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밥’이란 말을 흔히들 씁니다. 먹다 남은 김치며 나물, 참치 등 반찬을 이것저것 비벼놓은 밥을 비하할 때 그렇게 말하죠. 요즘에야 많은 분들이 전용사료를 먹이지만 예전엔 사람이 먹다 남긴 음식을 섞어 개에게 먹였기 때문인 것 같아요. 개밥이란 말에서 알 수 있듯 개는 잡식동물입니다.
그렇다면 고양이는 어떨까요? 물론 이 역시 ‘개인의 취향’이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고양이는 육식동물입니다. 고양이가 쥐를 잘 잡았던 이유,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겨선 안 되는 이유도 다 그 때문이에요. 고양이도 사람처럼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 3대 영양소를 섭취해야 하는데 식물에서는 그 어떤 영양분도 공급받지 못하는 입장이죠. 그래서 고양이는 반드시 전용 음식을 줘야 합니다. 사람이 먹는 걸 고양이에게 줬다간 영양 섭취가 제대로 되지 않아 병에 걸릴 수도 있죠.
고양이의 주식은 크게 건사료와 통조림으로 나뉩니다. 사료는 대체로 나이에 따라 구분되는 편이에요. 브랜드에 따라 헤어볼(뭉쳐진 털) 배출을 돕는다거나 위장이 예민한 고양이를 위한 것 등 다양한 기능성 사료가 있답니다. 사료는 단단하면서 잘 부스러져 고양이가 먹기 편하고 치석도 비교적 덜 생기는 편이에요. 가격도 통조림보단 싼 게 많고 보존기간도 더 깁니다. 영양가·열량도 같은 양의 통조림보다 높습니다. 다만 젖을 뗀 지 얼마 안 된 ‘신생아격’ 고양이가 먹기엔 수분이 적다는 단점은 있습니다.
그러나 통조림이 ‘라면’이라면 사료는 ‘밥’이죠. 새끼 고양이라면 처음에 물에 살짝 적셔 먹이다가 차츰 마른 상태에 익숙해질 때쯤 서서히 물을 줄여주시면 됩니다. 특히 새끼 고양이(통상 2개월~1년)는 자라는 시기이기 때문에 성묘보다 3배가량의 열량이 필요합니다. 반드시 전용사료를 챙겨주시되 위가 성묘보다 작다는 점을 고려, 소량으로 여러 번 나눠서 주셔야겠습니다. 고양이의 발육 상태에 따라 다릅니다만 보통 1세 이후에 성묘용 사료로 바꾸시면 됩니다.
통조림은 고양이에게 특식, 별식입니다. 사료보다 수분도 많고 무엇보다 맛있죠. 싫어할 이유가 없달까요. 따라서 사료보다 비싼 편이지만 영양분, 열량은 더 낮고 수분이 많아 쉽게 부패합니다. 일단 개봉하셨다면 먹이고 남은 건 밀폐 용기에 옮겨 담아야 산화를 막을 수 있습니다. 보관은 냉장고에 하시고 이틀을 넘기지 않으셔야 합니다. 또 고양이는 찬 음식을 선호하지 않는 편이니 다시 먹이실 땐 조금 데워주시면 더욱 좋겠죠.
고양이가 사랑스럽다고 먹을 걸 많이 주다간 금세 비만에 걸리기 쉽습니다. 체중이 지나치게 많이 나간다면 사람처럼 당뇨, 관절염, 호흡기 질환에 걸릴 가능성도 높아지죠. 수의사 선생님 말에 따르면 반려동물의 절반가량은 과체중이고 주요 원인은 식습관이랍니다. 감량이 필요하다면 계량컵으로 하루 식사량을 정해 하루 두 번으로 나눠줍니다. 미리 설정한 시각에 정해진 분량만큼 사료를 주는 자동 급식기를 쓰는 것도 좋겠습니다. 또 고양이가 움직일 수 있도록 간식과 장난감을 적절히 써서 놀아줘야 하겠죠.
이제 몇 가지 주의하실 음식을 말씀드릴게요. 고양이가 육식동물이긴 하지만 날고기와 날생선은 절대 먹여선 안 됩니다. 구토와 설사를 유발하는 살모넬라균의 위험이 있습니다. 이는 날달걀도 마찬가지입니다. 또 날생선에 함유된 효소가 고양이에게 꼭 필요한 티아민을 파괴한다네요.
우유도 주지 마세요. 고양이는 젖을 뗀 후 유당을 소화하는 능력이 떨어진답니다. 그래서 우유를 먹으면 설사와 구토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실제로 저도 좋은 줄 알고 기르는 고양이에게 우유를 먹였다가 한동안 설사를 하게 만들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알코올과 초콜릿 보관에 신경써 주세요. 티스푼 두 숟가락의 술만으로도 고양이는 간에 손상을 입어 혼수상태에 빠지거나 심지어 죽을 수 있습니다. 집안의 술이란 술은 고양이가 찾지 못할 곳에 숨겨야 해요. 초콜릿도 위험합니다. 사람에겐 집중력 향상 효과가 있는 ‘테오브로민’이란 성분이 고양이에겐 혈압 상승을 유발하고 심한 경우 발작을 일으켜요. 역시 고양이의 앞발이 닿지 않는 곳에 보관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