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에 명시된 대통령 직속 자문기구인 ‘국민경제자문회의’가 정부 출범 반년이 넘도록 가동되지 않고 있다. ‘정책기획위원회’ 등 새로운 위원회를 우후죽순으로 만드는 것보다 헌법기관부터 제대로 활용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7일 청와대에 따르면 헌법 93조에 있는 국민경제자문회의는 관련 법령에 따라 30명 이내의 민간 위촉위원을 선임할 수 있지만 임명이 완료되지 않았고 전체회의도 아직 열지 못했다. 대통령 직속 기구 위원이므로 청와대의 약식 인사검증이 필요하며 현재 막바지 검증단계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체회의 일정조차 아직 잡지 못한 실정이다. 청와대 측은 “정부 출범 후 일정이 많아 여유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는 자문회의 출범 당시 기대에 찬물을 끼얹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후 약 열흘 만인 지난 5월21일 자문회의 부의장(의장 대통령)에 김광두 서강대 석좌교수를 임명하며 “자문회의가 헌법 취지대로 활성화돼 국민의 삶을 개선하는 데 실질적인 역할을 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노무현 정부 때 왕성하게 활동했지만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위축됐던 대통령 직속 싱크탱크를 다시 중용할 것을 시사한 셈이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 출범 약 3개월 만에 박 전 대통령 주재로 첫 회의가 열렸지만 이번 정부에서는 6개월이 넘도록 개최되지 않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의 ‘경제교사’로 현 정부와 코드가 다른 김 교수를 부의장에 임명한 것을 두고도 기대감이 높았다. 문 대통령은 김 부의장을 두고 “저와 다소 다른 시각에서 정치·경제를 바라보던 분이지만 경제 문제도 합리적 진보와 개혁적 보수가 손을 잡아야 한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진보·보수 목소리 모두를 듣고 균형 잡힌 경제정책을 펴겠다는 뜻으로 해석됐지만 자문회의가 ‘개점휴업’ 상태여서 빛이 바래게 됐다.
이에 정책기획위원회·4차산업혁명위원회·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등 각종 위원회보다 헌법기구인 국민경제자문회의부터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특히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재계와 보수 진영의 반발이 극심한 현재, 자문회의를 적극 활용하는 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대종 세종대 경제학과 교수는 “국민경제자문회의에 경제 파이를 키우는 성장을 강조하는 김 부의장이 자리에 있는 만큼 현 국면에서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