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헬로 스테이지]신춘수 오디컴퍼니 대표 "두 번의 실패로 큰 교훈 … 이번엔 브로드웨이 토니상 꿈꾸죠"

뮤지컬 '타이타닉'으로 뉴욕 무대 2전3기

조급함 버리고 국내 공연으로 先검증

관객·해외 투자자로부터 좋은 반응

스펙터클 연출 대신 드라마에 집중

한국 뮤지컬 시장 저력 보여주고파

뮤지컬 ‘타이타닉’으로 브로드웨이를 향해 재출항하는 신춘수 오디컴퍼니 대표. /사진제공=오디컴퍼니뮤지컬 ‘타이타닉’으로 브로드웨이를 향해 재출항하는 신춘수 오디컴퍼니 대표. /사진제공=오디컴퍼니


좁디좁은 한국 뮤지컬 시장을 벗어나 뉴욕 브로드웨이, 런던 웨스트엔드 등 세계 공연 메카에 진출하는 것은 모든 프로듀서들의 꿈이다. 하지만 값비싼 수업료 탓에 수차례 실패에도 재도전을 거듭하는 프로듀서는 많지 않다. ‘할러 이프 야 히어 미’ ‘로키’ ‘닥터지바고’ 등으로 브로드웨이에서 숱한 고배를 마시고도 재도전에 나서는 신춘수 오디컴퍼니 대표에게 늘 ‘공연계의 돈키호테’라는 별명이 따라 다니는 이유다. 그런 그가 지난달 서울 잠실 샤롯데씨어터에서 뮤지컬 ‘타이타닉’(내년 2월11일까지 공연)의 막을 올리면서 또 다시 선전포고를 날렸다. 1997년 브로드웨이에서 초연했던 ‘타이타닉’으로 브로드웨이에 닻을 내리고 토니상 베스트 리바이벌상까지 거머쥐겠다는 것이었다.

7일 서울 역삼동 사무실에서 만난 신 대표는 “내년 7월 개막을 목표로 크리에이티브팀 구성을 마쳤고 그간 쌓아놓은 브로드웨이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주요 극장들과 협의하고 있다”며 “이번 브로드웨이 진출은 이전의 도전과 질적으로 다르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서울 잠실 샤롯데씨어터에서 막을 올린 뮤지컬 ‘타이타닉’. 신춘수 오디컴퍼니 대표는 이 작품으로 브로드웨이에 재도전한다. /사진제공=오디컴퍼니지난달 서울 잠실 샤롯데씨어터에서 막을 올린 뮤지컬 ‘타이타닉’. 신춘수 오디컴퍼니 대표는 이 작품으로 브로드웨이에 재도전한다. /사진제공=오디컴퍼니


지난달 서울 잠실 샤롯데씨어터에서 막을 올린 뮤지컬 ‘타이타닉’. 신춘수 오디컴퍼니 대표는 이 작품으로 브로드웨이에 재도전한다. /사진제공=오디컴퍼니지난달 서울 잠실 샤롯데씨어터에서 막을 올린 뮤지컬 ‘타이타닉’. 신춘수 오디컴퍼니 대표는 이 작품으로 브로드웨이에 재도전한다. /사진제공=오디컴퍼니


지난달 서울 잠실 샤롯데씨어터에서 막을 올린 뮤지컬 ‘타이타닉’. 신춘수 오디컴퍼니 대표는 이 작품으로 브로드웨이에 재도전한다. /사진제공=오디컴퍼니지난달 서울 잠실 샤롯데씨어터에서 막을 올린 뮤지컬 ‘타이타닉’. 신춘수 오디컴퍼니 대표는 이 작품으로 브로드웨이에 재도전한다. /사진제공=오디컴퍼니


타이타닉 국내 공연은 보통 브로드웨이 진출 전 모든 프로덕션이 거쳐야 하는 ‘트라이아웃’(try-out) 성격의 공연이다. 보통 브로드웨이 뮤지컬은 주요 투자자와 극장주를 대상으로 리딩(reading) 공연을 진행한 후 가능성을 인정받으면 워크숍 프로덕션을 제작, 뉴욕 이외의 지방 공연장에서 공연하며 작품을 다듬는 과정을 거친다. 이후에는 브로드웨이 인근의 트라이아웃 전문 공연장을 거치고 러브콜을 받게 되면 공연장의 차기작 리스트에 올라가는 식이다. 그러나 타이타닉으로 재도전에 나선 신 대표는 국내 공연을 통해 관객과 해외 투자자, 극장들의 검증을 받기로 했다. 이미 공연 영상을 뉴욕의 주요 극장, 평소 오디의 작품에 투자하던 미국·중국 투자자들에게 공유했고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는 게 신 대표의 전언이다. 공연계의 최고 성수기로 꼽히는 크리스마스 시즌이 마무리되는 대로 주요 극장 대표들의 내한도 추진 중이다. 신 대표는 “브로드웨이는 공연 기간을 정하지 않은 오픈런 공연이 대부분이라 극장의 차기작으로 선정되면 프로듀서는 앞선 공연의 폐막일이 결정되는대로 바로 막을 올릴 수 있게끔 무대부터 배우까지 모든 준비를 끝내놔야 한다”며 “이미 ‘쉽오브드림(Ship of Dream)’이라는 이름으로 투자를 위한 유한책임회사(LLC)도 현지에 설립했고 조만간 미국에서 오디션도 진행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4만~5만톤급에 달한 초호화 여객선 타이타닉호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작품의 특성상 스펙터클에 대한 기대감이 컸던 것이 사실. 그러나 신 대표는 이번 프로덕션에서 스펙터클 대신 실제 인물들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한 드라마를 택했다. 실제 배 모양의 무대나 영상을 활용하는 대신 무대를 수직, 수평으로 꽉 채우는 층계형 구조물로 공간감을 구현했고 과거 브로드웨이 공연과 달리 배가 빙하에 부딪히는 장면이나 침몰하는 장면도 간접적으로 표현했다. 특히 주·조연 구분 없이 모든 배우가 역할을 최대 5개까지 맡는 멀티롤(multu-role) 뮤지컬인 점도 이 작품의 특징이다. 이 과정에서 배우들의 감정 표현을 극대화하는 대신 담담하게 스토리를 풀어내며 정서적 공감과 이해를 관객의 몫으로 돌렸다.


신 대표는 “국내 초연이지만 브로드웨이 진출을 염두에 둔 작품이라 무대 문법이나 미학, 정서도 브로드웨이 스타일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며 “다행히도 한국 관객들 역시 새로운 문법에 좋은 점수를 준 것 같다”며 웃었다.

관련기사



뮤지컬 ‘타이타닉’으로 브로드웨이를 향해 재출항하는 신춘수 오디컴퍼니 대표. /송은석기자뮤지컬 ‘타이타닉’으로 브로드웨이를 향해 재출항하는 신춘수 오디컴퍼니 대표. /송은석기자


2014년 ‘할러 이프 야 히어 미’에 이어 2015년 어렵게 브로드웨이 무대에 올린 ‘닥터 지바고’마저 조기 폐막하면서 그가 브로드웨이 도전을 멈출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두 번의 실패로 지불한 수업료가 컸던 탓이다. 그러나 신 대표는 포기를 모르는 사람이다.

“브로드웨이에선 조급하면 지는 겁니다. 그런데 조급했어요. 리딩 공연에 모든 걸 보여주겠다는 각오로 덤볐어요. 10억원을 들이고도 다듬을 부분이 많은 공연이었는데 의외로 극장의 러브콜을 바로 받았죠. 지금이었다면 정식 공연을 미루고 고쳤을 텐데 그때는 조급한 마음에 작품을 올려놓고 고칠 수 있다고 착각했고 평단과 관객을 만족시키는데 실패한 거죠. 그래서 이번엔 현실성 있게 국내에서 제대로 된 공연을 만드는 걸로 전략을 바꿨습니다. ‘공연계의 돈키호테’라고 하지만 전 꿈만 좇는 돈키호테가 아닙니다. 이제 누구보다 현실적으로 브로드웨이를 향해 한 걸음씩 나아가고 있으니까요. 두 번의 실패로 저에겐 브로드웨이 네트워크가 남았습니다. 이걸 쌓기 위해 많은 비용을 치르긴 했지만 큰 교훈도 얻었죠.”

한국인 프로듀서 최초로 토니상을 거머쥐겠다는 그의 목표도 변함이 없다. 그는 “내가 브로드웨이에서 성공하면 한국 공연시장에 글로벌 자본이 몰려들 것이고 이를 계기로 한국 뮤지컬 산업의 지평도 넓힐 수 있을 것”이라며 “상 자체가 아니라 한국 뮤지컬 시장의 저력을 보여주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그의 도전은 브로드웨이로만 향하지 않는다. 2011년 시나리오·연출을 맡고 출연까지 한 영화 ‘멋진 인생’으로 영화감독협회에 이름을 올린 신 대표는 뮤지컬과 영화 제작 경험이라는 강점을 살려 음악영화 제작도 추진하고 있다. 그는 “음악에 조예가 깊었던 세종대왕 시기를 다룬 음악영화 ‘여민락’(가칭)의 시나리오 초고가 최근 완성됐다”며 “영화의 흥행 여부에 따라 뮤지컬 무대로도 옮겨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서은영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