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가짜미소' 기업 이미지 개선

정삼영 서울과학종합대학원 금융대학원장





가짜 미소가 늘고 있다. 바로 ‘팬암 미소(Pan Am Smile)’라는 것이다. 이는 흔히 팬암항공이라고 불리던 미국의 ‘팬아메리칸월드항공(Pan American World Airways)’ 승무원들의 미소로부터 유래됐다. 승무원들이 서비스하면서 친절하게 보이고자 ‘얼굴의 아랫부분의 근육만을 이용해서 입가만 살짝 들어 올리고 웃는다’고 해서 그렇게 이름 지어졌다. 웃고는 있지만 진심이 아니기에 미소를 짓는 사람도, 또 그것을 마주하는 사람도 불편하게 한다. 반드시 가짜 미소 때문만은 아니겠지만 한때 세계 최고의 규모였던 이 항공사는 지난 1991년 파산했다.

상업적인 측면에서 이처럼 가짜 미소가 늘고 있다. 일종의 ‘접대용’ 미소에 대한 경제적 효용가치가 너무 부풀려져 있는 탓이다. 무조건 웃으면 친절한 사람이라고 받아들여질까. 그래서 매출이 늘어날까. 물건을 사러 매장에 가보자. 손님을 응대할 때 진심으로 우러나오는 진짜 미소와 그저 접대를 위해 지어 보이는 가짜 미소는 어린아이도 구분할 줄 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저 미소를 짓는 것이 이미지 관리와 매출 증대에 도움이 된다고 철석같이 믿고 있다. 단순한 접대용 가짜 미소는 지갑을 닫고 발길을 돌리게 하는 원인이 된다.


손님의 구매를 늘리기 위해서는 진짜 미소가 필요하다. 비단 미소뿐만이 아니다. 진심이 담겨 있지 않은 기업의 이미지 광고와 자선행사는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일으킨다. 기업의 사회에 대한 기여가 중요시되는 이 시점에 많은 기업들이 이미지를 보다 친사회·친환경·친인간적으로 다듬기 위해서 발버둥 치고 있다. 연기금들뿐 아니라 실제 적지 않은 수의 자산운용사들이 최근 이러한 통계를 자의 반 타의 반으로 투자 결정에 참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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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론적으로도 기업 이미지가 좋으면 외부에서 자금을 쉽고 싸게 조달할 수 있으며 노사 관계에 있어서도 근로자들의 이해를 구하기가 수월하다. 아울러 소비자들의 관심이 높아져 매출에도 좋은 영향을 미치며 이는 곧 주가에 반영될 수 있다. 그렇다면 기업 이미지를 이용한 투자 전략의 신뢰성은 어느 정도나 될까.

매사추세츠대의 토머스 슈니와이즈 교수와 필자는 지난 15년에 걸쳐 포춘과 이코노미스트의 조사에 이용된 기업들을 상대로 순위 발표 전과 발표 후 각각 1년간의 주가 수익률을 비교해 보았다. 두 경제지의 조사에서 상위(하위) 5%에 포함된 기업들의 연평균 초과 수익률은 발표 직전 연도 3.17%(-5.17%)에서 발표 후 0.86%(-2.01%)로 통계적 신뢰성이 매우 낮아졌다. 하지만 여전히 상위그룹과 하위그룹 간의 차이는 존재했다.

즉 기업의 이미지 순위는 조사기간, 혹은 그전 수개월간의 주가 수익률과 밀접한 관계를 갖는 것일 뿐 주가 변동률을 감안한다면 미래에 대한 투자 전략적 가치 면에서는 미흡하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본격적인 회복기에 접어든 우리의 증시가 연일 폭등세를 지속하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항상 남보다 한발 빠른 뉴스에 목말라하는 투자자들에게는 기업에 관한 모든 뉴스가 호재가 될 수도 있고 악재가 될 수도 있다.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은 기업 이미지를 통해 상품의 신뢰도를 측정하는 경향이 높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투자자들은 좋은 이미지를 지닌 기업들이 실적도 좋을 것으로 믿을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위험한 추측이다. 기업의 이미지도 중요하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결국 ‘기업의 실적’이다. 실적이 좋은 기업이 좋은 이미지를 갖게 되는 것이지 기업 이미지가 미래의 실적을 보장할 수는 결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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