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단독]기막힌 노조... 국제 망신당한 한국

건설노조 불법 집회로 아세안 귀빈들 40분 걸어서 마포대교 건너

전경련 국제행사 지각사태... 일부 인사는 아예 발길 돌려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은행 앞에서 열린 ‘2017 건설노동자 총파업 결의대회’를 마친 전국건설노동조합 노조원들이 청와대를 향한 행진을 위해 마포대교를 점거해 시위를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은행 앞에서 열린 ‘2017 건설노동자 총파업 결의대회’를 마친 전국건설노동조합 노조원들이 청와대를 향한 행진을 위해 마포대교를 점거해 시위를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건설노조가 서울 도심에서 불법 집회를 벌이며 마포대교가 통제되는 바람에 한국과 경제협력을 논의하기 위해 방문한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주요 인사와 각국 대사들이 찬바람을 맞고 40분가량을 걸어와 국제행사가 지연되는 황당한 사태가 발생했다. 일부 귀빈들은 경호 문제와 외교적 결례를 지적하며 돌아가는 등 불법 시위로 국제적 망신을 사게 됐다.

28일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열릴 예정이던 ‘아세안나이트2017’ 만찬 일정이 지연되고 상당수 국내외 인사들이 지각·불참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행사는 당초 오후6시30분께 허창수 전경련 회장이 밤방 브로조네고로 인도네시아 국가개발기획부 장관, 엘리자베스 부엔수세소 아세안연계성조정위원회 위원장, 아웅나잉우 미얀마 투자기업관리청장 등 국내외 100여명 인사들에게 환영사를 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일정이 갑자기 10여분 지연됐고 일부 인사들은 나타나지도 않았다. 건설노조 조합원들이 서울 여의도 국민은행 앞에서 ‘건설노동자 총파업 결의대회’를 열고 도심 불법 집회를 통해 마포대교를 점거한 탓에 허 회장뿐 아니라 아세안의 장관급 인사와 베트남·싱가포르 등 여러 대사들이 마포대교 앞에서 차를 세우고 여의도 전경련까지 약 3㎞를 강바람을 맞으며 40분가량 걸어왔기 때문이다.

관련기사



특히 이날 사태로 아세안 측 행사 의장인 부엔수세소 위원장이 오던 길을 멈추고 돌아간 것으로 파악됐다.

부엔수세소 위원장은 브로조네고로 장관과 함께 이날 행사에 참석할 최고위 귀빈이었다. 하지만 불법 집회로 인해 마포대교를 걸어서 건널 상황이 되자 경호상의 이유 등을 문제 삼아 발길을 옮겼다. 아세안 측의 한 관계자는 “단체로 버스를 타고 오다가 마포대교 앞에서 제지당했고 경찰들이 우회하라고 지시했다”며 “이 과정에서 일부는 버스에서 내려 걸어가기도 했지만 부엔수세소 위원장은 외교적으로 상당한 결례를 당했다고 표하며 발길을 돌렸다”고 설명했다. 행사에 참석한 한 국내 기업 관계자는 “아세안 인프라 개발 등 경제협력에 더해 평창동계올림픽까지 홍보하는 자리였는데 도로를 불법으로 점거한 한국의 모습만 심어주게 됐다”고 허탈해했다.

경제계에서는 이날 사건이 친노조 성향의 정부에서 고삐 풀린 노조의 위상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꼬집었다. 불법 농성으로 마포대교가 막히며 퇴근길이 아수라장이 됐지만 경찰은 몇 시간 동안 현장을 정리하지 못했다. 행사 관계자는 “퇴근길에 수만명의 국민이 불편을 겪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고 불법 집회를 했다”고 말했다.



구경우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