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기고] 문화관광과 전통시장의 ‘케미’

류태창 우송대학교 교수

류태창 우송대학교 교수류태창 우송대학교 교수


최근 경색된 남북관계로 인해 휴전선 일대의 비무장지대(DMZ)에는 긴장감이 더해지고 있다. 얼마 전 방한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DMZ를 방문하려다가 짙은 안개 등 기상상황 악화로 발길을 돌려야 했을 정도로 심리적·물리적으로 접근이 쉽지 않은 곳이다. 하지만 이런 긴장 속에서도 지난 2015년 4월부터 파주 문산자유시장에서 운영 중인 ‘DMZ땅굴관광투어’는 꾸준히 인기를 끌고 있다. 올 10월 기준 DMZ땅굴관광투어를 이용한 누적 관광객 수는 2만3,000여명에 달한다.

문산 자유시장은 DMZ 땅굴관광투어를 운영하면서 식당가 매출실적이 50%가량 상승했고 올해는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의 ‘문화관광형시장’ 육성사업에 선정돼 지원을 받고 있다. 2008년부터 시작된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의 문화관광형시장 육성사업은 전통시장을 지역의 역사와 문화·특산품 등과 연계하거나 시장의 고유한 특성을 발굴·개발해 국내외 관광객이 장보기와 함께 관광을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육성하는 사업이다. 올해는 신규시장 36곳을 포함해 총 90곳의 전통시장이 지원받아 고유한 특색을 갖춘 문화관광형 시장으로 변신 중이다.

문화관광형시장 육성사업으로 해당 전통시장의 서비스 경쟁력과 고객 만족도도 높아지고 있다. 한국표준협회가 최근 조사해 발표한 문화관광형 시장의 평균 서비스품질지수(KS-SQI)는 80.2점이다. 이 수치는 KS-SQI 조사대상 업종 중 최상위 업종인 호텔(86.5점)과 무인경비서비스(85.1점) 다음으로 높은 수준으로 문화관광형 시장의 서비스품질 경쟁력이 다른 업종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음을 보여주고 있다. 조사에 응한 소비자는 문화관광형 시장을 이용하는 이유로 ‘다양한 종류의 상품과 브랜드’를 가장 많이 꼽았다.


경기도의 여주한글시장 입구에는 책을 들고 있는 아담한 크기의 세종대왕 동상이 세워져 있다. 여주한글시장의 전신은 상인들이 모여 있는 그저 평범한 ‘여주 중앙통 거리’였다. 지난해 여주시와 상인들이 인근에 있는 세종대왕의 영릉(英陵)에 주목해 시장의 콘셉트를 한글로 살려 육성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여주한글시장’으로 시장의 이름도 바꾸고 160여개 점포의 간판을 모두 한글로 교체하고 한글을 주제로 한 이벤트를 개최했다. 이후 한글 시장이 소문 나면서 5일장이 열리는 날에는 3만여명이 찾을 정도로 관광명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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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의 축제로만 알려졌던 핼러윈 축제가 국내에서도 최근 젊은 층 사이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면서 이를 접목한 전통시장도 등장했다. 국내 최대 건어물 시장인 서울의 신중부시장은 지난달 코리아세일페스타 기간을 맞아 ‘할로윈 건어물 데이’ 행사를 개최했다. 건어물 핼러윈 공연, 핼러윈 퀸&킹 선발대회 등 다채로운 이벤트와 체험행사로 방문객의 큰 호응을 얻었다. 이 밖에도 주말야시장을 테마로 한 문화관광형 시장도 전국 각지에 선보여 젊은 소비자들을 전통시장으로 불러모으고 있다.

소비자들의 기호와 소비행태가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트렌드 속에서 전통시장은 더 이상 ‘정과 추억을 파는 곳’이라는 정서에 기댈 수만은 없다. 시장은 다양한 소비자의 욕구를 충족시킬 상품과 서비스·체험을 갖춰야 한다는 기본에서 출발해 활기를 되찾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문화관광형 시장의 성공 사례처럼 각 전통시장의 역사, 지리적 위치, 경쟁력을 기반으로 한 차별화된 콘셉트를 개발하고 이에 맞춘 볼거리, 먹거리, 즐길거리를 찾아 소비자들을 다시 불러 모아야 한다.

문화관광형시장 육성사업이 더 많은 전통시장으로 확산돼 독특한 문화관광요소와 전통시장의 정과 멋의 긍정적 ‘케미(chemistry·화학적 결합)’가 전통시장의 화려한 부활과 성공에 기여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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