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금융가

"최종구 언급한 곳 어디냐" 긴장감 돈 금융권

"회장 셀프 연임은 중대 직무유기"

지목된 금융사는 '해명 해프닝'

최종구 금융위원장의 발언 때문에 29일 금융권이 묘한 긴장감에 싸였다.

발단은 최 위원장이 이날 ‘장기·소액연체자 지원 대책’ 브리핑 이후 진행된 질의·응답 과정에서 한 발언이었다. 최 위원장은 민간협회 회장 선임과정의 논란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대기업 그룹에 속한 회원사 출신 분들이 그런 그룹의 후원을 받아 계속 회장에 선임됐는데, 그런 일이 또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는 지난 2014년 세월호 사고 이후 손해보험협회나 생명보험협회·은행연합회·금융투자협회 등 민간협회 회장에 관료 출신이 아닌 소속 회원사에서 회장이 배출된 데 대한 불만을 드러낸 게 아니냐는 해석을 낳았다. 실제 이수창 생보협회장은 삼성생명 사장을, 김용덕 손보협회장 직전의 장남식 전 손보협회장은 LIG손해보험 고문 등을 지냈다.


최 위원장은 또 “최고경영자(CEO) 스스로 (자신과) 가까운 분들로 CEO 선임권을 가진 이사회를 구성해 본인의 연임을 유리하게 짠다는 논란이 있다”면서 “승계 프로그램이 마련되지 않아 유고 시 즉각 승계 절차가 안 되고 그래서 장기 경영 공백이 생기기도 한다”고 말했다. CEO가 사외이사를 선임하고, 사외이사가 CEO를 선임하는 이른바 회전문 인사로 CEO가 본인 연임에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노조의 주장과 궤를 같이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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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위원장은 작심한 듯 다음 발언을 이어갔다. 그는 “은행권의 경우 특정한 대주주가 없어 CEO가 본인의 연임에 큰 영향력을 스스로 행사할 수 있는 게 아니냐가 논란의 중심”이라며 “만약 자기와 경쟁할 사람을 인사 조치해 대안이 없게 만들고 자기 혼자 (연임을) 할 수밖에 없게 분위기를 조성한 게 사실이면 CEO의 중대한 책무 유기”라고도 했다. 금융권에서는 최 위원장이 ‘작정하고 특정 금융회사를 겨냥한 게 아니냐’는 관측까지 나왔다. 민간협회장과 은행장 선임과정에서 논란이 불거지는 데도 금융당국이 뒷짐만 지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자 최 위원장이 작심하고 구두경고를 보냈다는 것이다. 이날 지목된 금융회사들은 서로 “우리는 아니다”라며 손사래를 치며 부인하는 해프닝이 연출됐다.

하지만 최 위원장은 우리은행장 선출 과정에 대해 “과점주주가 주축이 돼 자율적으로 선임했고 저는 두 후보자의 이름을 최근에야 들었고 얼굴 한 번 본 적 없다”고 말했고, 은행연합회장 선임에 대해서도 “많은 분이 의외라고도 하지만 (협회차원에서) 자율적으로 선임됐다”고 강조했다. 최 위원장은 마지막으로 “CEO와 경영진 구성은 자율적으로 이뤄져야 하지만 이런 문제가 없도록 하는 것도 금융당국이 해야 할 일”이라며 금융당국이 금융회사 지배구조 개선에 나설 수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황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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