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OS는 미쉘린을 비롯해 전 세계 다양한 타이어 기업에 3D 프린터로 만든 금형(금속 거푸집)을 납품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 기업인 한국·금호·넥센타이어(002350) 등에서는 별 다른 반응이 없습니다. 한국은 기술력이 높아서 혁신에도 관심이 많은 나라로 알고 있는데 이러한 현상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지난 16일(현지시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린 세계 최대 3D 프린팅(적층 제조) 기술 박람회 ‘폼넥스트(formnext) 2017’에서 서울경제신문과 만난 니콜라이 재퍼닉(사진) EOS 중앙유럽사업부 총괄 부사장은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니콜라이 부사장은 “한국에 (3D 프린팅 기술을 소개하기 위해) 여러 번 방문했지만 뜻밖에도 (기업들이)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에 매우 놀랐다”면서 “3D 프린팅 기술에 한해서는 같은 아시아 지역에서도 일본이나 중국보다 진입 장벽이 높은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 제조업과 관련해 왕성한 호기심을 드러낸 니콜라이 부사장은 도리어 기자에게 “왜 아직 한국 기업이 3D 프린팅 기술을 낯설어 하는 것이냐”고 되묻기도 했다. 이에 기자가 ‘아직 효율적인 생산 수단으로 인식되지 못하는 것 같다’고 답변하자 니콜라이 부사장은 “생산의 혁신을 위해서는 3D 프린팅이 꼭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그는 “3D 프린팅을 잘 활용하려면 무엇보다도 기존의 생각을 완전히 바꾸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새로운 장비와 기술로 무엇을 실현할 수 있을지 깊게 고민하는 과정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EOS는 지난 1989년 독일에서 설립된 기업으로 전세계 산업용 금속 3D 프린팅 시장에서 가장 높은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액은 3억1,500만유로(약 4,100억원)로 2015년과 비교해 20% 성장했다. 또한 3D 프린팅 시스템 누적 판매량 역시 2,400대를 달성해 세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30년 가까이 레이저와 적층 제조 기술 발전에 집중해 온 끝에 최근에는 3D 프린팅 분야에서 상당한 성과를 거둔 것이다.
니콜라이 부사장은 거듭된 고민을 거쳐 3D 프린팅 기술로 양산에 성공한 대표적인 제품으로 치아 보철물을 꼽았다. 그는 “EOS는 이미 1,000만개 이상의 치아 보철물을 양산하고 있다”면서 “이는 대부분 북미와 유럽 지역에 납품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OS의 3D 프린팅 사업과 관련해 다양한 설명을 마친 그는 인터뷰가 끝날 무렵에도 한국 내 유력 기업이 3D 프린팅 기술에 높은 관심을 보일 것이라는 희망을 숨기지 않았다.
“한국에는 삼성전자(005930)나 현대자동차와 같은 세계 최고 기술을 가진 일류 기업이 많습니다. 그러므로 분명히 3D 프린팅 기술 분야에서도 앞서 나갈 잠재력이 충분하다고 봅니다. 이것이 우리가 한국 시장에 지속적인 관심을 갖는 이유입니다.”
/프랑크푸르트=지민구기자 mingu@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