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토요워치] 건강검진 직장·직무 따라 천차만별… 미취업자·자영업자는 '사각지대' 내몰려

건강검진도 '부익부 빈익빈'





# 매출 500억원 규모의 중소기업에서 7년간 근무했던 이상은(36·가명)씨는 출산과 육아로 3년간 회사를 잠시 쉬었다. 이후 직원 수 20명 남짓의 작은 마케팅 회사에 재입사한 이씨는 최근 직장인 건강검진을 받았지만 복지 수준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이씨는 “예전 회사는 직원 복지 차원에서 35세 이상 직원은 초음파와 자기공명영상(MRI) 등으로 암·질환 검사를 받게 했다”며 “추가로 들어간 비용은 회사에서 부담해줬는데 이직한 회사에서는 기본 검진으로만 끝나고 추가 검진할 때도 비용 보전이 전혀 되지 않는다”며 불만을 쏟아냈다.

# 비데 부품 조립 회사에서 사무직으로 일하는 김병진(29·가명)씨는 2년에 한 번씩 건강검진을 받는다. 생산직 직원들은 매년 하지만 사무직은 2년에 한 번이다. 김씨는 그마저도 눈치가 보인다. 회사 근처 공터에 자리 잡은 이동식 건강검진 버스로 들어갈 때면 상사로부터 “대충 받고 나오라”는 말을 듣기 일쑤다. 그는 “최근 건강상태를 상담하고 천천히 검진받고 싶지만 혹시라도 뒷말을 들을까 싶어 최대한 빨리 검진을 받는다”고 말했다.


기본적인 건강검진조차 ‘부익부 빈익빈’인 시대다. 일부 고소득층을 위한 수백만원대의 검진은 제쳐놓더라도 직장이나 직무에 따라 차별받는 일도 다반사다. 배우자와 부모의 건강까지 챙기는 대기업과 달리 중소기업은 본인의 건강마저 제대로 점검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일반적으로 건강검진은 복리후생 항목에 포함되기 때문에 회사의 재량에 맡기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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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하지 못했거나 4대 보험 미가입 직장인, 자영업자들은 ‘건강검진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필라테스학원에서 강사로 일하고 있는 강현아(28)씨는 “필라테스나 요가 등 학원 강사들 대부분은 개인사업자로 분류되기 때문에 4대 보험에 가입할 수 없다”며 “적게는 18만원부터 많게는 60만원까지 하는 건강검진을 자비로 받기에는 부담이 적지 않다”고 토로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일반 건강검진 대상에서 제외되는 20~39세 건강보험 피부양자는 지난 9월 말 현재 418만4,000명에 달한다. 가장 큰 이유는 청년실업난에 있다. 청년층의 경우 지역 세대주나 직장가입자가 아니면 일반 건강검진을 받을 수 없다.

국민 건강 악화의 구조적 원인으로 ‘국가건강검진 사각지대’를 지목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한국건강관리협회 서울동부지부 관계자는 “국민에게 제대로 된 건강검진을 실시하는 것은 국가의 의무”라며 “세대나 계층에 따라 건강검진 수준이 지나치게 차이가 나는 점은 개선해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백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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