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인물·화제

"대통령이 당신의 땅을 훔쳤다" 미 전역에 반대캠페인 왜?

"다음은 그랜드캐년인가요?"

트럼프 대통령, 국가 기념물 축소

나바호 족 등 원주민 소송 준비

미국 유타주의 국가기념물 베어스 이어스(Bears Ears)의 전경 /사진제공=베어스 이어스미국 유타주의 국가기념물 베어스 이어스(Bears Ears)의 전경 /사진제공=베어스 이어스




“대통령이 당신의 땅을 훔쳤다(The president stole your land)”


4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 유타주의 국립공원 베어스 이어스(Bears Ears) 지정 면적을 서울 넓이의 7배에 달하는 4,500제곱킬로미터(110만에이커) 줄이기로 결정하면서 전국적인 반발 움직임이 커지고 있다.

이날 미국의 아웃도어 의류 업체 파타고니아는 자사 홈페이지의 메인 화면을 이 같은 문구로 도배한 뒤 트위터를 통해 반대하자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리아 서 미국천연자원보호협회장(President of the Natural Resources Defense Council)도 “트럼프 대통령 (베어스 이어스) 다음은 뭔가요. 그랜드 캐년인가요?”반문하며 항의하기도 했다.


이 같은 반발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유타 주 의사당에서 베어스 이어스 국립공원과 그랜드 스테어케이스 에스칼랑트 등 두 곳의 면적의 상당 부분을 국가 기념물에서 제외하는 포고령에 서명하면서 빚어졌다. 특히 면적이 기존 80% 가까이 줄어든 베어스 이어스의 경우 지난해 12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국가 기념물로 포함시킨 바 있다. 일년이 채 안 되 트럼프에 의해 사실상 국가기념물에서 이탈하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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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아웃도어 의류업체 파타고니아의 공식 홈페이지 첫 화면. 이 회사는 트럼프 대통령의 포고령에 반발해 반대 서명을 이끄는 ‘대통령이 당신의 땅을 훔쳤다(The president stole your land)’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사진제공=파타고니아미국 아웃도어 의류업체 파타고니아의 공식 홈페이지 첫 화면. 이 회사는 트럼프 대통령의 포고령에 반발해 반대 서명을 이끄는 ‘대통령이 당신의 땅을 훔쳤다(The president stole your land)’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사진제공=파타고니아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포고령은 대통령이 국가기념물을 지정할 권리를 명시한 고대유물법(Antiquities Act·1906년 입안)에 근거해 이뤄졌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번 조처가 토지에 대한 연방정부의 과도한 간섭을 배제하고 토지의 권리를 주민에게 돌려주기 위한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미국 내에서는 연방 정부의 토지 보호 역사 상 가장 큰 역행(Rollback)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국가기념물을 해제하게 되면 민간에서 자유 자재로 에너지 개발을 추진할 수 있고 지역의 자원 이용이 쉬워진다. 특히 유타 주 의회의 공화당 지도부는 주내 에너지 개발과 자원 접근권 등을 근거로 국가기념물 면적 축소를 지속적으로 요구해온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명분으로 내세운 주민에 해당하는 원주민 부족에서도 강경한 반대 반응이 나오고 있다. 이 지역이 지난해 국가기념물로 지정된 데는 나바호, 호피 등 유타 주의 다섯 부족의 이 컸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 부족들은 트럼프의 이번 결정에 반대하며 법정 다툼 또한 각오하기로 합의한 상태다.

앞으로 네바다 주 골드버트, 오리건 주의 캐스케이드 시스키유 등 추가 국가기념물에 대한 지정 해제 조치가 뒤따를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윌더니스 소사이어티, 시에라 클럽, 천연자원보호협회 외 7개 환경보호단체는 트럼프 대통령이 월권행위를 했다며 워싱턴 연방법원에 제소했다. 이들 단체는 소장에서 “1906년 시어도어 루스벨트 전 대통령이 서명한 유물법은 대통령이 국가기념물을 지정할 권리는 명시했으나 지정된 국가기념물의 전체 또는 일부를 해제할 권리는 부여하지 않았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바로 이런 행동을 하려 했다”고 주장했다. 이 법정다툼에서 이들 단체가 승소할 경우 앞으로 대통령의 국가기념물에 대한 포고령에는 제약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반대의 경우 트럼프 대통령을 비롯해 차기 대통령의 경우도 국가기념물을 크게 줄일 여지가 생긴다.

정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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