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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생은 처음이라’ 종영] ‘결혼’에 대한 솔직한 직구…‘인생드라마’를 만들다

시작은 계약결혼이었지만 끝은 사랑이었다. 결혼과 사랑의 가치관 현실적이면서 솔직하게 그린 ‘이번 생은 처음이라’가 드라마틱한 해피엔딩을 전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28일 방송된 tvN 월화드라마 ‘이번 생은 처음이라’에서는 계약 결혼을 했다가 이혼했던 남세희(이민기 분)와 윤지호(정소민 분)가 서로의 마음을 깨닫고 진짜 부부가 되는 모습이 그려졌다.




사진=‘이번생은 처음이라’ 캡처사진=‘이번생은 처음이라’ 캡처


서로의 이익을 위해 세희와 계약 결혼을 했던 지호였지만 서로에 대한 감정이 진심이 되자 결혼에 대해 회의감을 느끼게 됐다. 결국 지호는 세희에게 이혼을 선언하며 ”이혼 후 몽골에 가겠다”며 배낭을 메고 집을 나섰다. 세희는 지호를 잡지 못했고, 그가 떠나자 힘든 나날을 보냈다.

힘든 건 지호 역시 마찬가지였다. 자신이 세희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지호는 케이크를 만들어 그와 함께 살던 집에 갔지만 이미 그는 그 집을 내놓은 상황이었다. 갈 곳이 없어진 지호는 호랑(김가은 분)의 옥탑방으로 갔고, 그곳에서 자신과 마찬가지로 힘들어 하는 세희를 보게 됐다. 술에 취해 잠든 세희는 잠결에 지호를 보자 “내가 많이 보고 싶었나보네. 꿈에 나올 만큼”이라고 말한 뒤, 지호의 사랑한다는 고백에 “나쁘다. 내 옆에 없을 거면서. 깨보면 없을 거면서 왜 사랑한대”라고 그동안 말하지 않았던 속마음을 전했다.

다음 날이 돼서야 세희는 지호가 다시 자신에게 왔다는 걸 알게 됐다. 이별에 대해 화를 내고 투정을 부렸던 세희는 지호와 진한 키스를 나누며 서로에 대한 마음을 확인했다.

세희와 지호 커플 외에도 원석(김민석 분)과 호랑, 수지(이솜 분)와 상구(박병은 분) 커플 또한 행복한 사랑의 결실을 이뤘다.

7년간 연애를 했다가 결혼이라는 현실에서 고민하다 호랑과 헤어졌던 원석은 뒤늦게 그녀의 자리가 크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 보미(윤보미 분)로부터 호랑이 회계사(강성욱 분)에게 프러포즈를 받았다는 사실을 알게 된 원석은 그 길로 호랑에게 뛰어갔다. 호랑과 마주한 원석은 눈물로서 호랑에게 프러포즈를 했고, 두 사람은 다시 미래를 꿈꾸게 됐다.

결혼에 대해 회의적이었던 수지(이솜) 또한 상구(박병은)에게 프러포즈를 했다. 자신의 옆에서 늘 조력자 역할을 하던 상구에게 수지가 “비행기 마일리지를 함께 쓰자”고 말하며 결혼에 대해 돌려 말했고, 이에 상구는 기뻐하면서 두 사람의 행복한 미래를 알렸다.


집 있는 달팽이가 세상 제일 부러운 ‘홈리스’ 지호와 현관만 내 집인 ‘하우스푸어’ 집주인 세희가 한집에 살면서 펼쳐지는 이야기를 그렸던 ‘이번 생은 처음이라’의 마지막은 모두가 행복한 ‘해피엔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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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생은 처음이라’에 등장한 세 커플은 드라마인 만큼 과장된 부분이 있지만 ‘결혼’이라는 주제로 젊은 세대들의 고민과 갈등을 여러 측면에서 표현해 나갔다. 오랫동안 연애를 했지만 결혼 앞에서 주저하다가 헤어지는 커플, 비혼을 선언한 남과 여, 사랑 보다는 이익과 조건을 따지는 합리적인 계약 결혼 등 30대 남녀로서 현실에서 한 번 쯤은 고민하고 갈등에 부딪쳤을 부분들을 솔직하면서도 유쾌한 시각으로 그려낸 ‘이번 생은 처음이라’는 공감대를 형성하며 시청률은 높지 않지만, 빠르게 고정층의 시청자를 만들어 내는데 성공했다.

사진=‘이번생은 처음이라’ 캡처사진=‘이번생은 처음이라’ 캡처


‘이번 생은 처음이라’는 단순하게 사랑과 결혼에 대해서만 다룬 것이 아니었다. 결혼이후 따라오는 사회의 제도와 관습에 대해 정면으로 부딪친 것이다. 결혼을 했다는 이유로 명절날 이뤄지는 가사노동 등에 대해 알리는가 하면, 어른들의 강요와 갈등으로 인해 부부생활의 본질인 ‘사랑’을 잊고 살아가는 현실을 직절 적이면서도 코믹하게 그려냈다.

결혼에 대한 세희의 대사 역시 ‘결혼’이라는 현실을 놓고 갈등하는 이들에게 많은 생각할 여지를 전해주었다. 지호를 향해 “다시는 떨어져 있고 싶지 않다. 그리고 법적인 보호자가 되고 싶다. 그래서 어떤 위험한 일이 생겨도 제가 제일 먼저 달려갈 수 있게. 하지만 결혼이 사랑을 변질시킬 수 있는 제도임에는 분명하다. 부모님이 정해놓은 제도와 틀은 더 이상 우리 감정이 다치는 일도 원하지 않는다. 우리만의 대안을 찾아보자”라고 말한 세희의 대사는 오늘날 왜 사람들이 연애를 하고 결혼을 생각하게 되는지, 그리고 그 이후의 문제들에 대해 정확하게 짚어준 것이다.

합리적인 이유를 찾다가 서로에 대한 감정이 진심이 되면서 진짜 부부가 된 세희와 지호 커플은 서로의 사랑을 지키기 위해 기꺼이 ‘도라이 부부’가 되기로 결심했다. 명절에 각자의 집에 가서 인사를 드린 뒤, 서로에게 미안한 노동은 하지 않기로 한 것이다. 물론 양가 부모님은 노발대발하고 그저 그 뿐이었다. 이들에게 중요한 것은 두 사람이었다. “중요한건 어떤 형태로든 옆에 있는 이 사람과 지금 있는 이 순간을 함께 하는 것. 그래도 우리는 우선 사랑만 하기로 한다. 어차피 이번 생은 우리 모두 처음이니까”라는 지호의 내레이션은 보는 이들로 하여금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

전반적으로 ‘이번 생은 처음이라’는 밝고 가벼웠지만, 그 안에 담긴 내용은 결고 가볍지 않았다. 여자들이 사회생활을 하면서 은연중에 받게 되는 차별과 성적 희롱 등 문제들을 날카롭게 꼬집는가 하면, 이에 대한 사이다 반격을 전해주면서 시청자들의 호응을 이끌어 냈다.

배우들의 연기 또한 좋았다. ‘연기구멍’을 찾아 볼 수 없는 배우들은 각자의 캐릭터를 완벽하게 소화한 것이다. 현실적인 세희를 독특하면서도 공감가능한 인물로 만들어낸 이민기는 ‘이번 생은 처음이라’를 통해 ‘인생캐릭터’를 경신했으며, 정소민은 전작인 ‘아버지가 이상해’에 이어 또 한 번 대표작을 만드는데 성공했다. 김가은과 김민석, 이솜과 박병은 또한 마찬가지였다. 이들 외에도 윤보미와 강성욱 등 드라마에서 낯선 얼굴들이었지만 각자의 독특한 캐릭터를 살리면서 극의 재미와 감칠맛을 높이는데 일조했다.

‘이번 생은 처음이라’의 마지막은 해피엔딩이기에, 현실에서는 이룰 수 없는, ‘비현실적스러운’ 면이 있는 것은 분명했다. 하지만 도리어 현실과 비현실을 모두 담아냈기에 ‘이번 생은 처음이라’는 다큐멘터리가 아닌 드라마로 남으면서 재미와 공감을 모두 주는 데 성공했다.

/서경스타 금빛나기자 sestar@sedaily.com

금빛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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