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이 공직자와 민간인을 불법사찰하는 데 관여한 의혹을 받는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이 16시간이 넘는 검찰 조사를 받고 귀가했다.
서울중앙지검 국정원 수사팀(팀장 박찬호 2차장)은 29일 오전 10시께부터 이튿날 새벽 2시께까지 우 전 수석을 강도 높게 조사했다. 우 전 수석은 검찰청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최윤수 전 국정원 2차장 구속영장 청구 소식을 들었는지 묻는 말에 “가슴이 아프다”며 “잘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검사장을 지낸 최 전 차장은 구속기소 된 추명호 전 국장 직속상관이다. 우 전 수석과는 서울대 법대 84학번 동기며 개인적으로 가까운 사이인 것으로 전해졌다.
우 전 수석은 박근혜 정부 청와대에 있을 당시 국정원에 지시해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 박민권 1차관 등 문화체육관광부 고위 간부, 이광구 우리은행장, 김진선 전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 등을 불법사찰한 혐의(직권남용 등)를 받는다. 박근혜 정부에서 문화예술인 지원배제 명단(블랙리스트)을 작성한 데 개입한 혐의도 있다. 앞서 국정원 적폐청산TF는 우 전 수석 지시를 계기로 문체부가 지원사업 예정 대상자 명단을 국정원에 보내면 국정원이 허가 여부를 결정해 통보하는 식으로 업무 협조 관계가 구축됐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우 전 수석은 검찰 조사에서 직권남용 등 혐의 전반을 부인했다. 앞서 추 전 국장 등은 우 전 수석에게 지시를 받았다고 검찰에 진술했다. 우 전 수석은 “업무상 (추 전 국장과) 통상적인 전화만을 주고받았고 자세한 것은 기억나지 않는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우 전 수석에게 직권남용 및 국정원법 위반 등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 /정지형인턴기자 kingkong93@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