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과학기술인상’ 12월 수상자로 선정된 김창영 서울대학교 물리천문학부 교수는 고온초전도 현상의 원리 규명 연구 등 고체물리학 발전에 기여했다. 고온초전도 현상은 전기저항이 없어 전원을 켜지 않고도 전류가 지속적으로 흐르는 초전도 현상이 이전의 초전도체에 비해 매우 높은 온도에서 일어나는 것이다.
김 교수는 우선 지속적인 초전도체 연구로 고온초전도현상 통합이론의 기틀을 마련했다. “값싸고 다루기 쉬운 철 기반 초전도체의 임계온도를 높일 수 있는 가능성이 커졌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첨단 광전자 분석법을 이용한 구리산화물(SrCuO2) 연구를 통해 전자가 가진 자기적 성질의 스핀과 전기적 성질의 전하가 분리될 수 있다는 스핀·전하 분리현상도 세계 최초로 관측·입증했다. 이 이론은 지난 1960년대에 예측됐지만 실험으로 검증되지 못했었다.
무엇보다 전기장이 있을 때 비자성체 전자스핀의 상태가 변하는 라시바 현상의 원리도 규명했다. 라시바 현상은 1984년 예측되고 1996년 실험으로 확인됐지만 정확한 원리 규명은 이뤄지지 못했다. 그는 위상절연체(전기적으로 절연체지만 표면에는 전기가 흐르는 특성을 가진 물질) 표면 연구를 통해 지난 30여년간 밝히지 못한 라시바 현상의 근본원리와 이를 기술하는 방정식을 찾아냈다.
학계에서는 라시바 현상이 사물인터넷(IoT) 기기의 저장매체로 주목받는 자성메모리 소자의 구동원리인 스핀궤도 토크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본다. 스핀궤도 토크는 자성층과 스핀·궤도 결합이 큰 비자성층을 연결한 구조에 전류를 흘릴 때 자성층에 발생하는 회전력을 의미한다. 김 교수는 “제가 만들어낸 방정식은 스핀궤도 토크를 이해할 수 있게 해준다”며 “효율성이 높아 최근 새로운 저장매체로 각광받는 자성메모리 소자를 위한 물질을 개발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김 교수의 연구성과는 물질 내 전자 간 상호작용이 강한 강상관계 물질의 특이현상과 원리를 밝혔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강상관계 물질은 전자들이 서로 강한 영향을 줘 일반 도체(전기나 열을 잘 전달)나 반도체(순수 상태에서 부도체와 비슷하나 불순물을 첨가하거나 조작하면 도체가 됨)에서는 나타나지 않는 고온초전도 현상과 거대 자기저항이 나타난다.
김 교수는 강상관계 물질 등을 연구주제로 택한 이유와 관련해 “고체물질의 성질을 결정하는 수많은 전자는 서로 독립적으로 활동하지만 강상관계 물질은 다르다”며 “전자 간 상호작용이 강해 이론적으로 이해하기는 어렵지만 고온초전도 현상, 도체·부도체 전이와 거대 자기저항 등 고체물리의 주요한 물리적 현상을 보여줘 재미있고 중요한 분야”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서울대 물리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 스탠퍼드대 응용물리학 석·박사를 했고 2001년부터 연세대학교 물리학과 교수로 재직하다 2015년 기초과학연구원 강상관계물질연구단 부연구단장을 맡으며 서울대 물리천문학부로 이직했다. 또한 한국물리학회, 한국초전도학회, 방사광이용자협회 등 다양한 학회에서 활동해왔다.
한편 ‘이달의 과학기술인상’은 우수한 연구개발 성과로 과학기술 발전에 공헌한 연구개발자를 매월 한 명씩 선정해 수여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주최하고 한국연구재단과 서울경제신문이 공동 주관한다.
/고광본 선임기자 kbgo@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