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이 로마 가톨릭 교회 수장으로는 처음으로 미얀마를 방문해 로힝야족 ‘인종청소’ 논란의 중심에 선 군최고사령관을 면담했다.
27일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날 미얀마 최대도시 양곤에 도착한 교황은 오후 늦게 민 아웅 흘라잉 미얀마군 최고사령관을 숙소로 불러 만났다. 그렉 버크 교황청 대변인은 “교황과 최고사령관은 (미얀마의) 전환 시기에 정부의 책무에 관해 논의했다”고 전했다. 또 그는 교황이 민 아웅 흘라잉 사령관에게 미얀마 방문 기념 메달을 선물했으며, 사령관은 교황에게 선박 모양의 하프와 화려한 장식의 쌀독을 선물했다고 덧붙였다.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은 교황과의 면담에서 ‘로힝야족 인종청소’ 논란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그는 페이스북에 게시물을 통해 “나는 종교·종파간 평화와 통합, 정의를 실현하고자 한다”며 “미얀마에는 종교 또는 인종을 이유로 한 학대나 차별이 존재하지 않는다. 정부는 종교의 자유를 보장한다”고 말했다.
민 아웅 흘라잉 장군은 아웅산 수치의 문민정부와 미얀마의 권력을 분점한 미얀마 군부의 최고 지도자다. 2008년 제정한 헌법에 따라 군부는 내무·국방·국경경비 등 치안관련 3개 부처를 통제하고 있으며, 상하원 의석의 25%를 차지하고 있다.
온전한 민주화의 걸림돌이었던 미얀마 군부는 무장봉기한 로힝야족 반군단체인 아라칸 로힝야 구원군(ARSA) 소탕을 빌미로 이슬람계 소수민족인 로힝야족을 탄압했다. 로힝야족 반군단체인 ARSA는 핍박받는 동족을 보호하겠다며 미얀마에 항전을 선포하고 지난 8월 25일 경찰초소 30여 곳을 습격했다. 미얀마군은 ARSA를 테러단체로 규정하고 대대적인 소탕전에 나섰으며, 이 과정에서 수백 명이 목숨을 잃었고 로힝야족 60만 명 이상이 국경을 넘어 방글라데시로 피난했다. 난민들은 미얀마군과 일부 불교도가 민간인을 죽이고 집에 불을 지르는 등 로힝야족을 국경 밖으로 몰아내려 했다고 주장했고, 유엔과 미국 등은 이를 ‘인종청소’로 규정했다. 그러나 미얀마 정부는 방화 등 행위가 ARSA 반군의 소행이라고 일축했으며, 미얀마군은 자신들의 행위가 극단주의 세력에 맞선 정당한 행위라고 주장하며 국제사회의 조사도 거부하고 있다.
/손샛별인턴기자 setja@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