한 발표를 했다. 추석연휴가 마무리 되는 10월 9일부터 시청 트렌드를 반영해 평일드라마(월화드라마, 수목드라마)의 편성시간을 오후 9시30분으로 옮기고, 기존 드라마가 방영됐던 10시50분에는 예능프로그램들을 배치한 것이다.




사진=‘이번 생은 처음이라’ ‘부암동 복수자들’ 포스터사진=‘이번 생은 처음이라’ ‘부암동 복수자들’ 포스터


비록 지상파 드라마보다 30분 일찍 방송되기는 하지만, 지상파 평일드라마와 시청률 전쟁을 피했던 tvN에게 있어 이번 개편은 지상파를 향한 ‘정면승부’이자 모험 그 자체였다. 그동안 지상파 드라마가 끝나고 나면 바로 다음 드라마를 볼 수 있도록 시간대를 편성하면서 나름 3%대의 안정적인 시청률 파이를 차지했던 tvN이었다. 평일 오후 11시대는 동시간대 편성된 경쟁 드라마가 없기에, 작품성과 화제성만 좋다면 얼마든지 안정적인 시청률을 받을 수 있는 시간대였던 것이다. tvN은 이 같은 안정성을 버리고 시간을 앞당기면서 치열한 드라마 편성의 ‘레드오션’으로 뛰어들었다.

tvN이 최근 얻게 된 별명이 있다. 바로 ‘신 드라마 왕국’이다. ‘식샤를 합시다’ ‘또 오해영’ ‘혼술남녀’ 등 웰메이드 드라마를 연이어 선보이고 흥행시키는 데 성공한 것이다. 특히 ‘또 오해영’의 경우 tvN 드라마로서 드물게 시청률 10%대를 돌파하며 지상파 드라마는 물론이고 11시대 예능프로그램까지 긴장하게 만들었다.

선보이는 작품들의 연이은 성공으로 ‘믿고 보는 tvN’이라는 호평까지 받은 tvN이지만 무엇이든 영원한 것은 없었다. 2016년과 달리 2017년 상반기의 성적은 그리 밝지 못했던 것이다. ‘내성적인 보스’ ‘내게 거짓말을 해봐’ ‘크리미널 마인드’ 등 선보이는 작품마다 흥행에 있어 좋은 성과를 내지 못한 것이다. 물론 ‘써클’과 ‘아르곤’ 등의 작품을 통해 그나마 ‘믿고 보는 tvN’의 체면을 살리기는 했지만, 앞선 드라마들의 연이은 흥행 실패는 tvN에도 변화의 움직임이 필요하다는 것을 시사 하기도 했다. 결국 이번 tvN의 편성 개편은 어느 날 갑자기 결정된 것이 아니라는 뜻이었다.

CJ E&M 방송콘텐츠편성전략팀 이기혁 팀장은 편성 개편과 관련해 “‘저녁이 있는 삶’이란 키워드에서 보듯이 최근 ‘Work and Life Balance’가 중요시되면서 퇴근 후 집에서 시간을 보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경향이 있었음을 발견하게 됐다. 그리고 드라마는 장르 성격상 처음부터 끝까지 스토리에 몰입해서 봐야하는 콘텐츠다보니, 그동안 평일 자정까지 시청하는데 어려움이 따른다는 시청자들의 의견이 많았다”며 “더불어 저녁 9시대는 타채널들이 메인 콘텐츠를 편성하는 시간이 아니기 때문에 30분 먼저 시작하는 드라마로 시청자의 눈길을 먼저 잡는다면 효율 면에서도 가능성이 있으리라 판단했다”고 밝혔다.


tvN의 편성 개편이 이뤄진지 한 달이 지난 지금, 이 같은 변화는 현재까지 ‘절반의 성공’인 상황이다. 이제 막 개편이 시작된 만큼 성적표를 내리기 성급하기는 하지만, ‘이번생은 처음이라’ ‘부암동 복수자들’ ‘슬기로운 감빵생활’ 등 선보이는 작품들 모두 완성도 높은 대본과 연출, 배우들의 호연이 입소문을 타면서 좋은 결과를 이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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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마냥 좋아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이번생은 처음이라’의 경우 호평에 비해 평균시청률은 3%대를 기록하고 있는데, 사실 이 같은 성적은 편성 개편 전 드라마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문제는 드라마 시청률이 아닌 예능 시청률이었다. 기존 드라마 시간대에 편성된 예능프로그램들의 시청률이 큰 타격을 받은 것이다. 대표적으로 3%대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꾸준한 사랑을 받았던 올리브 ‘섬총사’의 경우 시간대 변경으로 인해 반토막난 시청률을 기록하며 아쉬움을 자아냈다.

이에 대해 이 팀장은 “드라마 편성시간 변경에 대한 성공여부는 아직 섣불리 판단하기 이른 듯하나, 이후 첫 론칭한 월화드라마 ‘이번 생은 처음이라’와 수목드라마 ‘부암동 복수자들’ 시청률 상승 곡선이 회를 거듭할수록 가파르게 올라간 사실은 유의미하게 볼 포인트”라며 “앞으로 월화에 이어질 ‘막돼먹은 영애씨16’과 22일 론칭한 수목드라마 ‘슬기로운 감빵생활’의 추이까지 지켜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드라마 시간대 이동으로 예능이 피해를 보았다는 일부 의견이 있지만, 단기적인 성과를 보았을 때 나타나는 기우라고 생각한다. 최초 밤 9시대를 염두하고 기획했던 예능 프로그램들이기에 시간대 변경 후 잠시 주춤 했던 것은 사실이나, 현재 다시 상승 추세를 보이고 있다”며 “앞으로 밤 11시대를 목표로 신규 기획되고 있는 예능은 그 시간대 타깃에 맞는 구성으로 좋은 성과를 기대해도 좋다”고 자신했다.

비록 ‘절반의 성공’이기는 하지만, tvN의 편성과 관련해서 업계의 평가 역시 긍정적이다. 익명의 방송관계자의 경우 “이번 tvN의 편성변화는 그동안 피해왔던 지상파 드라마를 향한 tvN의 ‘정면승부’”라며 “물론 지상파 드라마 입장에서는 30분 일찍 방송된다는 것에 대해 예민하게 받아드릴 수 있지만, 현재 지상파 드라마가 1,2부로 나눠서 방송되고 평균 시청률 또한 높은 쪽으로 선택해 사람들에게 알리는 만큼, tvN 드라마 편성 개편이 지상파 드라마 시청률에 대해 큰 영향을 줬다고 보기 어렵다”고 잘라 말했다.

이번 tvN드라마들이 안방극장의 좋은 반응을 이끌어 낸 것은 ‘편성 개편’도 한 몫을 했지만, 그보다 각 작품들의 작품성이 좋았다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즉 시간대를 옮겼기 때문에 드라마들의 시청률이 높게 나온 것이 아닌, 작품 자체가 재미있었기에 너무나 당연한 성적을 받은 것이라는 점이다.

한 관계자는 “이번 tvN의 개편과 이에 따른 호평은, 결국 중요한 것은 ‘드라마 그 자체’라는 사실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좋은 예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서경스타 금빛나기자 sestar@sedaily.com

금빛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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