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개발연구원(KDI)이 내년 우리 경제가 3%를 밑도는 성장을 할 것으로 전망했다. KDI는 특히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에 대해서도 “이른 감이 있다”고 평가했다. 반도체를 제외한 다른 산업들의 회복이 더디고 내년 투자와 고용 모두 둔화하는 등 아직 우리 경제가 안심할 단계는 아니라는 얘기다. 그러면서 기업과 산업의 구조조정과 경제 시스템 개혁에 집중해야 한다는 조언도 했다.
KDI는 6일 발표한 ‘2017년 하반기 경제 전망’을 통해 한국의 내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2.9%로 예상했다. 최근 국제통화기금(IMF)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 국제기구들이 제시한 3.0%보다 조금 낮다.
올해 성장률 3.1%를 달성한 뒤 1년 만에 다시 2%대로 떨어지는 이유는 투자와 고용 부진 때문이다. 설비투자 증가율은 올해 14.7%에서 내년 3.0%로, 건설투자는 7.2%에서 0.4%로 눈에 띄게 둔화할 것으로 전망됐다.
정대희 KDI 연구위원은 “통신·조선 등 제조업 장비가동률이 낮은데다 사회간접자본(SOC) 예산 축소로 주택 착공도 줄어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투자가 줄어드니 자연스레 고용 전망도 밝지 못하다. KDI는 취업자 수 증가폭이 올해 32만여명에서 30만명 안팎까지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실업률도 올해 3.8%, 내년 3.7%로 비슷할 것으로 전망했다.
내년 경기는 올해처럼 반도체가 좌우할 것이라는 게 KDI의 분석이다. 내년 경기를 두고 보수적 진단을 내린 것도 최근 성장세가 반도체 분야에 편중된 ‘기울어진 성장’이라는 판단에서다. KDI는 반도체에 집중된 수출 증가 구조는 최근 경기 개선 추세가 글로벌 반도체 경기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평가했다. 경기 회복세에도 고용 사정이 나아지지 못하는 원인도 반도체 중심의 편중 성장이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수출의 산업별 취업 유발 효과는 반도체의 경우 11만 명으로 자동차(23만명), 기타 제조업(20만명) 등의 절반 수준이었다. KDI는 “경기 개선이 취업계수가 낮은 제조업을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점은 고용이 본격적인 개선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임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수출은 올해의 좋은 흐름을 계속 이어나갈 것으로 예상했다. 최근 세계 경기는 정보통신기술(ICT)이 주도하는 만큼 반도체 수요 강세가 한동안 이어지기 때문이다. 반도체 공급 부족 현상은 내년까지 이어지지만 수요 상승이 올해처럼 빠르지는 않을 것으로 KDI는 내다봤다.
소비는 소득주도 성장 등 정부 정책에 힘입어 올해 2.4%에서 내년 2.7%로 증가율이 오를 것으로 전망됐다. 소비 증가율에서 정부 정책 효과가 차지하는 비중은 0.2~0.3%포인트 정도로 계산됐다.
KDI는 우리 경제가 생각처럼 견실하지 못한 만큼 산업 전반의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기업·산업 구조조정과 구조개혁이 시급하다고 조언했다. 김현욱 KDI 거시경제연구부장은 “경쟁력을 상실한 산업과 기업 등 경제적 비효율은 제거하고 금융·노동시장 제도를 포함한 규제 환경을 혁신 친화적으로 바꿔야 한다”며 “급격한 기술 발전에 따른 실업 증가 우려에 대비해 고등교육과 직업훈련을 중심으로 한 교육개혁 역시 중요한 과제”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