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채권

초대형IB, BBB급 회사채 거래 물꼬 텄다

파일럿테스트서 거래량 43% 급증

대출업무 '올인' 오해 불식시켜

우량채권 쏠림 현상 완화 기대

"발행어음 인가 탄력" 전망도



초대형 투자은행(IB)이 양극화된 회사채 시장 개선과 기업 자금조달 측면에서 효과를 뚜렷하게 나타내고 있다. 초대형 IB가 BBB등급 이하 회사채 거래 주체로 나서며 ‘AA’ 이상의 우량 등급 채권에 치우진 채권시장의 변화를 이끌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일각에서 제기한 초대형 IB가 대출업무에 치우친 기업 자금조달에 집중할 것이라는 인식을 불식시키고 현재 한 곳에 그친 발행어음 인가 역시 탄력이 붙을 것이라는 전망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27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올해 10월까지 국내 회사채 BBB등급 이하의 거래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730억원(15%) 증가했다. 초대형 IB로 지정받은 NH투자증권(005940)과 KB증권·미래에셋대우(006800)·삼성증권(016360)·한국투자증권 등 5개 대형사 기준으로는 거래량이 43%로 가파르게 상승했다. 이 같은 수치는 5개 대형사가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초대형 IB 인가를 받기 위해 파일럿테스트(Pilot Test)를 진행한 결과다. 현재 한국투자증권만 발행어음 인가를 받은 상태지만 향후 초대형 IB로 지정된 나머지 4개사 역시 발행어음 인가를 받을 경우 비우량 채권의 거래량은 더욱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발행어음을 인가받은 증권사는 자기자본의 200% 이내에서만 어음 발행이 허용된다. 이렇게 조달한 자금의 50%는 A등급 이하 회사채나 간접투자기구의 출자지분 등 기업금융자산에 출자하도록 의무화돼 있어 얼어붙어 있는 BBB등급 이하의 투자심리를 개선시킬 것이라는 예상이다.


국내 회사채 시장의 연간 거래량은 지난 2012년 195조원에서 꾸준히 감소세를 보이면서 지난해에는 107조원가량으로 위축됐다. 2013년 동양 사태 이후 기업의 신용위험이 대한 경계감이 커진데다 대우조선해양 사태까지 더해지며 회사채 시장의 경색은 더욱 심해졌다. 투자심리가 얼어붙으면서 AA등급 이상의 우량 회사채에 대한 발행과 거래는 유지되거나 소폭 증가하기도 했지만 A등급 이하는 사실상 자금조달 활용도가 떨어졌다. 증권사 관계자는 “비우량 회사채를 발행할 수밖에 없는 중소기업은 채권을 발행해도 사줄 투자자가 없고 운용사는 회사채 펀드를 만들어도 편입시킬 만한 채권이 없다고 아우성이었다”며 “초대형 IB가 등장해 거래를 성사시켜 자금조달과 하이일드채권 투자를 활성화 시키며 기업과 투자자의 중개자 역할을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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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에서는 올해 금리 인상이 가시화되면서 금리가 오르기 전에 회사채를 발행하는 회사가 늘어났을 뿐이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증권사 채권업무 담당자는 “신용위험에 가려져 있던 BBB등급 이하의 회사채가 고금리 매력이 부각되면서 초대형 IB들이 총액인수하는 사례가 늘어난 결과”라고 해석했다. 실제 올해 10월까지 BBB등급 이하의 들어온 회사채 수요예측 기관 자금은 8,25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4,320억원보다 142% 증가했다. 그만큼 기업실적과 경기지표가 개선되자 비우량 회사채 역시 투자원금 회수에 불안감이 줄었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같은 기간 BBB등급 이하 회사채의 발행량은 오히려 23.8%가 감소했다. 수요예측 참여 기관이 늘어나고 있지만 여전히 신용등급이 낮은 회사의 회사채 발행이 만만치 않다는 점을 보여준다.

박태우 삼성증권 연구원은 “증권사는 발행사와 투자자 사이를 잇는 중개자로서 다양한 영업채널을 보유하고 있다”며 “기업금융 계약 체결과정에서 증권사가 일시적으로 위험부담을 지니게 되지만 다양한 여신을 분산시키는 과정에서 투자자별 위험부담을 줄여주는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투자협회 관계자는 “초대형 IB 인가를 위해 준비해온 대형 5개사가 제한적이나마 시험적으로 운용해 의미 있는 결과가 나온 것으로 이해된다”며 “그동안 거래량이 매우 적었던 A등급 이하의 회사채에 숨통이 트이고 있다”고 말했다.

송종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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