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지지부진한 노동관련 법안 처리] 근로단축 입법도 최저임금 상여 포함도 불투명...재계만 속탄다

임금과 직결 근로법 개정 시급한데 여야 절박함 없어

최저임금에 상여금 등 넣어도 2019년 상반기나 시행

"정부 못 미덥고·국회는 하세월...기업들만 전전긍긍"







“당장 최저임금은 내년에 다락같이 뛰는데 산입범위는 원하는 대로 될 것 같지도 않습니다. 설사 되더라도 내후년(2019년)에 시행되는 거 아닙니까. 근로시간 단축도 이번 국회에서 입법이 될지 모르겠어요.”

7일 만난 한 중견기업 대표는 한숨부터 내쉬었다. 그는 “정부는 정부(최저임금 산입범위 조정)대로 못 미덥고, 국회는 국회(근로시간 단축)대로 부지하세월”이라며 “기업의 어려움을 알기나 하는지 모르겠다”고 답답해했다. 이 대표의 호소는 재계의 속 타는 심정을 대변한다. 지금 구도라면 상여금을 최저임금에 넣는 최저임금 산입범위 조정이 재계의 바람대로 될지 더 불투명해졌고 발등의 불인 근로시간 단축은 입법 무산으로 정부의 행정해석 폐기나 사법부의 판단에 맡겨질 공산이 크다. 이날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국회 역할을 촉구했지만 원하는 메아리가 들려올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높지 않아 보인다. 재계의 한 고위관계자는 “기업규모별로 근로시간 단축을 단계적으로 실시하는 안에 대한 여야 합의가 좌절될 경우 국회의 직무유기에 대한 엄중한 비판은 물론 친노조적 행태를 암묵적으로 유인하고 있는 정부에 대한 반감도 커질 것”이라고 쓴소리했다.

◇근로시간 단축 ‘험로’ 불가피=재계는 근로기준법 개정안 처리를 위해 국회 설득에 나섰다. 최근 해당 상임위인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여야 간사 합의안(내년 7월부터 300인 이상 대기업부터 단계적 실시, 휴일수당 할증률 50%)에 반대한 이용득·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1차 타깃으로 삼고 있다. 상임위 소위 타결이 여의치 않으면 홍영표 환노위원장 직권으로 상임위 전체회의에 표결을 부쳐서라도 개정안 처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그만큼 절박하다. 한 경제 5단체의 고위관계자는 “여야 간사 합의안 도출도 어렵다고 봤지만 됐지 않았느냐”며 “여전히 (개정안 처리 가능성이) 낮아도 아직 희망은 있다”고 말했다. 재계가 근로기준법 개정안 처리에 목을 매는 것은 법안 처리 불발 시 파장 때문이다. 이 경우 내년 4월께 있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나 행정해석 폐기 등을 통해 즉각적으로 모든 기업이 근로시간 단축(68시간→52시간)에 나서야 한다. 노동계와 일부 여당 의원이 주장하고 있는 ‘근로시간 단축의 원샷 실시’가 단행되는 셈이다.


이런 우려는 근거가 있다. 최근 근로시간 단축과 관련해 대법원에 올라간 유사 소송 14건 중에 2심에서 무려 11건이 노조 쪽의 손을 들어주는 판결이었다. 이 때문에 내년 4월 대법관 전원합의체에서 다룰 성남시 환경미화원 소송(휴일근무이고 연장근무기 때문에 100% 할증된 임금을 받아야 한다는 내용)도 같은 취지의 판결이 내려질 확률이 농후하다. 이렇게 되면 근로시간은 68시간에서 16시간(주말근무) 뺀 52시간으로 바뀌게 되고 휴일수당 할증률도 기존 50%에서 100%로 올라가게 된다. 이 사달을 막으려면 개정안 처리가 이뤄져야 하지만 국회의 절박성이 안 보인다는 게 문제다. 대관 업무를 담당하는 한 대기업 관계자는 “9일이면 정기국회가 문을 닫는데 임시국회를 연다거나 하는 일정이 전혀 없다”고 갑갑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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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에 상여금 들어갈 확률도 낮아=최저임금 해결책도 시계 제로에 가깝다. 최저임금위원회의 연구용역 결과 합의안은커녕 세 가지 안이 제기돼 재계의 의지가 반영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뼈대만 정리하면 △1안은 현행법령(최저임금 산입범위 조정이 필요 없다)대로 하겠다는 안 △2안은 매달 주는 상여금은 최저임금에 넣되 숙식비 같은 비용 보전적 임금은 빼겠다는 안 △3안은 원칙적으로 모든 임금(상여금과 교통비·중식비 등 복리후생수당 등 포함)을 최저임금에 넣겠다는 안이다. 1안은 노동계 안이고 3안은 재계가 미는 안이다. 2안의 경우 일각에서는 상여금이 최저임금에 포함됐다고 말하지만 사실상 이는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격이다. 상여금의 경우 기업이 매달 주기보다는 대부분 분기나 두 달에 한 번 준다. 따라서 상여금을 최저임금에 넣었다고 보기는 무리다. 이 때문에 재계는 3안이 아니면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 확고하다.

고용노동부는 3안을 검토한 뒤 정부안을 결정할 방침이다. 만약 재계안이 받아들여지면 최저임금법을 개정해야 한다. 이번 국회 입법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보면 내년 상반기 입법을 거쳐 빨라야 가을 정기국회에 법안을 제출하는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용케 개정안 처리가 돼도 일러야 오는 2019년 상반기에 시행된다. 이것도 최상의 시나리오일 때다.

만약 정부가 1안이나 2안을 최종안으로 결정하면 최저임금 조정은 최소에 그친다. 2안이 돼도 매달 상여금을 주는 기업이 아니라면 상여금이 최저임금에 포함되지 않아 기업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더구나 1~2안은 법 개정이 아니라 시행령 규칙만 손보면 된다. 답답한 것은 노조가 반발하는 3안을 정부가 선뜻 받아주겠느냐는 점이다. 재계의 한 고위관계자는 “연봉 4,000만원 근로자가 기본급이 낮다는 이유로 최저임금 인상 덕을 본다는데 노동계도 수용할 것은 수용해야 일이 순리대로 풀리지 않겠느냐”고 일갈했다.

이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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