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제가 무엇을 했는지 모르겠어요. 정말 숨 가쁘게 보낸 한 해였던 것 같아요.”
4일 밤 인천공항 입국장을 막 빠져나온 박성현(24·KEB하나은행)이 살짝 손을 흔들자 200여명의 팬들이 환호성을 내질렀다. 카메라 플래시 세례와 함께였다. 앞서 메이저대회 US오픈 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한테 ‘엄지 척’을 받고 시즌 뒤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축전도 받은 그다. 최고의 한 해를 보낸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슈퍼루키’ 박성현이 돌아왔다.
그야말로 금의환향이다. US오픈 등 시즌 2승을 거둔 박성현은 올해 신인상과 올해의 선수상(유소연과 공동 수상), 상금 1위(233만5,883달러)까지 3관왕에 올랐다. 200만달러 이상의 수확은 박성현이 유일하다. 그는 세계 랭킹 1위(현재는 2위)에도 올라봤다. 신인이 올해의 선수상을 받은 것은 지난 1978년 ‘전설’ 낸시 로페스(미국) 이후 39년 만이다. 박성현은 “목표로 했던 신인상은 물론 운 좋게 올해의 선수상까지 받았다. ‘제가 받아야 할 상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며 수줍게 웃었다.
박성현은 올해의 선수상이 가장 뜻깊다고 했다. 시즌 최종전 마지막 날에야 수상이 결정됐다. 그는 “이 상을 받을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최종전 막판에야 수상자가 됐다는 소식을 듣고 어안이 벙벙했다. 가족들도 기뻐했다”고 돌아봤다. 박성현은 수많은 축하인사와 덕담 중에서 ‘아직 걸어가야 할 길이 멀다’는 얘기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저도 아직 멀었다고 생각해요. 올 시즌 사실 부족한 점이 많았거든요. 더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는 대회도 많았는데 아쉽게 놓쳤고…. 개선해야 할 부분이 많습니다.”
시즌 최종전은 지난달 20일에 마쳤다. 박성현은 이후 플로리다주 올랜도 자택에서 휴식을 취하다 그동안 계획했던 여행 등으로 머리를 식혔다. 이날은 사이판발 제주항공편으로 귀국했다. 국내에서 팬미팅 행사 등의 일정을 소화할 박성현은 이달 중순 미국으로 돌아가 올해보다 더 빛나는 2018시즌을 위해 다시 담금질에 돌입한다. 박성현은 “올해 제 성적을 점수로 표현하면 75점”이라며 “다음 시즌 목표는 아직 이르기는 하지만 3승으로 잡고 있다”고 했다. 공동 6위로 마친 시즌 최종전에서 우승하지 못한 게 특히 아쉽다고 밝힌 그는 “내년에는 마지막 대회에서 우승하고 싶다. (아쉽게 놓친) 최소타수상도 내년에는 꼭 타고 싶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