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를 이끌어 온 정보기술(IT)·바이오가 주춤한 틈을 타 철강·섬유의복·음식료 관련주가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증시가 숨을 고르면서 다음 주도 업종을 찾는 섹터 로테이션을 거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아직까지 증시가 어느 방향으로 움직일지 속단하기는 어렵지만 경기 확장 국면에 진입하는 과정에서 포트폴리오 변경이 필요하다는 조언도 제시된다.
최근 10거래일 동안 국내 증시에서 가장 상승률이 높은 업종은 코스닥 통신장비(19.13% 상승), 음식료·담배(14%), 코스피 철강·금속(2.6%), 유통(1.8%) 등으로 집계됐다. 최근 증시 전반이 주춤한 가운데 이들 업종지수는 상승세를 보이며 시장을 앞지르고 있다. 외국인투자가들의 매수세도 뒷받침되고 있다. 이 기간 외국인이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 중에는 POSCO(005490)(1,114억원), 현대제철(004020)(435억원) 등이 포함돼 있다.
반면 올해 시장의 주도 업종이었던 전기·전자(코스피), 제약(코스닥) 업종 지수는 같은 기간 각각 8.9%, 5.39% 하락했다. 국내 증시뿐만이 아니다. 메리츠종금증권의 분석 결과 미국 증시에서도 최근 5영업일(현지시간 4일 기준) 간 가장 상승률이 높았던 업종은 필수소비재(6.7%), 경기소비재(6.6%)였다. 실물지표를 중심으로 경제지표 개선이 이뤄지면서 소비 회복에 대한 확신이 강화됐다는 분석이다. 반면 미국 증시에서도 대장주 노릇을 해온 기술주는 최근 하락 곡선을 그리고 있다.
다만 아직까지 뚜렷한 방향성을 속단하기는 힘든 상황이다. 이 기간 증시 전반은 하락세를 나타냈다. 코스피와 코스닥지수는 최근 10거래일간 각각 2.47%, 3.56% 하락했다. 6일에는 외국인이 유가증권시장에서 3,366억원 규모를 팔아치우면서 현대차와 KB금융을 제외한 시가총액 상위 1~10위 종목이 일제히 하락 마감하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코데즈컴바인 같은 과거의 테마주도 주가가 들썩이고 있다. 방향성을 잃은 증시에서 갈 곳 없어진 자금이 헤매는 듯한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흐름에 대해 ‘섹터 로테이션’이 이뤄지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투자자들이 포트폴리오 조정에 나서면서 앞으로의 상승이 유력한 섹터·업종이 들썩이고 있다는 것이다.
박성현 삼성증권 연구원은 “전 세계 경기가 올 하반기 들어 명백한 확장 국면에 들어섰고 경기 국면이 바뀌면 포트폴리오도 개편해야 한다”며 “경기 회복 국면에서는 IT를 중심으로 하는 소수 섹터와 대형주에 집중하는 전략이 맞아떨어졌지만 앞으로는 복수의 섹터와 중소형주까지 범위를 확산하는 쪽이 유리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박 연구원은 “실적 개선세와 수급이 아직은 불안정한 편이라 확장 추세가 완연해지기 전까지 저가 분할 매수로 대응하라”며 산업재·소비재 섹터, 업종으로는 조선·운송·자동차·유통 등을 눈여겨볼 것을 추천했다.
정다이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내수주에 주목했다. “11월 소비자심리지수(CCSI)가 112.3으로 2010년 12월 이후 최대치를 기록한데다 소비자심리지수도 완만한 개선세를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밖에 신한금융투자는 내년 마진 개선폭이 클 업종으로 조선·건설·유통·철강을 지목했다.
IT 업종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상승 여력이 남아 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최도연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6일 보고서를 통해 “시장의 우려와 달리 반도체 업황은 공급제약과 양호한 서버수요 덕분에 견조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목표주가 350만원을 유지했다. 삼성전자(005930)는 이날 전일 대비 2.42% 하락한 250만1,0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최근 반도체 업황을 부정적으로 내다본 해외 증권사의 보고서가 잇따라 발표된데다 미국 기술주 부진의 영향이 이어진 탓에 지난달부터 12%나 하락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오히려 “저가 매수의 기회”라는 목소리도 들려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