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박물관으로 스며든 대한민국 '땀의 역사'

'한국 스포츠, 땀으로 쓴 역사'展

'음이탈' 담긴 국민체조 LP부터

프로레슬러 김일 챔피언벨트까지

대한민국역사박물관서 전시

국민체조 LP/사진제공=대한민국역사박물관국민체조 LP/사진제공=대한민국역사박물관




대한민국에서 의무교육을 마친 국민의 99%가 아는 국민체조의 시작은 지난 1960년대에 만들어진 ‘재건체조’였다. 이 ‘재건체조’가 ‘신세기체조’를 거쳐 1970년대 말에는 ‘국민체조’ 또는 ‘국민보건체조’라는 이름으로 대대적으로 보급됐다. ‘국민체조 시작’으로 시작하는 이 음원에는 두 번째 몸통운동 중간에 관악기의 음이탈이 있다. 지나치게 엄격했던 군사 독재 시절에다 본격적인 경제성장에 매진하다 보니 그랬는지 정부가 국민체조 음원의 음이탈까지는 신경 쓰지 못했다. 국민체조 음원이 담긴 LP와 더불어 근현대사 속 체육의 역사, 스포츠 자료 480여점이 대한민국역사박물관에서 관객들을 맞이한다. 평창동계올림픽 및 동계패럴림픽 개최를 계기로 펼쳐지는 ‘한국 스포츠, 땀으로 쓴 역사’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현대철봉운동법’에 실린 독립운동가 여운형 /사진제공=대한민국역사박물관‘현대철봉운동법’에 실린 독립운동가 여운형 /사진제공=대한민국역사박물관


1부 ‘근대 스포츠의 시작’에서는 근대 스포츠의 초창기에서부터 일제강점기까지의 역사와 대표적인 스포츠인의 이야기를 담았다. 일제강점기 체육은 국권 회복을 위한 도구로서 또 다른 사명을 갖게 됐다. 독립운동가들은 스포츠가 조선의 국권 회복을 위해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이를 장려했다. 여운형(1886~1947)도 그중 한 사람이었다. 키가 크고 체격이 훤칠하며 각종 스포츠에 능했던 그는 일반인의 건강증진과 운동선수의 체력향상을 도모하기 위해 쓴 ‘현대철봉운동법’이라는 책자에 근육질 몸매를 과시하는 사진으로 등장한다. 이 외에도 손기정의 베를린올림픽 투구, 1930년대 경평축구대회에서 사용한 축구공, 엄복동의 자전거 등 암울한 시기에도 뛰어난 역량을 발휘했던 우리 체육인들의 자료가 담겨 있다.

1948 런던올림픽에 출전했던 축구선수 김용식의 축구화 /사진제공=대한민국역사박물관1948 런던올림픽에 출전했던 축구선수 김용식의 축구화 /사진제공=대한민국역사박물관


김일의 챔피언 벨트/사진제공=대한민국역사박물관김일의 챔피언 벨트/사진제공=대한민국역사박물관



2부 ‘한국 스포츠의 전환과 도약’에서는 광복 이후 전환기를 맞은 한국 스포츠가 도약해나가는 과정을 담았다. ‘박치기’로 유명했던 프로레슬러 김일의 챔피언 벨트, 박철순·최동원 등 프로야구의 전설적인 선수 유니폼 등이 전시된다. 우리나라가 광복 이후 최초로 참여했던 하계올림픽인 1948 런던올림픽 자료도 관객들을 맞이한다.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은 16강전에서 많은 이들의 예상을 뒤엎고 멕시코에 5대3으로 승리하는 기염을 토한다. 이후 펼쳐진 스웨덴과의 8강전에서는 12대0으로 패배했지만 신생국가였던 대한민국에 소중한 경험이 됐다. 당시 국가대표팀에서 선수로 뛰었던 김용식(1910~1985)의 축구화, 축구 경기 안내서 등을 직접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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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성 유니폼/사진제공=대한민국역사박물관박지성 유니폼/사진제공=대한민국역사박물관


3부 ‘한국 스포츠의 세계화’에서는 최근 우리나라 스포츠 역사를 담았다. 세계로 진출해 활약한 축구선수 차범근·박지성과 야구선수 박찬호·선동열의 유니폼, 사격선수 이은철의 권총, 역도 장미란의 유니폼 등이 전시돼 있다. 이번 평창동계올림픽의 성화봉도 1988년 서울올림픽의 성화봉과 함께 전시돼 비교할 수 있다. 다만 평창동계올림픽 홍보대사인 김연아 선수의 소장품이 빠진 점은 아쉽다. 주진오 대한민국역사박물관장은 “김연아 선수 측과의 연락이 쉽지 않았다”며 “그 상징성이 적지 않은 만큼 꼭 담고 싶었는데 안타깝다”고 밝혔다. 김연아 선수의 소속사 올댓스포츠 관계자 역시 서울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김연아 선수의 스케이트는 이미 국제올림픽위원회(IOC)박물관과 국립여성사전시관에 한 족씩 전시돼 있어 남은 물량이 없다”고 밝혔다.

주 관장은 “스포츠야말로 국민의 마음을 모을 수 있는 콘텐츠”라며 “국력에 비해 좋은 성과를 내왔던 한국 엘리트 스포츠의 역사를 돌아보며 평창동계올림픽의 성공적 개최를 기원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어 “나 역시 오비베어스의 박철순 선수 팬이었다”며 “전시를 찾은 국민들이 당대의 스포츠 스타를 보며 추억에 빠질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번 전시는 내년 3월4일까지 열린다.

우영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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