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한국행 단체관광' 일부만 허용한 中

산둥성·베이징시에 한정해 상품 판매 허용

정상회담용 생색내기에 관광물꼬 텄지만

롯데호텔·면세점 쇼핑 불허 등 '갈등 앙금'





중국이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보복 조치의 상징이었던 한국행 단체관광을 제한적으로 허용하기로 했다. 지난 3월 사드 한반도 배치에 대한 보복 차원에서 자국 여행사들에 한국 관광상품을 판매하지 말라는 훈령을 내린 지 8개월 만에 금지 조치가 일부 해제된 것이지만 해제 대상을 일부 지역의 오프라인 여행사 상품에 국한하고 한국에서 롯데면세점을 방문하지 못하도록 하는 등 까다로운 조건을 내건 ‘반쪽짜리’ 허용으로 사드 문제에 대해 뒤끝을 남겼다.

중국 관광 분야 주무부처인 국가여유국은 28일 베이징과 산둥 지역 여행업계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회의를 열어 이 지역 중국 여행사들의 한국 단체관광 상품 판매를 허용하기로 했다.


다만 중국 당국의 이번 단체관광 허용 조치는 지역은 물론 상품별로도 제한적이어서 중국 단체관광이 본격화하기까지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지적이 나온다. 베이징 여행업계 관계자 등에 따르면 당국은 이날 회의에서 우선 베이징시와 산둥성 지역 여행사에 한국행 단체관광을 먼저 허용하고 다른 지역의 경우 단계적으로 단체관광을 풀어준다는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국은 또한 이번 조치가 오프라인 여행사들만을 대상으로 한 것으로 온라인 여행상품과 크루즈·전세기를 이용한 단체관광도 아직은 허용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전했다. 한국행 상품을 저가로 팔아서는 안 된다는 단서도 달았다. 국가여유국은 특히 베이징과 산둥 소재 여행사들의 한국행 상품 판매 때 롯데호텔 숙박이나 롯데면세점 쇼핑을 포함해서는 안 된다고 못을 박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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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한국행 단체관광 상품 판매를 이처럼 제한적으로 해제한 것은 지난달 31일 양국관계 회복을 위한 공동 합의문 발표 이후 사드 해빙 분위기가 확산되고 다음달 한중 정상회담을 앞둔 상황에서 ‘성의 표시’를 하면서도 한국 압박을 위해 마지막 순간까지 단체관광 완전해제라는 카드는 놓지 않으려 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한국행 패키지 상품에서 롯데호텔이나 롯데면세점 이용을 콕 찍어 배제한 것도 주한미군에 사드 용지를 제공한 롯데에 대한 감정을 그대로 드러낸 셈이다. 국가여유국은 이날 회의에서 이번 일부 단체상품 판매 허용이 ‘1차적 조치’라며 단계적 해제가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지만 한편으로 차후 한중 간에 외교안보상 민감한 사안에 대한 조율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언제든 정책방향을 바꿀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베이징의 한 소식통은 “중국이 단체관광을 일부 해제한 것은 좋은 일이지만 롯데에 대한 분풀이가 이어지고 있는데다 여행 해제 관련 제약사항이 많다”며 “실질적 효과가 얼마나 될지는 의문”이라고 우려했다.

다만 베이징 외교가에서는 다음달 문재인 대통령의 중국 방문을 계기로 한중 정상회담이 열리면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후속협상 개시 선언이 이뤄지는 등 경제 분야에서의 양국 협력에 한층 더 속도가 붙을 것이라며 이번 조치가 양국 경제·문화교류 회복을 가속화하는 기폭제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내비쳤다. 일각에서는 내년 2월 평창동계올림픽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비롯한 중국 최고위급 인사의 방한이 실현될 수 있는 만큼 한중관계 개선 흐름을 이어갈 대형 이벤트를 계기로 추가 조치를 내놓기 위해 ‘롯데 카드’를 비롯한 제약을 남겨뒀을 것이라는 추론도 제기된다.

베이징의 한 업계 관계자는 “조만간 다른 지역 여행사와 온라인 여행상품도 단계적으로 허용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중국이 사드 봉합과 관련한 한국 측의 후속조치를 반영하겠다는 뜻이 엿보인다”고 말했다. 국가여유국의 판매금지 해제 조치에서 배제된 롯데 측도 이날 당혹스러운 분위기에서도 “정확한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있다”는 조심스러운 입장을 밝혔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중국 관련 문제는 오늘 상황만으로 예단하기 어렵다”며 “조만간 한중 정상회담이 열리므로 이후 단계적으로 해결될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중국 국가여유국은 이날 회의에서 북한 여행의 경우 랴오닝성과 지린성에서 출발하는 관광만 허용하기로 했다. 최근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을 둘러싼 중국의 대북제재 강화와 관련해 북중관계가 경색된 가운데 이뤄진 조치로 해석된다. 이와 함께 일본에 대해서도 내년 일본행 관광객이 2016년과 2017년 수준을 넘지 않도록 관리하기로 했다. 업계 관계자는 오는 12월13일 난징대학살 70주년을 즈음해 일본행 관광을 억제 관리하기 위한 차원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베이징=홍병문특파원 hbm@sedaily.com

홍병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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