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은관문화훈장 수여…정권 바뀐 것 실감”
방송에 앞서 진행된 녹화에서 조정래 작가는 최근 전남 고흥에 문을 연 ‘가족 문학관’에 대한 소감을 전했다. 조 작가의 부친인 故 조종현 선생과 부인 김초혜 시인의 작품 등을 한 곳에 모은 곳이다. 지난달엔 정부로부터 은관문화훈장을 받았다. 문장마다 치열한 역사의식과 시대정신을 담으며 비판을 아끼지 않았던 조정래 작가는 ‘정권이 바뀌었다’는 것을 느끼게 됐다고 소회를 밝혔다.
“블랙리스트, 민주주의 국가에서 있을 수 없는 야만”
조정래 작가는 이명박·박근혜 정권 당시 예정돼 있던 방송 출연이 아무 통보 없이 취소되거나, 작품의 드라마 제작을 계약했지만 실제 제작에는 이르지 못한 일, 교과서에 작품을 싣기로 하고 계약했지만 취소된 일 등 지난 9년 동안 겪었던 블랙리스트 예술인으로서의 피해를 밝혔다. 조 작가는 이를 “민주주의라는 이름을 붙인 국가에서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야만”이라고 정의했다.
사실 김대중·노무현 정권을 빼고는 계속 블랙리스트에 있었다는 조정래 작가는 ‘태백산맥’ 출간 이후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고발되는 등 이미 ‘블랙리스트’로서 오랜 세월을 지나왔다. 그는 “개의치도 않았고, 글 쓰는 데 아무 지장도 없었다”고 의연하게 대담을 이어갔다.
‘태백산맥’과 ‘아리랑, ‘한강’ 등 대표작을 통해 어떤 역사 교과서보다도 생생하게 우리 근현대사 속 민초들의 삶을 그려냈다는 박경추 아나운서의 질문에 “소설은 허구이되, 인간사회의 불의와 정의를 구분해야 하고, 불의한 것에 대해서 끝없이 계양해야 하는 사회적 책무가 주어진다. 그 다음에 모든 예술 작품은 현실을 반영해야 한다. 동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의 불행에 대하여 대신 이야기해야 하고, 그 문제를 풀어서 행복으로 옮겨야하는 사회적 책무가 들어 있다. 그러므로 현실이 반영되지 않은 예술 작품은 예술작품일 수가 없다는 것이 절대적인 정의이다. 거기에 대해서 충실하고자 했다”고 소설가로서의 철학을 밝혔다.
“공영방송, 지난 정권 9년 동안 초토화”
또한 작품 속에서 ‘기자’를 직업으로 가진 인물들이 등장하는 이유에 대해서 조 작가는 ‘기자는 현실을 반영하는 거울’이라고 표현하며 언론의 역할과 공영방송의 현실에 대한 생각도 밝혔다. 지난 정권 9년 동안 공영방송이 완전히 초토화 됐다고 일갈한 조 작가는 “이제 부활로 바꾸는 시점에 와 있다”고 전하며 “촛불 집회를 일으켰던 국민의 힘이고, 그 촛불 저항이 없었다면, 오늘의 MBC의 부활의 시작점은 없었을 것이다”고 밝혔다.
“작가는 권력이 없다. 오로지 문자로만 말한다”
수십 년간 ‘글 감옥’에서 민중과 민초의 삶을 대변하며 시대가 나아가야 할 길을 제시해온 조정래 작가. 육필만을 고집해온 그가 작품을 쓰기 위해 준비했던 치열한 취재기와 필연적으로 따랐던 육체적 고통에 대해서도 생생하게 전달했다. 그렇게 탄생한 ‘태백산맥’, ‘아리랑’, ‘한강’에 이어 중국을 이야기한 ‘정글만리’, 교육문제를 통렬하게 비판한 최근작 ‘풀꽃도 꽃이다’에 이르기까지, 조 작가는 우리 사회가 놓치지 말아야 할 역사의식과 앞으로의 과제들에 대해 문자와 글로 이야기하고 있다.
“최고의 열독자이자 감독자, 시인 김초혜”
조정래 작가를 말할 때 떼려야 뗄 수 없는 시인 김초혜. 조 작가는 자신의 작품을 가장 열심히 읽어주는 열독자이자 최초의 독자인 부인 김초혜에 대한 애정과 고마움에 대해 ‘50년간 노예로 살고 있다’며 재치 있게 전한다.
그간 MBC 파업을 지지해온 조정래 작가는 MBC의 정상화와 새로운 도약을 바란다며 7~8년 만의 MBC 출연을 결정했다. 시대의 큰 어른 조정래 선생이 전하는 촛불혁명 이후 대한민국이 나아가야 할 길과 문재인 정부에 대한 평가와 앞으로의 기대도 함께 들어본다. 한국 문학의 거장 조정래가 출연하는 <이슈를 말한다>는 12월 10일 오전 7시 MBC를 통해 만나볼 수 있다.
/서경스타 정다훈기자 sesta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