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0.25%p(포인트) 인상했다.
한은은 30일 오전 서울 중구 한은 본부에서 금융통화위원회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1.25%에서 연 1.50%로 올렸다. 지난해 6월 이래 17개월간 이어진 사상 최저금리 시대는 끝났다. 한은 금리 인상은 2011년 6월 이후 6년 5개월 만이다. 이주열 한은 총재가 지난 6월 통화정책 완화 정도 조정이 필요하다고 방향 전환을 예고한 지는 5개월 만이다.
금융시장에서는 지난달 금통위에서 인상 소수의견이 나오자 이달 금리 인상을 사실상 기정사실로 받아들여 금리 등에 미리 반영했다. 이번 금리 인상 배경에는 최근 경기 회복세가 확실하다는 자신감이 깔려 있다. 한국 경제는 수출 급증에 힘입어 예상보다 훨씬 강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3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1.4%(속보치)를 기록했고 10월 이후에도 수출 증가세는 순항 중이다.
이를 반영해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3.2%로 올려잡았다. 내년 성장률도 3.0%로 보고 있다. 잠재성장률(연 2.8∼2.9%)을 웃도는 수준이다. 이 총재가 금리 인상 전제 조건으로 제시한 ‘뚜렷한 성장세’에 부합한다는 평가다.
북한 리스크와 사드 갈등에 눌렸던 소비심리도 지난달 6년 11개월 만에 최고를 기록하는 등 개선됐다. 북한 미사일 도발도 한은 통화정책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았다.
반면 가계부채는 1,400조 원을 돌파하며 위험수위를 넘었다. 초저금리로 기조가 오래 이어지며 쌓인 부작용이다. 대외적으로는 다음 달로 예상되는 미국 추가 금리 인상도 금융불안 요인이다. 신흥국인 한국이 미국보다 금리가 낮으면 자본 이탈을 유발할 수 있다. 만일 이날 회의에서 한은이 금리를 동결했더라면 다음 달 양국 금리는 10년 만에 역전된다. 높은 신인도 등으로 한국에서 당장 자금이탈이 현실화되지는 않겠지만 늘 불안감을 조성하는 요인이다.
이제 관심은 내년 추가 인상 여부다. 금융시장에서는 1∼2회 추가 인상할 것이라는 전망이 일반적이다. 반도체 등 일부를 제외하고는 아직 경기가 회복되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데도 금리를 빠른 속도로 올리면 산업 경쟁력 약화와 내수경기 타격이 우려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앞으로 경기 상황과 부동산 시장 및 가계부채 흐름, 미 금리 인상 횟수 등이 추가 금리 인상에 주요 변수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지형인턴기자 kingkong93@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