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반도체에 매달려 온 한국경제…본격 조정땐 '3중 파고' 덮친다

[다시 불붙은 반도체 경기 논쟁-한국경제 괜찮나]

●수출감소·금융시장 불안·실물위기 빨간불

수출·투자·생산지표 호조는 반도체 착시현상

"의존도 높고 대체할 만한 마땅한 산업도 없어"

반도체 경기 하락 더 빨라지면 성장률 직격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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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우리나라의 수출액은 449억8,000만달러로 전년 대비 7.4% 늘었다. 원인은 반도체였다. 지난 10월 실적만 94억8,000만달러로 지난해보다 69.6%나 증가했다. 반도체를 뺀 나머지는 같은 기간 363억4,000만달러에서 354억9,000만달러로 2.5% 감소했다. 반도체 의존도는 내년에 더 심해진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9월 말 현재 16.1%인 반도체 수출 비중은 내년에 19.9%로 20%에 육박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반도체 의존은 수출에서만 그치지 않는다. 투자와 생산 등 모든 경제지표에서 반도체 착시 현상이 확연해지고 있다. 최근 1년간 설비투자에서 반도체 비중은 20.2%이고 반도체가 제조업 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0.7%에 달한다. 이익의 대부분도 반도체 기업들의 몫이다. 올해 3·4분기 유가증권시장 주요 상장사의 영업이익은 47조2,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8.8% 늘었는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제외하면 증가폭은 3.2%에 그친다. 그만큼 의존도가 높다는 뜻으로 이에 비례해 위험도 커지는 구조다.


27일 나온 투자은행(IB) 모건스탠리의 보고서는 이 같은 ‘위험’에 방점이 찍혀 있다. 낸드플래시 가격 하락과 D램 수요 감소 보고서는 반도체에 기댄 경기 회복의 한계가 예상보다 빨리 올 수 있음을 보여준다.

전문가들도 반도체 위기 뒤에는 경제 위기가 왔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국내 반도체 산업은 1997년 외환위기 직전인 1993년부터 1995년, 2008년 금융위기 직전인 2002년부터 2004년 대규모 호황을 누렸다.


실제 1995년 우리나라의 수출은 1,251억달러로 처음으로 1,000억달러를 돌파했다. 반도체 덕에 경제성장률도 8.9%를 찍었다. 하지만 1996년 D램 가격 폭락이 찾아왔다. 경상수지는 최대 적자를 냈고 이듬해 우리나라는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구제금융을 받아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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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반도체 시장은 다시 살아났다. 2002~2004년을 지나 2006년 꼭짓점을 찍은 D램 시장은 2007년부터 가라앉았다. 이는 또 한번 우리 경제에 직격탄이 됐다. 반도체 산업이 좋을 때는 경기 회복 속도가 빠르지만 반대로 반도체 수요가 줄어들면 더 큰 영향을 받는 것이다. 송원근 한국경제연구원 부원장은 “우리 경제가 반도체에 의존하는 부분이 크기 때문에 일부 예상처럼 반도체 경기 하락이 생각보다 빨리 올 경우 충격이 상당할 것”이라며 “반도체 산업이 조정을 받게 되면 수출 감소에 이어 금융 시장 불안, 소비 위축에 따른 실물경기 위축이 연쇄적으로 우려된다”고 설명했다.

이 경우 경제성장률도 추락할 수밖에 없다.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우리나라 성장률을 3.2%로 올려잡으면서 내년 성장률은 3%로 예상했다. 김현욱 한국개발연구원(KDI) 거시경제연구부장은 “생산이나 투자 모두 반도체 회사들이 주도하고 있는데 지금 기준으로는 이 같은 총량적인 증가세가 내년에 유지되기 어려울 것”이라며 “지금 우리 경기가 회복세에 있는데 반도체에 많이 의존하는 상황에서 회복 가능성이 약화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반도체의 경기 하락은 일자리에도 악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10월 청년 실업률은 8.6%로 10월 기준으로 1999년 이후 최악이다. 반도체 산업의 직접 고용 효과는 낮지만 ‘반도체 불황→수출 감소→외환 및 금융 시장 불안→실물경기 타격’의 악순환을 불러오기 때문이다.

문제는 반도체를 대체할 만한 산업이 없다는 점이다. 자동차와 조선은 환율 하락과 구조조정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고 철강과 가전제품도 미국을 비롯한 보호무역주의의 여파로 고전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환율이 10% 떨어지면 자동차·조선 영업이익은 4% 줄어든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실장은 “우리나라의 수출이나 실적을 보면 반도체가 절대적이라 이 분야가 꺼지면 모든 분야가 다 내려앉는 것”이라며 “제2의 노키아처럼 수출과 성장률이 큰 폭으로 주저앉을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세종=김영필·박형윤기자 susopa@sedaily.com

김영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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