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美 1994년 북핵때 전쟁 검토… 90일내 정규군만 54만명 사상 추산"

클린턴 행정부 문서… ‘외과수술식 공격’도 큰 피해

주한미군 5만2,000, 한국군 49만명 사상 추산

"승리 확신에도 막대한 참사에 실행 못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지난달 29일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 ‘화성-15’가 성공적으로 발사되자 웃고 있다./연합뉴스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지난달 29일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 ‘화성-15’가 성공적으로 발사되자 웃고 있다./연합뉴스




1990년대 1차 북핵 위기 당시에 빌 클린턴 미국 행정부가 북한과의 전쟁을 실제로 계획했다가 정규군만 54만 여명이나 죽거나 다칠 것이라는 우려에 선제타격 논의를 접었다는 사실이 기밀이 해제된 문건을 통해 다시 한번 확인됐다. 최근에도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연이은 핵 도발에 미국 정치권 일각에서 선제 타격론이 제기되고 있지만 막대한 인명피해가 예상되면서 마찬가지로 실행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미 조지워싱턴대 부설 국가안보문서보관소(National Security Archive)는 8일(현지시간) 공개한 미 정부 기밀문서에서 드러난 주요 인사들의 발언, 정부기관의 보고를 종합해 이 같은 결론을 내렸다. 클린턴 행정부에서 국방부 장관과 대북 특사를 지낸 윌리엄 페리 전 장관은 1998년 12월 김대중 당시 대통령과의 회동에서 미국이 1994년 북핵 위기 때 전쟁을 계획했다고 털어놓았다.

이 같은 사실은 주한 미국 대사관이 청와대로부터 얻은 대화록을 토대로 미 국무부에 보고한 문건에 적시된 것이다. 페리 전 장관은 당시 “물론 양국 전력을 합치면 의심할 여지 없이 전쟁에서 이길 수 있지만, 그 과정에서 많은 사상자를 낸다”고 강조했다.


당시 미 국방부는 시뮬레이션(모의실험) 결과 한반도에 전쟁이 발발하면 민간인을 제외하더라도 90일 이내에 주한미군 5만2,000 명, 한국군 49만 명이 사상할 것으로 추산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과수술식 정밀공격’을 하더라도 전면전으로 발전하면서 매우 위험한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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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 미군 5만2,000 명·한국군 49만 명을 비롯해 궁극적으로 100만 명 이상 숨지고 미군 전쟁비용이 61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정됐다고 지난 2006년 뉴스위크가 보도한 바 있다. 한반도 전문가인 돈 오버도퍼(1931~2015년)도 저서 ‘두 개의 한국’(The Two Koreas)에서 이 같은 국방부 추정치를 인용한 바 있다.

안보문서보관소는 미국 대북정책이 당근과 채찍을 아우르는 제재를 포함하고 있었으나 이후 군사옵션 논의가 미미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는 1994년 클린턴 행정부가 대북 군사옵션 사용이 미칠 영향을 검토한 결과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페리 전 장관은 최근 워싱턴DC에서 열린 무기통제협회(ACA) 주최 세미나에서도 같은 취지의 견해를 밝히며 외교적 노력을 촉구했다. 그는 “북한과의 전면전은 핵전쟁이 될 것이며 이는 중국이 개입하지 않더라도 세계 1·2차 대전과 비슷한 규모의 사상자를 낼 수 있다”고 경고했다.

클린턴 행정부는 북한의 핵 무장 프로그램뿐만 아니라 기근에 따른 체제붕괴 위험도 심각하게 경계한 것으로 확인됐다. 1997년과 1998년 작성된 미 국무부의 한반도 배경자료 문건에서는 국무부가 많은 주민이 굶주리는 북한의 경제난이 “위험하게 혼란스러운 상황”을 유발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미국 당국은 이에 따라 “미국의 4자 회담 접근법은 북한에 새로운 활력을 부여할 의미 있는 개혁에서부터 북한 정권붕괴까지 폭넓은 옵션을 아우르기 충분할 정도로 융통성을 지녀야 한다”고 판단했다.

정가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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