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지수의 하락폭이 연말이 다가올수록 커지고 있다. 상승장이 끝난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점차 높아지는 분위기다. 정보기술(IT) 업종 부진에도 경기 상승 국면에 맞춰 통신·유통 등 다른 섹터가 살아나면서 지수를 방어하는 유가증권시장과 달리 바이오의 급등 이후 코스닥시장에는 순환매 고리가 거의 끊겨 버렸다. 시장에서는 내년 1월로 미뤄진 정부의 코스닥시장 활성화 방안이 발표되면 지수가 다시 살아날 것이라는 기대감도 있지만 최근 신용융자를 급히 늘린 개인 투자자들의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코스닥은 지난달 24일 10년 만의 최고치(장중 803.74)를 기록한 후 현재까지 4.95%에 하락했다. 유가증권시장의 같은 기간 지수 하락률(3.26%)보다 1.69%포인트 더 부진하다.
코스닥시장의 부진은 지수 중장기 상승의 필수조건인 순환매 장세가 제대로 실현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코스닥 지수는 올해 하반기로 가면서 셀트리온(068270)·신라젠(215600) 등 제약 종목을 포함한 바이오 업종에 전적으로 의존한 상승세를 보였다. 하지만 연말로 갈수록 바이오 업종의 미래 성장성에 대한 의문이 커지면서 관련 종목들이 급락하자 코스닥 지수도 함께 추락했다. 셀트리온 등 대부분의 바이오·제약주가 편입된 코스닥 제약업종 지수는 이달 들어서만 7.6% 하락했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삼성전자(005930)·SK하이닉스(000660) 등 IT 섹터 부진에도 불구하고 통신·유통 등 경기상승 국면에 강한 소비 관련업종이 지지대 역할을 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최근 10거래일 주요 업종지수 등락률을 살펴보면 유가증권시장에서는 통신업(6.7%)이 특히 높은 상승세를 보였다. 코스닥 통신장비업(16.92%)도 더 높은 상승세를 보이기는 했지만 해당 종목이 많지 않고 기업별 시가총액도 크지 않아 지수에는 큰 도움이 되지 못했다. 정훈석 한국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코스닥 상장사 전체 이익 중 헬스케어 섹터의 3·4분기까지 순이익이 11%에 불과한데 11월 말 시총 비중이 33%를 넘어섰다는 점을 감안하면 지수 조정은 당연하다”며 “이익 안정성을 고려했을 때 코스닥 지수가 750선에서 당분간 머물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코스닥 지수가 정부의 코스닥 활성화 방안에 편승해 급등한 만큼 정책 기대감이 사라지면 급락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종우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과거 정부 때도 기관이 코스닥 순매수하게 하는 방안을 마련했지만 주가를 인위적으로 올리는 것이 불가능했다”며 “연말까지 코스닥의 조정 흐름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코스닥 부진에 당장 개미 투자자들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지난 5일 기준 신용융자 잔액은 10조863억원으로 이 중 코스닥시장(5조3,058억원)의 비중이 코스피(4조7,804억원)보다 높다. 신용융자를 개인들이 주로 하는 만큼 돈을 빌려 코스닥시장에 투자했다가 지수 하락세에 피해를 본 개미들이 많을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최근 코스닥 지수의 상승세를 믿고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등 위험도가 높은 상품을 매수한 투자자들이 많은 것으로 알려져 손실은 더 클 것으로 우려된다.
코스닥시장의 상승 동력이었던 공모주들의 나쁜 성적도 지수 부진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메리츠종금증권에 따르면 지난달까지 올해 전체 공모주 수익률은 -10.2%로 지난해(-5.6%)보다 약 2배 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코스닥에 입성한 공모주들의 성적이 부진했다.
다만 코스닥 활성화 방안과 벤처 붐, 중국 소비주 반등 등 다양한 테마의 위력을 기대하는 시각도 여전하다. 정훈석 연구위원은 “정부의 벤처 지원 정책과 금융당국의 코스닥시장 활성화가 제2의 벤처 붐으로 이어진다면 코스닥이 예상보다 빨리 네자릿수 대에 도달할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관측했다. 김병연 NH투자증권 연구위원은 “바이오주의 단기 차익 실현이 나타난다고 해서 코스닥 상승세가 끝나지는 않는다”며 “중국 소비주에 대한 기대, 게임업계 신작 출시, 평창 동계올림픽, 4차 산업혁명 관련 통신 인프라 확대 같은 이슈가 여전히 남아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