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量보다 質로 승부"...삼성, 내년 TV 판매 목표치 확 낮췄다

"돈 되는 대형 프리미엄에 집중"

올해보다 200만~300만대 적은

4,000만대로 판매 목표치 설정

세계 TV시장 성장정체 돌파 기대



전 세계 TV 시장 점유율 1위인 삼성전자가 내년 TV 판매 목표치를 대폭 낮춰 잡았다. 올해 초 일본 샤프발(發) 액정표시장치(LCD) 패널 수급 문제와 같은 돌발 변수로 중간에 목표치를 하향조정하는 경우는 있어도 연간 계획 자체를 예년에 비해 보수적으로 잡는 것은 드문 일이다. 삼성전자는 프리미엄 TV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재구성하는 과정에서 소형 저가용 제품의 판매량이 자연스럽게 줄어든다는 입장이다. 삼성전자가 판매량보다는 수익성에 집중하면서 TV 사업의 ‘양적 성장’이 마침표를 찍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5일 전자·부품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내년 글로벌 시장 TV 판매 목표치를 4,000만대로 설정했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의 올해 TV 판매량이 지난해 기록한 4,800만대보다 10% 가까이 줄어든 4,200만~4,300만대에 그칠 것으로 예상하는데 내년 목표치는 이보다도 적은 수준이다. 삼성전자는 이 같은 내년 TV 사업 계획을 최근 주요 협력사들과 공유했고 핵심 경영진이 참석한 가운데 다음주 열리는 글로벌 전략회의에서 확정할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회사가 취하고 있는 ‘대형 프리미엄 집중’ 전략에 따라 판매량 자체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삼성전자의 한 관계자는 “50인치 이상 대형 프리미엄 제품에 집중하면 판매량이 줄어드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면서 “소형 비중을 낮추면서 전체 판매량은 줄어들 수 있겠지만 수익성은 더욱 개선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판매량’이라는 숫자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중국 업체 등과의 출혈 경쟁이 심화하면서 수익성이 높지 않은 소형 TV 라인업을 지난 1~2년간 꾸준히 ‘구조조정’해왔다. 글로벌 TV 마케팅을 담당하는 이윤 삼성전자 전무가 최근 언론 브리핑에서 “저가형 제품이 차지하는 비중을 두자릿수 퍼센트 줄였다”고 밝히기도 했다. 판매 숫자에 집착하기보다는 수익성이 높은 대형 프리미엄 제품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끌고 가겠다는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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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에서는 삼성전자의 이 같은 TV 사업 전략 전환이 글로벌 TV 시장 성장 정체에 따른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고육책으로 보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IHS에 따르면 전 세계 TV 시장 규모는 2억2,734만대(2013년)→2억3,492만대(2014년)→2억2,621만대(2015년)→2억2,273만대(2016년) 흐름으로 제자리걸음을 계속했다.

정체된 시장 속에서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중국 업체들이 소형 저가 제품 중심으로 치고 올라오면서 삼성·LG가 30%가량 확보하고 있는 시장 점유율을 잠식했다. 이 때문에 북미 등 일부 지역의 소형 인치 시장에서는 국내 TV 업체가 중국 업체에 점유율이 뒤지는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5,000만대에 가까운 막대한 물량 모두를 수익성을 유지하면서 끌고 가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삼성 관계자는 “시장은 정체돼 있지만 이익률이 높은 ‘돈 되는 시장’에 집중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내년 TV 판매 목표치를 대폭 하향 조정함에 따라 지난 10년 가까이 유지돼온 ‘연간 점유율 20%’ 벽도 깨질 것으로 전망된다. IHS 기준으로 이미 지난 3·4분기 삼성전자의 시장 점유율(수량 기준)은 18.4%를 기록하며 20% 밑으로 내려왔다. 여전히 글로벌 1위이지만 앞선 1·4분기 21.6%, 2·4분기 20.8%에서 더 하락한 결과다. 삼성전자가 놓친 시장 점유율은 TCL·하이센스와 같은 중화권 업체들과 일본 소니가 챙겨갔다.

한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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