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긴축의 시대 '돈파티' 끝났다]취약계층 이자 폭탄만 2.3조…121조 한계기업 여신도 휘청

<상>금리인상, 전방위 고통의 시작

2금융권 대출·마이너스통장은 실제 부담 더 커져

다중채무자도 390만명 달해…한계가구 늘어날 듯

기업은 구조조정 내몰려…경기회복세 꺾일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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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5년 10월11일 한국은행은 3.25%였던 기준금리를 3.5%로 올렸다. 이때부터 2008년 8월까지 총 여덟번 금리가 인상됐다. 2003년 카드 사태의 악몽을 딛고 경기가 조금씩 살아난데다 부동산 가격이 과도하게 오른 탓이다. 대출금리는 어땠을까. 기준금리가 2%포인트 오르는 동안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평균 5.61%에서 7.25%로 1.64%포인트 조정됐는데 신용은 6.66%에서 8.97%로 2.31%나 상승했다. 신용이 담보보다 40.8%가량 많이 올랐다.

최근 기준금리 인상기인 2010년 7월부터 2012년 6월까지 담보대출은 0.06%포인트, 신용은 0.67%포인트 높아졌다. 조정폭이 10배나 되는 셈이다.


긴축의 시대가 열리면서 금리 인상의 전방위 고통이 시작됐다. 물론 긴축은 거품을 막는다. 장기간의 저금리는 또 다른 위기를 잉태한다. 물가 인상에 대한 대응책이기도 하다.

하지만 기준금리 인상은 과거 사례에서 보듯 신용대출을 많이 쓰는 저소득층과 중소기업에 직격탄이다. 6년5개월, 넓게는 글로벌 금융위기 후 10년 가까이 지속돼온 초저금리 시대가 막을 내리면 한계계층을 중심으로 어려움이 커진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얘기다.

파급효과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금리 상승으로의 대전환이 시작돼 가계 전체적으로도 가처분소득이 줄고 소비가 감소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버티지 못하는 계층과 기업은 구조조정에 내몰리고 이는 부동산 시장과 일자리에 악영향을 준다. 자칫 경기 회복세를 꺾을 수 있다는 뜻이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국내 가계부채 차주 가운데 상환 능력이 부족해 부실화 우려가 큰 ‘C그룹’은 32만가구로 전체의 2.9%다. 가구당 3~4명으로 따지면 100만명이 영향권이다. 이들이 보유한 가계부채는 94조원에 달한다. 지금도 연간 연리금 상환액이 처분가능소득의 40%를 넘는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기준금리 조정폭인 0.25%포인트에 맞춰 대출금리가 오르면 약 2조3,000억원의 추가 부담이 생긴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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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는 변동금리만 따진 것으로 대출기간이 1·3·5년인 2금융권의 모든 대출과 1년마다 계약금리가 달라지는 은행의 마이너스통장(고정금리)을 고려하면 실제 부담은 더 커진다. 한은은 대출금리가 1%포인트 상승하면 한계가구가 2만5,000가구 늘어나지만 1.5%포인트 오르면 6만가구나 증가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세곳 이상의 금융기관에 대출이 있는 다중채무자도 390만명에 달한다. 게다가 금융 당국은 총체적상환비율(DSR)을 도입하면서 대출 문턱을 높였다. 빚이 많은 이들에게는 금리 인상과 대출 감소라는 두 가지 악재가 함께 오는 셈이다.

영세 자영업자도 마찬가지다. 음식점이나 소매업을 주로 하는 생계형 자영업자 48만명이 지고 있는 빚은 38조6,000억원에 이른다. 이들의 연소득은 1,600만원이지만 대출은 평균 8,000만원에 불과하다.

한계기업의 부실 가능성도 높아졌다. 영업을 해 벌어들인 돈으로 이자도 못 내는 ‘좀비기업’의 경우 지난해 3,126개로 여신 규모는 121조2,000억원이다. 추가적인 금리 인상 시 도미노 부실이 불가피하다. 정부가 STX조선을 비롯해 조선 업종에 대한 구조조정을 서두르는 것도 이를 고려한 것이다.

문제는 이 같은 긴축이 일부 가계와 기업에만 영향을 주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금리를 올리는 것 자체가 경기가 좋아졌다는 신호지만 본격적인 구조조정은 일자리 감소로 이어지면서 가계와 기업의 고통을 더 키운다. 이 경우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의 고리가 끊긴다. 상황에 따라서는 금융권 부실로 이어져 시스템 리스크로 번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때문에 긴축에도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얘기가 많다.

이는 경기 회복 속도와도 맞물려 있다. 정부는 내년에도 3% 성장이 가능하다는 입장이지만 낙수효과가 사라진데다 우리 경제를 이끌고 있는 반도체 경기가 고꾸라질 경우 대규모 충격이 불가피하다. 금리 인상에 따른 원·달러 환율 인상도 중소기업의 경영난을 부채질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취약 계층이 금리 상승에 더 많이 노출되고 부담이 많아 리스크가 크다”며 “가처분소득이 줄면서 내수 회복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어 국내외 경제 상황을 살피면서 정책을 펴야 한다”고 설명했다. /세종=김영필기자 susopa@sedaily.com

김영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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