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금리를 인상해도 하이일드·국채 등 각 분야를 차별화해 분산투자하면 채권으로도 이기는 투자를 할 수 있습니다.”
미국이 내년에도 올해와 같은 점진적 금리 인상을 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채권시장에서 선별적 투자전략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글로벌 개별 국가의 성장세가 미국 금리 인상에 절대적 영향을 받는 게 아니라는 분석이다. 다만 국채 금리는 상승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이자율 위험은 낮추고 신용위험이 있는 하이일드·이머징 비중을 높이는 전략이 유효할 것으로 보인다. 브라질·러시아 등 해외채권에 재미를 봤던 투자자들은 내년에도 수익성이 좋은 해외 채권 투자를 확대할 것으로 전망된다.
6일 유재흥 AB자산운용 선임 포트폴리오 매니저(상무)는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올해 채권 수익률은 주식보다는 낮았지만 국채 1~3%, 크레디트 10% 안팎으로 비교적 높아 장기 투자 매력을 드러냈다”며 이같이 밝혔다.
올해 미국 국채는 2.3%의 수익을 냈으며 일본과 유로존도 1% 수준이었다. 크레디트는 글로벌 하이일드가 9.5%, 이머징 시장은 9.0%로 집계됐다. 유 매니저는 “글로벌 금리 인상 기조가 계속됐지만 성과가 마이너스로 돌아서지는 않았다”며 “2~3년 전까지만 해도 미국 통화정책 영향력이 컸지만 최근에는 유럽·신흥국 성장률이 미국과 다른 방향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유 매니저는 “오는 2018년에도 미국·유럽·신흥국은 올해와 유사한 3% 수준의 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채권 투자자 입장에서 성장률이 오르는 게 호재만은 아니다. 경기 상승으로 인플레이션이 이어지면 중앙은행의 행보도 빨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유 매니저는 “미국은 기준금리를 계속 올리겠지만 인플레이션 압력은 높지 않아 전 세계가 금리 상승기에 들어가지는 않을 것”이라며 “금리 인상 시기에도 채권투자는 안정적인 성과를 낼 것으로 보여 국가 간 통화정책 차별화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예컨대 미국의 경우 부도율이 낮아 하이일드 회사채가 유망한 반면 유럽은 후순위 금융채에 선별적 기회가 있다. 국채에서도 중남미 신흥국에서 펀더멘털이 개선되는 국가의 채권을 선택해 투자할 수 있다. 그는 “미국 고수익 채권은 금리 상승기 수익률이 0.9%로 하락기 수익률(0.6%)에 비해 성과가 높다”며 “신용위험을 활용한 고수익채권에 내년 전망이 밝은 이머징마켓 채권으로 분산투자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나아가 유 매니저는 위험공유거래(CRT)에 주목할 것을 권했다. CRT는 미국 주택을 담보로 한 모기지 채권이다. 유 매니저는 “주거용 모기지 시장은 아직 초기 단계로 3~4년간 규모가 커져 40조원 수준으로 성장했다”며 “유동성과 펀더멘털 측면에서 뱅크론에 비해 매력적인 특성을 보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AB자산운용은 올해 한국법인 진출 10주년을 맞았다. 대표 상품인 ‘AB글로벌고수익펀드’는 글로벌 하이일드 부문에서 시장 점유율 80%를 차지하고 있으며 전체 해외채권 분야에서도 점유율이 18% 규모다. 이창현 AB자산운용 대표는 “법인 출범 10년간 개인 투자자들을 위해 다양한 서비스를 선보이려 했고 ‘AB글로벌고수익펀드’의 개인 투자자 수탁액 규모는 2조7,000억원에 달한다”며 “내년 전략은 올해와 크게 다르지 않게 기존 서비스를 활용하면서도 시장 변화를 검토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