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기자의눈]혁신하는 FDA, 우리는 뭐하나

김경미 바이오IT부 기자



미국식품의약국(FDA)이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애플워치용 심전도 측정기 ‘카디아밴드’를 의료기기로서는 처음으로 승인했다. 기존에도 애플워치로 착용자의 심박 수를 측정하는 일은 가능했지만 심박 수가 평소와 다른 이상 징후를 보일 때 그 징후를 심방세동 등으로 진단하고 의료진에 경고 신호를 송신하는 ‘의료기기의 영역’으로까지는 나아가지 못했다. 업계는 이번에 FDA의 ‘혁신적 결정’이 웨어러블 기기를 활용한 예방의학의 시대를 앞당길 것으로 기대한다.

FDA의 도전적인 ‘첫’ 결정은 잦아지는 추세다. 지난달 항우울제에 디지털 칩을 결합해 환자가 제대로 약을 투여받고 있는지를 추적할 수 있는 ‘디지털 알약’ 발매를 세계 최초로 승인했다. 앞서 지난 9월에는 약물남용 치료를 위한 12주간의 프로그램을 담은 소프트웨어가 의료기기로 인정받았다.


사실 FDA와 혁신은 썩 어울리는 조합이 아니다. FDA는 엄격한 규제와 높은 문턱으로 유명했다. 일례로 유럽의약품청(EMA)은 2006년 최초의 바이오시밀러(복제약)를 승인한 반면 미국은 2015년에야 첫 번째 바이오시밀러의 시장 출시를 허가했다. 줄기세포치료제가 글로벌에서 6개, 한국에서 4개 나오는 동안 FDA는 단 하나의 치료제도 승인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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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적이었던 FDA가 변화에 나선 것은 이대로는 혁신의 속도를 따라잡을 수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실제 FDA는 7월 ‘디지털 헬스 이노베이션 액션플랜’을 발표하며 “디지털 헬스케어 혁신에 걸림돌이 되지 않기 위해 규제 방식부터 혁신적으로 바꾸겠다”고 했다. 특히 FDA는 이 분야에서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점을 인정하며 삼성·애플·구글 등 믿을만한 기업이 내놓는 혁신적 헬스케어 기기는 출시 전 인허가를 면제하거나 간단한 과정만 거친 후 출시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파격적인 제안을 했다.

FDA가 규제기관의 최고 무기인 인허가권까지 내놓아가며 혁신을 향해 내달릴 때 우리 정부는 무엇을 했을까. 규제 개선안이나 육성책을 내놓는 등 노력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결과적으로 만족스럽지 못했다.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만 봐도 금세 풀릴 것 같던 원격의료와 관련된 규제가 십수년째 답보 상태다. 장단점은 숱하게 논의됐지만 이해당사자들의 반대가 부담스러워 한 발짝도 나가지 못한 것이다.

중소기업이 대기업을 넘기 위해서는 더 큰 도전을 해야 하듯 세계 최고 의료시장인 미국이 혁신을 가속화한다면 우리는 속도를 더 내야 한다. 그리고 속도를 뒷받침해줄 수 있는 것은 과감한 규제 철폐다. 지금껏 반복된 개선안이라는 이름의 탁상공론 대신 과감한 결정과 구체적인 실행이 절실한 때다. kmkim@sedaily.com

김경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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