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달여 앞으로 다가온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을 이 선수만큼 손꼽아 기다리는 외국 선수도 드물 것이다. 체코 선수단의 에스더 레데츠카(22)가 주인공이다.
레데츠카의 목표는 평창올림픽에서 1인 2역을 맡는 것. 스키 대표팀으로, 또 스노보드 대표팀으로 참가하기 위해 마지막 담금질에 한창이다. 역대로 단일 올림픽에서 스키·스노보드 종목을 모두 뛴 선수는 일찍이 없었다. 레데츠카는 평창올림픽에서 스키·스노보드 동시 출전이라는 새 역사를 쓰려 하고 있다.
만 2세 때부터 스키를, 만 5세부터 스노보드를 탄 레데츠카는 유럽에서는 이미 유명스타다. 2013년 모든 종목을 통틀어 올해의 체코 유망주로 뽑힌 그는 지난해 스노보드 세계선수권과 알파인스키 세계선수권을 모두 출전하는 최초 기록을 썼다. 스페인에서는 스노보드 여자 평행대회전 금메달과 평행회전 은메달을 따냈고 스위스에서는 알파인 활강과 복합, 슈퍼대회전에서 모두 톱30에 들었다. 스노보드 코치인 저스틴 라이터는 28일 뉴욕타임스에 “레데츠카는 현역 동계스포츠 선수 중 최고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고 자랑했다. 또 올림픽 4회 출전 경력의 스키 코치 토마스 방크는 “두 종목을 번갈아 하다 보니 싫증을 모른다. 물론 스노보드에서 실수가 나오면 스키에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위험도 있다”고 설명했다. “알파인스키를 하다가 스노보드로 바꿔 타면 독일 아우토반을 질주하다 일반 도로를 달리는 것 같은 느낌일 것”이라고도 했다. 알파인스키가 스노보드 기량 발전에 큰 도움이 된다는 얘기다.
레데츠카의 외할아버지는 1960년대 아이스하키 스타 플레이어인 얀 클라팍이고 아버지는 국민 음악가인 야넥 레데츠키다. 야넥이 뮤지컬로 각색한 ‘햄릿’은 한국에서 특히 큰 인기를 끌었다. 방크는 “2년 전만 해도 레데츠카는 야넥의 딸로 불렸지만 지금은 야넥이 레데츠카의 아버지로 통한다”고 했다.
가족의 영향인지 레데츠카는 기타와 노래를 즐기고 아이스하키와 비치발리볼, 윈드서핑도 잘한다. 레데츠카는 “주위 사람들에게서 ‘한 분야의 전문가가 돼야 한다. 둘 다 하려다 보면 이도 저도 못 된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하지만 우리 가족은 한 종목을 택해야 한다는 압박을 전혀 주지 않았고 나도 어느 것 하나 포기할 수 없었다”고 돌아봤다. 그는 어릴 때부터 1년의 반을 산에서 보내야 했다. 지금도 “일정이 너무 빡빡해 시즌 시작 전 플랜A부터 플랜Z까지 짜놓고 움직여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래도 올림픽 최초 기록이라는 목표가 있어 멈출 수 없다.
레데츠카는 평창올림픽 스노보드 평행대회전 메달 후보다. 알파인스키는 대회전과 슈퍼대회전 출전권을 노리고 있다. 최근 2주간 미국 콜로라도에서 스노보드 훈련을 한 그는 다음달 초 캐나다 앨버타에서 열릴 알파인스키 월드컵에 출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