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건강 에세이] 섬유근육통과 우울증

최정윤 대한류마티스학회 이사장

대구가톨릭대병원 류마티스내과 교수

최정윤 대한류마티스학회 이사장최정윤 대한류마티스학회 이사장


관절염 환자에게 통증은 오랜 친구와 같은 동반자다. 관절이 붓고 움직임이 제한돼 불편함을 느낄 때 환자들은 불안감을 갖게 된다. 통증은 환자들로 하여금 자신감을 잃어버리게 한다. 때로는 짜증스러운 성격으로 변하게 해 주위 사람들이 불편해하기도 한다. 통증을 치료하는 의사로서 환자의 통증 뒤에 숨어 있는 우울을 보게 될 때가 흔하다. 류머티즘 관절염 같은 구조적 관절염이 없는 사람에게서도 여러 신체 부위에 통증이 발생해 환자를 괴롭히는 질환이 있다. 바로 섬유근육통이다.

섬유근육통은 전신 통증을 주된 증상으로 하며 피로·불면·우울·불안감, 일부에서는 두통, 신경성 위염, 과민성 대장증상·방광증상이 동반되기도 한다. 환자들의 대부분은 작은 자극에도 통증을 느끼게 되며 통증은 스트레스로 악화되기 쉽다. 그뿐만 아니라 정상인이라면 쉽게 감당할 만한 작은 움직임에도 피로를 호소하게 된다.

섬유근육통 환자들은 주로 뒷목, 양측 어깨, 승모근, 가슴, 양측 팔꿈치, 양측 무릎 안쪽, 등, 허리, 골반 등에 통증을 느끼게 된다. 여러 가지 검사를 했는데도 원인을 찾지 못했다면서 진료실을 방문하는 환자들도 적지 않다. 환자들은 통증에 대해 심한 불편함을 느낀다. 극단적인 경우지만 심한 통증과 동반된 우울증으로 자살을 시도했던 환자들도 종종 본다.


이런 환자들을 정확히 진단하기 위해서는 이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태도가 필요하다. 환자들은 건강염려증이 동반되는 경우가 흔하다. 전문의로부터 진단을 받지 않은 채 가슴 통증이 있으니 심장질환이구나, 허리·무릎이 좋지 않으니 목·허리 디스크(추간판탈출증)나 류머티즘 관절염이라고 스스로 진단하는 경우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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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유근육통 환자들에게서 흔하진 않지만 과호흡 증후군, 어지럼증, 손발 저림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주로 여자들에게서 흔하게 나타난다. 통증은 우울감과 스트레스로 인해 악화되므로 이혼 증가와 경제적 어려움과 같은 사회적 현상과 더불어 환자들이 증가하고 있다. 스트레스에 취약한 개인의 성향도 통증에 많은 영향을 준다. 수년 동안 온몸이 아파서 진료실을 찾은 아내에게 같이 방문한 남편이 “평소 운동을 안 하고 정신력도 약해서 그렇다”며 핀잔을 주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섬유근육통의 통증이 얼마나 심하고 환자의 불편함이 어떤지 잘 몰라서 하는 얘기다.

관절염과 통증을 주로 진단하고 치료하는 류마티스내과 전문의에게 섬유근육통을 진단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진단이 이뤄지면 환자에게 질환에 대한 이해를 갖게 하고 불필요한 편견에서 벗어나게 하는 수순을 밟게 한다. 진단이 되는 순간 어떤 환자들은 이유도 잘 모른 채 수 년간 통증으로 고생하고 우울 증세로 시달렸다며 진료실에서 울음을 터뜨리기도 한다. 환자들도 섬유근육통을 제대로 치료하려면 질환에 대해 올바로 알아야 한다. 스트레스를 일으키는 요인들을 멀리하려는 노력도 필요하다. 물론 그게 쉽지는 않다. 따라서 스트레스에 대응하는 방법을 터득해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울이나 불면은 통증을 악화시킨다. 이는 우울과 불면 증세를 악화시킨다. 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차단하기 위해 정신과 치료를 병행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즐겁게 운동하고 주변 사람들과 소통하는 것도 큰 도움이 된다. 섬유근육통은 매우 드문 질환이 아니다. 여러 부위의 통증이 수개월 이상 지속되고 검사에서 특이 소견이 없으며 불면·우울감·두통·피로 등이 있는 중년 여성이라면 전문가로부터 정확한 진단을 받을 필요가 있다. 이런 환자들에게 가족과 사회의 따뜻한 배려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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