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10년간 누워있다 1주일만에 걷게 된 세가와병 판정 힘든 이유는?

세가와병, 뇌성마비와 증상 같아 진단 어려워

환자 사례도 거의 없어 오진 사례 빈번

법원은 오진을 내린 병원 측에 1억원을 배상하라는 조정 결정을 내렸다./연합뉴스법원은 오진을 내린 병원 측에 1억원을 배상하라는 조정 결정을 내렸다./연합뉴스


채종희 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가 6일 “세가와병은 뇌성마비·파킨슨병과 증상이 유사해 신경과 전문의들조차 진단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날 의료 관련 전담 재판부인 대구지법 민사11부(신안재 부장판사)는 세가와병인데도 뇌성마비로 오진해 무려 10여년 간이나 누워서 생활하게 만든 대구의 한 대학병원에 대해 피고측에 1억원을 배상하라며 강제조정 결정을 내린 바 있다. A양은 3살 때인 2001년 대구의 한 대학병원에서 뇌성마비 판정을 받은 뒤 수차례의 입원 치료를 받고도 상태가 나아지지 않았고 결국 뇌병변 장애 1급 판정을 받았다.


하지만 2012년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도파반응성 근육긴장이상’, 이른바 ‘세가와병’이라는 진단을 받고 처방약을 먹은 뒤 불과 1주일 만에 스스로 걷게 됐다. 2015년 환자 가족은 뇌성마비 진단 대학병원을 대상으로 손해배상 소송을 청구했고 2년간의 법적 공간 끝에 법원은 원고측 손을 들어줬다. 다만 당시 의료 기술로는 세가와병을 발견하기 어려울 수 있었다는 점이 고려돼 손해배상 액수가 1억원으로 조정됐다.

전문가들도 소아 연령대에 발병해 점차 걷질 못하게 되는 세가와병의 경우 뇌성마비·파킨슨병과 증상이 거의 동일하기 때문에 판정 자체가 까다롭다고 설명하고 있다.


채 교수는 “세가와병은 ‘미진한 희귀질환’으로 불릴 정도로 환자 사례가 거의 없다”며 “최소 5년에서 최대 40년까지 이 질환 자체를 판정받지 못했던 환자 사례들이 기존 연구에서 보고된 바 있다”고 연합뉴스에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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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국내에는 세가와병을 관리할 수 있는 전문 의료기관조차 없다. 같은 증상에 뇌성마비·파킨슨병 진단을 내리는 경우가 일반적이라 이번처럼 오진 환자가 앞으로도 더 나올 가능성이 크다. 미국의 경우 정부가 병원을 지정해 세가와병 환자를 전담 진료할 수 있는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도 세가와병을 전문적으로 진단·치료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채 교수는 “환자의 억울한 사연을 무조건 의사 탓으로 돌리기보다는 근본적인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며 “비슷한 사례가 나오지 않도록 정부가 세가와병 관련 국가지정병원 운영 방안을 마련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홍태화인턴기자 taehwa@sedaily.com

홍태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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