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수사 따로, 정보 수집 따로=국정원이 지난달 29일 국회 정보위원회에 제출한 국정원법 개정안의 핵심은 대공수사권 등 모든 수사기능을 폐지하거나 다른 기관으로 이관한다는 것이다. 이는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기도 하다. 문 대통령은 지난 대선 기간 국정원의 대공수사권을 국가 경찰 산하에 신설될 안보수사국으로 이관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하지만 정보기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최근 북한의 대남공작 활동이 다양한 형태로 진화하는 상황에서 국정원의 섣부른 수사권 폐지는 순기능보다 역기능이 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보기관 출신의 한 전문가는 “대공수사는 무엇보다 연속성이 생명인데 정보수집과 수사기능이 분리될 경우 효율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②대공수사권은 어디로 가나=국정원은 핵심기능이던 대공수사권의 포기를 선언했지만 정작 이를 넘겨받을 기관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문 대통령의 공약대로 경찰 산하에 안보수사국을 신설해 대공수사권을 두려 해도 경찰 조직이 개편된 다음에나 가능한 일이다. 이 때문에 국정원의 계획대로 연내에 개정안이 통과되면 대공수사는 무방비 상태가 된다. 국정원이 개혁 조급증에 빠져 사전 조율이나 구체적 대안도 없이 서둘러 수사권 폐지만 내놓았다는 비판을 받는 이유다. 또 검찰의 수사지휘권을 경찰에 이양하려는 논의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국정원의 대공수사권까지 넘겨받게 될 경우 경찰이 지나치게 비대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정보위 소속 국민의당 간사인 이태규 의원은 “대공수사를 경찰에 넘기면 대공수사와 국내 정보를 독점하게 되는데 경찰의 권력 비대화를 어떻게 통제할 것인가”라고 지적했다.
③야당 반발에 국회 통과는 미지수=국정원은 개정안의 연내 통과를 목표로 하고 있다. 하지만 개정안이 올해 안에 국회 문턱을 넘을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이 “국정원 개혁안은 국가 안보의 포기 선언”이라며 절대 불가 방침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정원법 개정안은 소관 상임위인 국회 정보위와 법률안 심사를 총괄하는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쳐 본회의 표결에서 과반수 찬성을 얻어야 통과될 수 있다. 그러나 정보위와 법사위 위원장 모두 한국당이 맡고 있어 우선 상임위 통과부터가 쉽지 않다. 실제로 한국당은 대변인 논평을 통해 이번 국정원 개혁안을 “좌파에 의한 국정원 해체 선언”으로 규정하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홍준표 대표는 “개정안을 온몸으로 막겠다”며 실력행사 가능성까지 시사했다. 여기에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는 국민의당 역시 “현실적으로 연내 처리는 어렵다”며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