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외모에 칼처럼 찌르는 강한 소리와 깨끗한 발음으로 전 세계 투란도트를 재패하고 있는 리즈 린드스트롬은 스타보 두다멜 지휘로 베네수엘라 시몬 볼리바르 청소년 오케스트라 및 빈 오페라 극단과 선보인 ‘투란도트’에서도 주역으로 열연했다. 이후 메트로폴리탄 오페라극장 무대에 다시 섰으며, ‘미션 임파서블: 로그 네이션’에 등장하는 빈 필하모닉의 ‘투란도트’ 공연 씬으로 세계 곳곳의 스크린을 장식했다.
오페라 ‘투란도트’는 이탈리아 오페라 최고 작곡가인 푸치니가 남긴 마지막 작품이자, 그의 가장 위대한 오페라이다. 흥미로운 선율로 듣는 이의 마음을 홀리는 아리아 ‘공주는 잠 못 이루고(Nessun Dorma)’를 비롯, 아름다우면서도 다채로운 음악과 극중 분위기를 심화하는 웅장한 합창, 거대한 스케일이 돋보이는 대작이다.
4일 오전 예술의전당 음악당 지하 리허설룸에서 열린 오페라 ‘투란도트’ 간담회에서, 리즈 린드스트롬은 “150회 이상 ‘투란도트’ 공연을 했었고, 프로덕션은 45개와 만났다. 전 세계를 다니면서 공연을 했는데 ‘투란도트’란 여성이 왜 저를 매료시키는가?에 대해 매번 생각하게 된다다”고 털어놨다.
수십 번 만나온 ‘투란도트’는 그에게도 굉장히 미스터리한 여인으로 느껴졌다고 한다.“ 제가 이 역할을 할 때마다 느끼는 과제는 공포스럽고 차갑고 또 냉혹한 사람으로 보여질 수 있는 인물인데, 이 인물이 너무나 사랑스럽고 열정을 가지고 있다. 그 모습이 제 가슴을 두근거리게 했다. 짧은 역할이고 몇 번 나오지 않지만, 어떻게 하면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까? 그 점이 저에겐 항상 과제였다”고 전했다.
투란도트에게 감정적인 촉매제는 ‘류’임도 밝혔다. 리즈 린드스트롬은 “투란도트에게 류의 사랑은 지금까지 보지 못한 사랑이다. 감정이 진화하고 변화하는 그런 상황이 매번 투란도트에게 다가온다. 150회 이상을 했음에도 할 때마다 다르다. 결코 매 공연마다 똑같은 감정의 변화가 아니다. 처음 변화하는 느낌을 갖게 되는데 그 점이 매력이다”고 설명했다.
여타의 드라마틱 소프라노에 비해 늘씬한 체격을 자랑하는 성악가이다. “가수의 성량과 몸 체격은 비례하지 않는다. ”고 밝힌 린드스트롬은 “이러한 목소리를 가지고 태어난 것만으로 큰 재능이라고 생각한다. 날씬한 체격은 운이 좋았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한 면에서 이야기와 스토리를 전달하는데 있어 내 악기인 목소리로 최고의 퀄리티를 보여주기 위해 노력을 한다. ”고 전했다.
콘서트 오페라와 전막 그랜드 오페라의 차이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콘서트 오페라는 훨씬 더 인간적인 성악가를 만날 수 있는 자리다. 그러면서도 “준비하는 입장에서 콘서트 오페라와 그랜드 오페라의 특별히 다른 점은 없다. 가장 큰 기쁨은 제가 투란도트가 된다는 점이다. 관객들이 저를 통해 ‘투란도트’를 느끼시면 된다. 특별한 차이는 없다고 생각한다. ”고 강조했다.
예술의전당 콘서트 오페라의 네 번째 작품인 ‘투란도트’는 기존 콘서트 오페라에서 접할 수 없었던 스테이징(연출)을 가미해 청각적 즐거움뿐만 아니라 시각적인 부분도 놓치지 않는다. 악보 없이 노래하는 가수들의 절제된 연기가 펼쳐내는 무한한 상상의 세계로 인도한다.
대구시향 지휘자이자 오페라 지휘에 있어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불가리아 태생의 지휘자 줄리안 코바체프(Julian Kovatchev)가 지휘를 맡는다. 연출은 당초 예정되어 있던 제임스 로빈슨(2014년 예술의전당 콘서트 오페라 <예브게니 오네긴> 연출)에서 스티븐 카르로 변경되었다. 미국, 유럽, 아시아의 뮤지컬, 오페라, 오페레타 무대에서 활발하게 활동 중인 연출가 스티븐 카르(Stephen Carr)는 신선한 아이디어로 이미 한국 무대에서 그의 뛰어난 연출력을 선보인 바 있다.
‘투란도트’는 공연 브랜드 SAC CLASSIC의 프리미엄 라인 ‘Premier’ 공연으로, 2013년부터 선보인 ‘리골레토’, ‘라 트라비아타’, ‘예브기네 오네긴’에 이은 네 번째 무대이다.
이날 공연에는 세계 최고 투란도트로 활약하고 있는 소프라노 리즈 린드스트롬(투란도트 役), 지난 7월 런던 코벤트가든 로열 오페라의 투란도트에서 그녀와 함께 호흡을 맞춘 테너 박성규(칼라프 役), 유럽이 선택한 소프라노 서선영(류 役)이 출연한다.
티무르 역에는 베이스 김철준, 알툼 황제 역에는 테너 전병호, 바리톤 김종표(핑 역), 테너 민경환(팡 역), 테너 양승진(퐁 역), 바리톤 한진만(만다린 역) 등 우리나라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실력파 성악가들과 서울시향, 그란데오페라합창단이 무대를 더욱 풍성하게 꾸밀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