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문재인 케어의 두 마리 토끼

김 윤 서울대 의과대학 의료관리학 교수

병원쇼핑·과잉진료 책임 강화

동네의원이 노인·만성질환 관리

건강보험 보장성 확보와 함께

낭비적 의료체계도 뜯어고쳐야

김윤 서울대 의과대학 의료관리학 교수




‘문재인케어’를 둘러싼 논란이 뜨겁다. 국민은 한편으로 ‘병원비 걱정 없는 나라’를 약속한 문재인케어에 환호하고 있다. 약속대로라면 초음파와 자기공명영상(MRI) 검사도 건강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고 큰 병에 걸려도 병원비를 걱정할 필요가 없게 된다. 병원비 부담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의 약 2배이고 매년 병원비를 감당하지 못해 수십만 명이 빈곤층으로 전락하는 상황에서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건강보험 재정지출이 감당할 수 없는 수준까지 늘어나지 않을까 걱정하는 국민도 적지 않다. 문재인케어에서 약속한 수준으로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강화하려면 정부가 말한 30조6,000억원보다 훨씬 더 많은 돈이 들어갈 것이라는 재정추계도 여기저기에서 나오고 있다.

근거가 없는 걱정은 아니다. 문재인케어로 초음파와 MRI에 건강보험이 적용되면 병원비 부담이 3분의1 정도까지 줄어들 수 있다. 줄어든 병원비 부담이 환자의 병원 쇼핑, 병원의 과잉진료를 더욱 부채질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환자의 병원 쇼핑과 병원의 과잉진료는 우리나라 의료의 고질적인 병폐다. 문재인케어 때문에 새로 생긴 문제가 아니라는 뜻이다. 금이 가서 물이 샌다고 독에 물을 부으면 안 된다고 할 것이 아니라 새는 곳을 찾아 막고 물을 담아야 한다. 병원 쇼핑과 과잉진료 같은 낭비적 의료문화를 이번 기회에 치료하지 않으면 국민의 병원비 부담을 덜어주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건강보험의 미래도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어떻게 하면 물이 새는 독을 고칠 수 있을까. 먼저 국민이 병원을 합리적으로 이용하도록 해야 한다. 가벼운 병으로 대학병원에 가거나 이 병원 저 병원에서 중복해서 초음파나 MRI를 찍을 경우 환자의 병원비 부담을 대폭 늘려야 한다. 문재인케어로 병원비 부담을 크게 줄여주는 대신 불합리한 의료 이용에 대해서는 개인이 더 많은 책임을 지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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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도 과잉진료를 하지 않도록 만들어야 한다. 병원은 건강보험 수가가 낮기 때문에 병원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박리다매식 과잉진료를 할 수밖에 없다고 항변해왔다. 검사 횟수를 정해놓고 그보다 검사를 더 많이 하면 병원비를 삭감하는 기계적인 진료비 심사방식 때문에 비보험 진료를 할 수 없다고 주장해왔다. 심사기준에 맞지 않아도 검사가 필요한 환자가 있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약속한 대로 건강보험 수가를 적정한 수준으로 올리는 대신 병원도 불필요한 과잉진료를 엄격하게 관리해야 한다. 과잉진료를 하지 않는 병원에 인센티브를 주는 방법도 필요하다. 기계적인 진료비 심사방식을 개선해 의학적으로 필요하면 얼마든지 검사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대신 병원 진료비 총량을 관리함으로써 과잉진료를 억제할 수 있다.

노인의료비를 걱정하는 목소리도 높다. 노인의료비가 크게 늘어날 것이 자명한데 문재인케어까지 덧붙여지면 의료비가 더 빨리 늘어날 수 있다. 우리나라는 중풍 같은 급성질환은 잘 치료하지만 고혈압·당뇨병 같은 만성질환은 잘 관리하지 못한다. 선진국처럼 주치의가 환자를 책임지고 치료하는 게 아니라 환자가 아무 병원이나 갈 수 있게 허용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노인의료비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은 동네의원이 노인과 만성질환을 책임지고 관리하는 체계로 바꾸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수도권 대학병원에 환자가 몰리는 것도 막을 수 있다. 노인의료비라는 시한폭탄을 앞에 두고 걱정만 하면서 손을 놓고 있을 것이 아니라 낭비적 의료제도를 이번 기회에 뜯어고쳐야 한다. 문재인케어는 우리나라 의료체계를 근본적으로 뜯어고칠 수 있는 좋은 계기다.

문재인케어는 한편으로 국민들이 원하는 ‘병원비 걱정 없는 대한민국’을 만들고 다른 한편으로는 고령화에 대비해 우리나라 의료체계를 대대적으로 개편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노인과 만성질환 관리에 무능하고 병원 쇼핑과 과잉진료가 만연한 지금과 같은 낭비적 의료체계를 뜯어고치지 않는다면 문제인케어는 성공할 수 없다. 문재인케어는 건강보험 보장성과 의료체계 개편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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