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한 지붕 두 수장' 모시게 된 CFPB

국장대행 잉글리시 퇴진 거부에도

트럼프, 측근 멀베이니 이중 지명

행정부-민주당 대리전 확산 조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임명한 믹 멀베이니 CFPB 국장대행이 출근 첫날인 27일(현지시간)CFPB 사무실에서 기자들에게 브리핑을 하고 있다. /워싱턴DC=AP연합뉴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임명한 믹 멀베이니 CFPB 국장대행이 출근 첫날인 27일(현지시간)CFPB 사무실에서 기자들에게 브리핑을 하고 있다. /워싱턴DC=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측근인 믹 멀베이니 백악관 예산국장을 금융소비자보호국(CFPB) 국장대행으로 지명하면서 CFPB에 ‘한 지붕 두 수장’이라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조기 사임한 리처드 코드레이 국장이 린드라 잉글리시를 사실상 국장대행으로 임명한 뒤 트럼프 대통령이 멀베이니를 임명하는 ‘이중지명’ 사태가 발생한 가운데 CFPB 임시수장을 둘러싼 두 사람 간 대립은 단순한 자리싸움을 넘어 트럼프 행정부와 민주당 간 대리전으로 확산될 조짐도 보인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27일(현지시간) CFPB 사무실로 처음 출근한 멀베이니 국장은 기자들에게 “오늘 수장으로서 사무실에 나타난 인물은 나 한 명뿐이다. 린드라 잉글리시는 여기 없다”며 자신의 정당성을 강조하는가 하면 직원들에게 보낸 e메일에서 “잉글리시의 지시는 모두 무시하라”고 주문했다. 그는 또 30일간 신규 채용 중단과 새로운 규칙 제정을 연기할 것을 지시하기도 했다.


멀베이니와 맞서는 잉글리시 부국장은 전날 밤 워싱턴DC 연방지방법원에 트럼프 대통령의 CFPB 국장대행 임명을 막아달라는 소송을 제기한 데 이어 이날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 등과 만나 의회 차원에서 멀베이니 임명을 막아달라고 요청했다. 이날 오전 CFPB 직원들에게 보낸 e메일에서도 자신을 ‘국장대행’이라고 명시하며 물러나지 않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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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흙탕 싸움으로 번져가는 이번 사태는 조기 사임 의사를 밝힌 코드레이 전 CFPB 국장이 지난 24일 자신의 비서실장인 잉글리시를 국장대행이 가능한 부국장으로 임명하고 물러나면서 시작됐다. CFPB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금융소비자 보호 강화를 위해 2011년 신설한 조직으로 각종 금융규제 완화를 추진해온 트럼프 정부와 갈등을 빚어왔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이 코드레이의 지명을 무시하고 자신의 측근을 국장대행으로 임명하면서 혼란을 초래한 것이다. 특히 이번 일은 단순한 감투싸움이 아니라 금융기관 규제와 감독을 둘러싼 트럼프 정부와 오바마 전 정부 간 알력까지 작용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혼란이 고조되자 정치권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국장대행이 아닌 국장을 지명하는 것이 사태를 수습할 최선의 방안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으며 백악관 측도 조건에 맞는 후보자를 물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후보를 찾고 의회 동의를 얻기까지 최소 몇 주에서 길게는 수개월이 걸릴 것으로 보여 당분간은 혼선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박민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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