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눈물 난다”…국회 찾은 이국종 교수, 외상센터 여건 개선 호소

이국종 아주대병원 교수(중증외상센터장)가 국회에서 국내 권역외상센터 체계의 개선 필요성을 거듭 호소했다.

7일 이 교수는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포용과 도전’(포도모임) 조찬 행사에 참석해 권역외상센터 관련 강연을 진행했다. 이 교수는 의원들에게 “국내 권역외상센터를 근본적으로 개선하려면 일회성 예산 증액에 그칠 것이 아니라, 권역외상센터 체계가 왜 필요한지를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귀순 북한 병사를 치료하는 과정에 대해 “어떤 이유에서든 수술한 환자가 병원에 도착해 1시간 이상 걸려 수술방에 올라간다는 것은 한마디로 우리가 중동보다 (의료 시스템이) 못 하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 교수는 이날 그동안 공개되지 않았던 석 선장의 수술 사진도 공개했다. 그는 “당시 아주대 같은 ‘지잡대’ 병원에서 별것도 아닌 환자를 데려다 쇼를 한다고 의료계에서 뒷이야기가 아주 심했다”며 “그런데 이 상태가 별것이 아닌 것으로 보이느냐”고 의원들에게 물었다. 또 그는 “‘이국종 교수처럼 쇼맨십이 강한 분의 말씀만 듣고 판단하지 말라’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의료계의 ‘메인 스트림’이고 ‘오피니언 리더’”라면서 “(이분들이) 장관님을 가지고 흔드는데, 전 어떻게 해야 합니까. 저는 아덴만 작전 때부터 이런 것에 너무 시달렸다”며 고충을 토로했다.



이 교수는 권역외상센터의 힘든 현실을 털어놓기도 했다. 새해 예산안 심사에서 권역외상센터 관련 예산이 53%가량 증액됐지만 그는 “예산이 저 같은 말단 노동자들에게까지는 안 내려온다”고 말했다. “외상센터는 만들었는데 환자가 없으니 (병원장들이 우리에게) 일반환자를 진료하게 한다”며 말을 이었다. 그는 “(국민이) 청원해 예산이 늘어나면 외상체계를 구축할 수 있는 것으로 생각지 않느냐.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아) 피눈물이 난다”며 국민에게 죄송하다는 뜻을 밝혔다. 정치권 영입설에 대해서는 “그런 건 아무나 하는 게 아니다”라며 선을 그었다.

/홍태화인턴기자 taehwa@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