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해외칼럼] 아시안 겨냥 인종주의 용인해선 안 된다

에스더 J 세피다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

美 지배적인 문화에 조롱 만연

대다수 "문제 안돼" 경각심 없어

그들 삶에 초래한 고통 명심을

에스더 J. 세피다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




두 손으로 눈꼬리를 추어올리는 동작이 아시아인들에게 모멸감을 안겨준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이 이 지구상에 단 한 명도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면 그것은 완전한 오산이다.


가장 최근의 예는 미국 사회에서 인종적으로 가장 다양하고 인종통합 또한 가장 확실하게 이뤄진 집단으로 통하는 프로스포츠에서 나왔다.

첫 번째는 지난 10월 후반 펼쳐진 메이저리그 월드시리즈 도중에 일어났다. 당시 쿠바 출신인 휴스턴 애스트로스의 율리에스키 구리엘 선수가 일본계 어머니를 둔 LA 다저스의 투수 다르빗슈 유에게 앞서 언급한 모멸적인 제스처를 했고 동양인을 비하하는 단어인 ‘치니토’를 입에 올렸다.

미국의 히스패닉계 주민들은 소셜미디어로 라틴아메리카 지역에서는 널리 용인되는 구리엘의 인종주의적 행동을 한목소리로 비난했다.

그러나 콜롬비아 축구대표팀의 미드필더인 에드윈 카르도나는 이런 분위기에 전혀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는 이달 초 미국에서 벌어진 한국 국가대표팀과의 경기 도중 상대방 선수인 최철순을 향해 구리엘의 제스처를 그대로 재현해 보였다.

구리엘과 카르도나는 곧바로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했으나 이들은 아시아인들에게 인종주의적 욕설을 내뱉거나 경멸적 제스처를 했다가 언론에 포착된 숱한 유명인 가운데 가장 최근의 예에 불과하다.

대만 출신 이민자의 아들로 뉴욕 닉스 소속이던 농구스타 제러미 린이 2012년 ‘린새니티’로 명명된 광란의 돌풍을 일으키자 한 스포츠 매체는 닉스의 7연승이 좌절된 직후 마치 기다렸다는 듯 ‘치명적인 약점(Chink in the armor)’이라는 부정적인 헤드라인을 뽑았고 뒤이어 ‘포춘쿠키’와 ‘왜소한 성기’ 등 그의 인종적 배경에 초점을 맞춘 부적절한 단어들이 지면을 장식했다. ‘칭크(chink)’는 원래 ‘균열’을 뜻하는 단어지만 중국인을 지칭하는 속어로도 사용된다.

린은 최근 브루클린 네츠의 팀메이트인 랜디 포이의 팟캐스트에 “아웃사이드 샷 위드 랜디 포이(Outside Shot w/ Randy)”라는 코멘트를 남겨 구설수에 올랐다(‘아웃사이드 샷’은 ‘외곽 슛’을 뜻하지만 ‘동성애 행위’라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그러나 이 정도는 그가 대학 시절 숱하게 겪어야 했던 인종차별과 비교조차 할 수 없다. 린은 재학 시절 시합에서 팬들은 물론 상대방 선수들과 심지어 상대 팀 코치까지 그를 향해 인종주의적 욕설을 퍼붓고는 했다고 회고했다.

린은 “이런 경험 때문에 프로 농구에 들어가면 상황이 훨씬 나빠질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실제로는 반대였다”고 털어놓았다. 프로 쪽 사람들이 훌륭히 통제돼 있더라는 것이다.


생각해보라. 그의 성기를 조롱하는 뉴스 헤드라인이 하버드대 재학 시절에 견뎌내야 했던 학대보다 낫더라는 얘기인 셈이다. 아마 그 정도는 아시아 남성이라면 누구나 끊임없이 당하는 모욕이라 체념했기 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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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레스토랑 운영자이자 후일 ABC방송의 동명 TV쇼로 제작된 회고록 ‘프레시 오프 더 보트(신참 이민자)’를 써낸 에디 황은 코미디언인 스티브 하비가 “흑인 여성은 절대 아시아 남성과 데이트를 하지 않는다”고 말한 직후 그와 거의 유사한 견해를 밝혔다.

황은 뉴욕타임스 ‘Op-Ed’면에 실린 기고문에서 “모든 아시아계 미국인 남성은 미국의 지배적인 문화가 우리에 관해 무슨 말을 하는지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는 셈에 능하고 허리를 잘 굽히며 하이테크 기기를 능숙하게 다룬다는 평가를 받는다”며 “선천적으로 복종적이고 남성의 사이즈가 엄지손가락 길이밖에 되지 않으며 수천만 년의 시간이 흘러도 결코 당신네 여자 친구를 빼앗아 갈 수 없는 부류로 여겨진다”고 덧붙였다.

앞선 경우들과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그의 메시지는 이렇다 할 반향을 얻지 못했다.

지난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크리스 록은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 회계사 시늉을 하는 아시아계 어린이 세 명을 무대로 데리고 나와 관중에게 ‘모범적 소수계’로 소개한 후 이들을 멋대로 조롱하는 농담을 던졌다.

이에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는 성명서를 냈지만 이 시점에서 한국계 미국인 저자인 매슈 세일시스가 지적한 대로 ‘미국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인종 그룹을 조롱하는 것은 별 문제가 안 된다’는 식의 만연한 사고방식을 우려하는 사람들은 소수에 불과했다.

세일시스는 굿멘프로젝트 웹사이트에 쓴 글에서 “미국 내 아시아인을 향한 인종주의는 다른 인종 그룹을 겨냥한 인종주의와는 확실히 달리 취급된다. 이는 아시아계 미국인 모두가 아는 사실”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다른 소수계를 향해서는 금기시되는 발언을 자제하는 인종주의자라고 할지라도 린에게 그랬듯이 아시아인은 서슴없이 칭크라고 부르고 동양인 남성이면 당연히 ‘가라테’를 할 줄 알아야만 하는 듯이 말하며 이름 대신 ‘브루스 리’라고 부르거나 허약하다든지 여성적으로 묘사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남아시아 남성에게 쏟아지는 인종주의 버전들에 대한 반응은 다음의 세 마디로 요약된다. 바로 ‘오 마이 굿니스’다.

이것이야말로 코미디언 하리 콘다볼루의 새로운 다큐멘터리 ‘아푸의 문제(The Problem with Apu)’가 다루는 주제다. ‘아푸’는 TV 만화 ‘심슨 가족(The Simpsons)’에 등장하는 ‘퀵-이-마트’의 소유주 이름이다.

아지즈 안사리, 칼 펜, 사키나 제이프리 등 미국에서 가장 성공한 남아시아계 배우들을 등장시킨 다큐멘터리는 TV 방송 사상 최장 방영 기록을 갖고 있는 인기 만화 쇼의 풍성한 패러디가 아시아계 남성들에게 초래한 고통을 심도 있게 다룬다.

그것은 분명 희극이다. 그러나 많은 코미디언과 배우 심지어 전직 연방의무감까지 등장해 아푸가 그들의 삶에 얼마나 파괴적인 영향을 미쳤는지 증언하는 모습을 보면 분명 곱씹어볼 가치가 있는 이슈임에 틀림없다.

나도 콘다볼루의 다큐멘터리를 꼭 한번 보기를 기대한다. 그러나 아시아인의 찢긴 눈꼬리를 조롱하거나 그들의 말투를 비꼬는 행동이 얼마나 잘못된 것인지 알기 위해 누구나 이 영화 한 편을 다 봐야 할 필요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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