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096770)이 ‘딥체인지 2.0’의 핵심 사업인 전기차 배터리와 2차전지 분리막 증설에 1조원을 쏟아붓는다.
SK이노베이션은 29일 이사회를 열고 충북 증평 정보전자소재 공장의 리튬이온전지분리막(LiBS) 생산 시설과 충남 서산 배터리 공장 증설에 약 2,000억원을 투자한다고 밝혔다. 특히 올해 5월 발표한 유럽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헝가리에 설립키로 하고 총 8,402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우선 국내 투자액 2,000억원 중 증평 공장에는 1,500억원을 넣어 리튬이온 배터리 분리막 설비 12·13호기를 증설한다. 2019년 하반기까지 증설을 마치면 SK이노베이션의 연간 분리막 생산능력은 연산 약 5억㎡로 늘어나 세계 1위 기업인 일본 아사히카세히를 바짝 추격하게 된다. 회사 측은 “폭발적인 전기차 시장 확대와 IT기기의 수요 증가로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리튬이온 배터리 분리막 시장에서 주도적 위치를 공고히 하기 위해 증설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전기차 배터리 생산시설 증설은 국내와 유럽에서 동시에 추진한다. 국내 완성차 업체들의 수주 물량 증가에 따라 충남 서산 제2배터리 공장에 연산 0.8GWh(기가와트시) 규모의 7호 생산설비를 확충한다. 가동 중인 설비를 포함하면 7호 설비가 완공될 경우 국내에서만 총 4.7GWh의 배터리 생산능력을 보유하게 된다.
또 유럽 교두보인 헝가리엔 총 8,402억원을 단계적으로 투자한다. 약 43만㎡ 부지에 건설되는 헝가리 배터리공장의 연간 생산 규모는 7.5GWh로 내년 2월 착공해 2020년 초부터 양산한다. 다임러벤츠와 배터리 공급 계약을 맺은 SK이노베이션은 헝가리 공장을 유럽 전기차 시장 공략의 전초기지로 삼기로 했다.
이번 투자로 SK이노베이션은 4차산업혁명 시대의 필수 산업인 2차전지 분야에서 국내외 글로벌 기업과의 치열한 경쟁을 예고했다.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도 지난 5월 ‘딥체인지 2.0’을 선언하고 “혹독한 알래스카에서 치열한 경쟁이 있는 아프리카 초원으로 가야 할 때”라고 말한 바 있다.
일단 SK이노베이션은 전기차 배터리 생산과 분리막 분야에서 글로벌 기업들과 경쟁 체제를 갖추게 됐다는 평가다. 특히 배터리 생산 능력도 2020년에는 연산 12.2GWh 규모로 확대되는 만큼 ‘규모의 경제’도 갖춰 일본의 AESC와 파나소닉, 중국의 비야드와 닝더스다이, 한국의 LG화학, 삼성SDI와 치열한 경쟁이 가능할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국내 1위인 LG화학이 10GWh, 삼성SDI는 7GWh 이상의 생산능력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추산한다.
세계에서 세 번째로 습식 분리막 생산 기술을 확보했던 분리막 분야에서는 1위 달성이 그리 멀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이 시장에선 일본의 아사히카세히가 19.7%로 1위이며 SK이노베이션과 일본 도레이가 각각 15.4%, 14.6%로 뒤를 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