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국무총리가 최근 들끓고 있는 가상화폐 투자에 대해 “가만히 두면 사회병리 현상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한 가운데 정부의 성급한 규제 개입이 오히려 관련 산업을 크게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동시에 나오고 있다.
30일 서울 강남구 파르나스타워에서 서울경제신문과 법무법인 율촌이 공동 주최한 ‘제7회 아시아 미래 핀테크포럼’에서 김형중 고려대 정보보호학부 교수는 “가상화폐 투자에서부터 자금조달 방식의 하나인 가상화폐공개(ICO)까지 전세계적으로 찬반 논란이 커지고 있다”며 “그러나 정부의 개입이 오히려 관련 산업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또 “기업이 증시 상장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 기업공개(IPO)와 같이 가상화폐 업체의 자금조달 수단이던 ICO의 경우 이미 일반 상품 공모로도 확산되고 있다”며 “지난 5월 인터넷 브라우저 업체인 브레이브(Brave)가 30초 만에 3,500만달러를 공모하는 데 성공한 것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국내에서는 ICO가 다단계 사기나 폰지 등과 같은 불법 자금조달로 악용되는 것으로 오인되고 있지만 글로벌 시장에서는 ICO가 나날이 확산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김 교수는 “ICO 투자에 따른 투자자 보호나 기업의 도덕적 해이를 막기 위해서는 정부가 신뢰할 수 있는 ICO 정보 제공 기관을 육성하고 관련 전문가를 키워야 한다”며 “이것이 투자자를 보호하는 길”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ICO 금지는 관련 산업 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는 게 김 교수의 생각이다. 그는 “초창기 암호화폐 ICO는 ‘돈 넣고 돈 먹는 게 아니냐’고 생각했지만 이제는 다른 산업으로 확산되고 있다”며 “암호화폐는 굉장히 큰 충격을 주고 있는데 정부가 ‘어, 어’ 하다가 크게 당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최근 삼성전자에서 가상화폐를 채굴할 수 있는 장비인 그래픽처리장치(GPU) 생산을 고려할 정도로 관련 산업에 뛰어들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며 “삼성전자는 반도체와 메모리 부문 세계 최강이어서 큰 잠재력 갖고 있고 (정부가 규제 이전에) 이런 산업적인 파생이익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최근 국내서 논란이 되고 있는 가상화폐 거래소 난립에 대해서는 “(거래소 규제는) 일본의 규제모델을 따라가는 게 좋을 것 같다”고도 했다.
한편 소진수 율촌 공인회계사는 ‘가상화폐와 세금’ 주제발표를 통해 과세 당국이 조만간 가상화폐 거래에 대한 양도소득세를 부과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소 회계사는 “가상화폐를 금융자산으로 본다면 (과세 당국이) 앞으로 과세를 추진할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며 “거래규모가 코스닥 시장을 제친 가상화폐 거래 시장에 대해 과세 당국이 가만히 있을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부가가치세에 대해 비과세 또는 면세가 바람직하나 어떤 방식으로 할 지가 난제”라고 덧붙였다.
이날 포럼에서는 크립토커런시(Cryptocurrency)를 ‘가상화폐’라고 정의한 것에 대한 고민도 쏟아졌다. 박성준 동국대 블록체인연구센터장은 “가상화폐라는 용어는 현실에는 없다는 부정적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면서 “대신 암호화폐 또는 디지털 화폐라고 불러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부에서는 암호화폐도 부정적 의미가 내포돼 있다며 디지털화폐로 통일하는 작업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