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방송된 MBC 예능드라마 ‘보그맘’(극본 박은정 최우주, 연출 선혜윤)에서는 국정원에 의해 보그맘 폐기에 대한 압박을 받는 최고봉(양동근 분)과 자신은 위험하니 폐기할 것을 권하는 보그맘(박한별 분)의 모습이 그려졌다.
이날 방송에서 보그맘은 최고봉에게 “나는 위험한 통제불능 로봇이다”라며 “통제불능인 저를 폐기하라”고 말했다. 그는 “저 때문에 율이(조연호 분)가 더 위험해지고 있다”며 자신의 메모리칩에 물을 부으려 했다.
보그맘은 계속해서 “제 로직에 의하면 기승전폐기. 독같은 결론이다. 율이와 율이 아빠가 소중해서 그러는 거다”라고 말했고 최고봉은 “율이 생각 안 하냐. 보그맘이 없어지면 슬퍼할 거다. 기간 내에 보그맘을 완벽히 고쳐놓을 테니 약한 소리 하지 말라”고 대답했다.
이후로 최고봉의 눈물겨운 노력이 이어졌다. 최고봉은 앞서 보그맘이 그랬던 것처럼 집안일과 율이 돌보는 것을 도맡아하며 동시에 보그맘을 고치는 데도 최선을 다했다. 그러나 요리나 빨래, 율이의 준비물을 챙겨주는 데서 보그맘의 빈자리는 티가 나기 시작했다.
최종 보고 6일 전, 최고봉은 결국 심각한 수면부족과 과로, 몸살 증세로 쓰러졌다. 보그맘은 “저로 인해 율이 아빠 건강 위험 가능성 100%”라며 최고봉 몰래 국정원과 통화했다. 최고봉의 목소리를 따라하며 보그맘을 폐기하겠다고 보고한 것.
스스로 폐기를 결정한 보그맘은 한강공원으로 향했다. 이왕 폐기된다면 도움이 되는 게 낫겠다며 고철 수거하는 이에게 가격을 물어보기도 했다. 최고봉은 위치추적으로 보그맘을 찾았고 “정리할 시간을 이틀만 달라”며 마음의 결정을 내린 듯한 표정을 지었다.
버킹검 유치원 학부모들은 로얄 초등학교 입시설명회에 참석했다. 도도혜(아이비 분), 부티나(최여진 분), 구설수지(황보라 분), 유귀남(정이랑 분)은 일찌감치 도착해 보그맘을 기다렸다. 보그맘 역시 율이를 위해 이날 자리에 함께했다.
앞서 이미소가 사망하고 그 자리를 보그맘이 대신하고 있다는 것을 안 도도혜는 모두가 모여있는 자리에서 진실을 폭로할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입시설명회가 시작되자 역으로 도도혜의 과거가 폭로됐다. 도도혜의 남편(신동엽 분)과 그의 내연남(성시경 분)의 영상도 공개됐다.
알고 보니 이는 부티나가 꾸민 일이었다. 보그맘은 도도혜와 싸운 부티나에게 “기분이 잡친 게 아니라 시원해 보인다”고 말했고, 부티나는 “너무 오랫동안 비참하고 구차하게 살았다”며 용기와 땅이 있으니 다시 시작할 수 있다고 각오를 다졌다.
드디어 보그맘을 폐기해야 하는 날이 왔다. 보그맘과 최고봉, 최율은 바다로 이별 여행을 떠났다. 보그맘은 율이에게 또 다시 공부를 하러 가야한다며 미안한 표정을 지었고, 최율은 가지 말라며 목 놓아 울었다.
최율이 울다 지쳐 잠들고, 이번에는 보그맘과 최고봉이 작별 인사를 나눌 시간. 최고봉은 이미소를 닮아서가 아니라 보그맘 자체를 사랑한다는 것을 인정했다. 보그맘은 마지막으로 사랑한다는 말을 꼭 듣고 싶다며 소원을 말했다. 최고봉은 이에 “고맙다. 행복했다”고 말했다.
국정원에게 분해된 실험체를 넘긴 뒤 최고봉은 모든 것을 정리하고 떠났다. 도도혜는 정신적인 충격이 너무 큰 나머지 정신병원에 입원하게 됐고, 부티나는 전 재산을 모두 날린 후 다시 사업을 시작했다. 구설수지도 한영철(최정원 분)과의 썸을 접고 새로운 사랑을 만났다. 유귀남은 유치원의 새로운 여왕이 됐다.
이 무렵 최고봉은 다시 한국으로 조용히 돌아와 새로운 삶을 살고 있었다. 그리고 그의 곁에는 여전히 보그맘이 있었다. 1년 전 이별하던 모습은 가짜 이별이었다. 최고봉은 보그맘이 사라지면 율이의 상처가 더욱 크다고 설득한 뒤 국정원을 속이고 1년간 몰래 수리를 이어왔던 것. 완벽한 해피엔딩이었다.
‘보그맘’은 한 천재 로봇 개발자 최고봉의 손에서 태어난 AI 휴머노이드 로봇 아내이자 엄마인 보그맘이 아들이 입학한 럭셔리 버킹검 유치원에 입성하며 벌어지는 좌충우돌을 담은 예능 드라마. 미니시리즈 등 정통 드라마와는 달리 시트콤적인 요소를 포함하고 있다.
예능드라마인 만큼 기존 드라마보다는 웃음이 더욱 가미됐으며, 이는 대부분 박한별이 연기하는 보그맘의 특성에서 비롯됐다. 모든 면에서 완벽한 로봇이지만 오히려 그런 철저함에서 나오는 인간과는 다른 이질적인 모습으로 유치원 학부모들의 가식을 폭로하고 통쾌함을 안겼다.
박한별은 이번 ‘보그맘’을 통해 연기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았다. 쉽지만은 않을 로봇 연기를 자연스럽게 소화해낸 것. 딱딱한 로봇 말투와 경직된 듯 온화한 표정도 끝까지 섬세하게 잘 해냈다. 또한 박한별은 ‘보그맘’ 촬영 도중 결혼과 임신 사실을 밝히며 겹경사를 맞기도.
앞서 ‘논스톱’ 등을 통해 시트콤에서의 연기력을 입증했던 양동근 역시 제 몫을 충실히 했다. 캐릭터 중 가장 진지한 모습을 하다가도 그 안에서 드러나는 허술한 면이 웃음을 자아냈다. 두 사람의 아들 역인 조연호도 귀여운 모습부터 눈물 연기까지 능청스럽게 해내며 흐뭇함을 안겼다.
아쉬운 점도 남기는 했다. MBC는 ‘남자셋 여자셋’ ‘논스톱’ ‘거침없이 하이킥’ 등 레전드 시트콤을 선보였던 것과 비교해 ‘보그맘’이 썩 높은 성적을 거둔 것은 아니었다. 단조로운 에피소드로 중반 지루하다는 평을 듣기도 했다. 그러나 로봇이라는 소재와 예능드라마라는 형식을 본격적으로 시도하고 도전했다는 점에서 의미 있었다.
/서경스타 양지연기자 sesta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