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이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에 소득세·양도소득세 등을 부과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이를 위해 가상화폐 거래 자료를 의무적으로 제출하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국세청은 5일 국세행정개혁위원회와 한국조세재정연구원과 함께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2017년 국세행정포럼에서 가상화폐에 대한 세금부과에 대해 이 같은 입장을 밝혔다.
국세청은 별도 브리핑에서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에 대한 과세를 추진하겠다”며 “가상화폐는 부동산이나 증권과 같은 일종의 자산이기 때문에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원칙에 따라 당연히 과세해야 한다”는 입장을 냈다. 가상화폐는 지폐 같은 실물 없이 인터넷에서 전자적 형태로 사용되는 화폐로 우리나라에서도 투자 열풍이 뜨겁다. 대표적인 가상화폐인 비트코인은 1비트코인당 가격은 연초보다 10배 넘게 오르기도 했다.
이에 국세청은 원활한 과세를 위한 제도 개선을 준비하고 있다. 한경수 국세청 부가가치세과장은 “기획재정부 등 관련 부처와 함께 가상화폐 거래소로 하여금 거래자료를 의무적으로 제출하도록 하는 방안 등을 논의하고 있다”며 “지금은 가상화폐 거래가 어떻게 얼마나 이뤄지는지 알기 어려워 거래 자료 의무 제출이 이뤄져야 본격적인 과세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가상화폐 매매차익에 대해 양도소득세를 매기기 위한 법 개정의 필요성도 시사했다. 한 과장은 “가상화폐는 단순 투자 목적의 거래가 많은데 매매차익이 발생해도 현행법으로는 과세하기 어렵다”며 “가상화폐 매매차익도 소득세법상 과세 대상에 추가하는 등 보완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포럼에서도 국세청의 논리에 힘을 싣는 분석 자료가 발표됐다. 김병일 강남대 경제세무학과 교수는 ‘가상화폐에 대한 과세기준 정립 및 과세방향 모색’이라는 발표문을 통해 “해외 선진국에서는 이미 가상화폐에 대해 소득세와 양도소득세 등을 부과하고 있다”며 “우리나라도 가상화폐에 대한 과세기준 정립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밝혔다. 김 교수에 따르면 미국·영국·호주·일본·독일은 모두 가상화폐와 관련한 거래·소득에 대해 소득·법인세는 물론 양도소득세를 물리고 있다. 다만 부가가치세는 ‘통화 또는 결제수단적 성격’을 인정해 독일을 제외하고는 세금을 부과하지 않는다.
김 교수는 “사업소득세와 법인세, 상속·증여세는 법 개정 없이도 과세가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가상화폐의 자산분류나 공정 가치 측정방법 등 기준은 별도로 필요하지만 별도의 법 개정까지는 필요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양도세의 경우 과세하려면 소득세법 규정을 고치거나 거래세를 부과하는 방안 등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날 포럼에서는 다국적 기업의 공격적 조세회피를 막는 방안에 대한 논의도 이뤄졌다. 오윤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국가 간 조세 제도 차이를 이용해 소득을 이전하는 다국적기업의 조세회피 행위가 확산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이를 막기 위한 법 규정이 느슨해 보완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일례로 구글·애플 등 세계적인 공룡 기업은 세율이 낮은 아일랜드 등 조세회피처를 활용해 세 부담을 최소화하는 전략을 피하고 있어 ‘절세를 가장한 탈세’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오 교수는 조세회피를 막기 위한 대안으로 조세회피 방지 규정을 법으로 명확히 하는 방안, 조세회피 의심 거래인 경우 관련 거래를 과세 당국에 사전 신고하도록 하는 방안 등을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